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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30)] 나를 잊지 말아요



[책을 읽읍시다 (430)] 나를 잊지 말아요

다비트 지베킹


나를 잊지 말아요

저자
다비트 지베킹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2-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그 마지막을 지키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
가격비교

저 | 이현경 역 | 문학동네 | 32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젊은 시절 눈부시게 아름답고 지적이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 가족과 주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쌓여가는 엄청난 메모들. 이 책은 아들인 저자 다비트 지베킹이 엄마가 치매를 겪기 시작한 때부터, 투병의 기간을 거쳐 영면에 들기까지 5년간, 엄마와 가족의 마지막 시간을 담은 기록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한창 일하며 부모님 집에 자주 들르지도 못하던 30대 중반에 그의 어머니가 낯선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들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눈 감고도 만들던 익숙한 맛의 엄마표 라자냐도 엉망이 된 채 식탁에 나온다. 하필이면 말썽만 부리고, 돈도 못 벌던 막내아들이 드디어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세상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그때에.

 

아들은 엄마의 상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악화되는 것을 보며 엄마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엄마를 집중적으로 돌보면서 일도 병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바로 엄마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직접 만드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는 점점 아들과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한 채 기억을 상실해간다. 하지만 오히려 자식들과 아버지는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엄마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계속 발견해간다.

 

서로 사는 게 바빠 자주 만나지도 못했던 가족이 엄마로 인해 한마음이 된다. 또 다른 여자와의 관계로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버지가 회심을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 독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정원을 가꾸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것도 그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장면이다. 엄마의 치매라는 높은 파도가 이들을 덮치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가족 간의 ‘진심’과 진실은 남은 시간이 짧기에 더욱 빛난다.

 

생의 마지막을 향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가족의 애틋한 시선과 그 과정에서 겪는 고된 간병 생활, 새로이 드러나는 아빠 엄마의 비밀 등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내내 뭉근하게 데울 것이다. 언젠가 부모가 곁을 떠날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그 순간이 닥치면 자식들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지거나 황망할 뿐이다. 이 책은 가족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보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 다비트 지베킹 소개

 

1977년 독일 출생.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베를린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단편영화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영화 〈데이비드는 날고 싶어〉가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실제 자신의 어머니를 기록한 장편 다큐멘터리 〈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2년 스위스 국제영화제 로카르노페스티벌에서 비평가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2013년 10월 제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EDIF)에서 〈나의 어머니 그레텔〉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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