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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19)] 윈터스테일



윈터스 테일 1

저자
마크 헬프린 지음
출판사
북로드 | 2014-02-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뉴욕 타임스 선정 지난 25년간 최고의 미국소설 아카데미 각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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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19)] 윈터스테일

마크 헬프린 저 | 전행선 역 | 북로드 | 608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00년대 초반의 뉴욕,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름 장벽에 둘러싸인 뉴욕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떠나는 도시다. 구름 장벽은 그 안으로 들어간 이들을 모두 삼켜버린다고 하는데 삼켜진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인간에 손에 의해 태어나 인간과 함께 성장하고 늙어가는 도시 뉴욕. 어느 겨울날, 백마 한 마리가 주인의 손을 벗어나 마구간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뉴욕 구석에 살고 있는 또 한 남자, 피터 레이크는 한때 몸담았던 조직, 쇼트 테일 갱단을 배신한 대가로 쫓기고 있는 신세다.

 

그는 우연히 만난 신비한 백마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백마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죄를 짓기로 한 피터 레이크는 새 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만장자 아이작 펜의 저택에 침입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상한 소녀 베버리를 만난다.

 

아이작 펜의 딸인 베버리는 늘 열 때문에 상기된 얼굴로 독특한 언행을 일삼는 특이한 소녀다. 밤이면 저택 지붕 위의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미친 듯이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지병 때문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은 상태다. 베버리는 자기 집에 침입한 도둑인 피터 레이크를 보고도 전혀 무서워하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피터 레이크는 이 이상한 소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끌리기 시작한다.

 

마치 약속된 것처럼 사람에 빠진 두 사람. 하지만 피터 레이크는 도시를 지배하는 갱단에 쫓기고 있는 신세고, 베버리는 언제 병세가 악화될지 모른다.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사랑, 그리고 인간의 삶, 문명의 발전, 정의에 대한 깨달음까지 담아낸 장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윈터스 테일』은 시작부터 독특한 분위기로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뉴욕은 지금까지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거대하고 매력적인 도시지만 『윈터스 테일』의 뉴욕은 굉장히 독특하다. 사람을 삼키는 구름 장벽에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는 엄청난 양의 황금을 실은 황금 운반선이 오가고, 지하에는 산 사람조차 물속에 가둬버릴 수 있는 기이한 묘지를 품고 있는 곳이다.

 

이곳을 무대로 살아가는 인물들 역시 범상치 않다. 먼저 지도에 없는 습지에서 자라 최고의 기계 기술자에서 갱단이 되었다가 마침내 도망자가 된 피터 레이크. 그는 도시 속에서 여러 가지를 얻고 또 잃어가는 인간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도시를 지배하는 쇼트 테일 갱단과 그 우두머리인 펄리 솜즈. 그는 대도시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악과 범죄를 대변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상하지만 순수한 소녀 베버리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백마가 있다. 이 둘은 대도시의 혼란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 순수함을 상징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 도시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여러 가치들과 삶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다.

 

『윈터스 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신화 속의 등장인물처럼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도시의 여러 단면들을 상징한다. 그들의 말이나 행동은 때로는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과장되게 묘사되어 있는데, 리얼리티보다는 비유와 상징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쭉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과장되고 이상하게 보이던 인물들이 모여 오히려 리얼리티를 강조한 작품들보다 더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순간들이 많다. 세월을 넘어 수백 년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고전 명작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순간들이다. 그것이 바로 『윈터스 테일』이 ‘뉴욕 에픽’이라 불리며 오랫동안 미국 독자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아 온 이유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저자 마크 헬프린은 신화적인 비유들을 사용해서 현대 인간의 삶과 자본주의 도시 세계의 단면들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정의와 사랑 같은 보편적이지만 추상적인 가치들을 효과적으로 작품 속에 구체화한다. 이렇게 뚜렷한 메시지들과 함께 마크 헬프린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와 독창적인 은유, 아름다운 문장들이 더해져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신화적인 ‘또 하나의 뉴욕’이 탄생한다.

 

이 작품의 제일 중요한 주인공은 바로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은 배경으로서도 이미 수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윈터스 테일』의 뉴욕은 단순한 이야기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저자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처음에 도시를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결국에는 그 도시가 인간의 삶을 결정하게 됨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신화와 역사, 현실과 환상, 사랑과 정치, 야망과 배신이 뒤얽혀 수많은 이야기에 한 번에 펼쳐지는 이 작품과 보조를 맞춰가기가 힘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여정까지 함께한 다음에는 이런 작품이기에 그 거대한 도시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도시 그 자체를 한 편의 소설로 담아낸 장대함부터 그리고 아주 사소한 장면이나 복선까지도 이야기의 일부로 승화시키는 섬세함까지, 곱씹어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감동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 바로 『윈터스 테일』이다.

 

 

작가 마크 헬프린 소개

 

1947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영화사에서 일하던 아버지와 브로드웨이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허드슨 강과 함께 성장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프린스턴 대학, 옥스퍼드 대학을 거치며 공부를 계속해온 그는 1977년 『정제사의 불』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마크 헬프린은 1983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 『윈터스 테일』을 발표했다. 『윈터스 테일』은 아름다운 문장과, 뚜렷한 주제의식, 독특한 세계관 등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이후 30년 넘게 미국 현대문학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일컬어지며 최근까지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윈터스 테일』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각본상, 골든글로브 각색상을 수상한 아키바 골즈먼이 직접 각색하고 감독을 맡았을 뿐 아니라 콜린 파렐, 러셀 크로우 등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저자인 마크 헬프린은 <뉴요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할 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는 장편소설 『햇빛과 그림자 속에』를 발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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