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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34)] 안트베르펜



안트베르펜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4-0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문학은 패배할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내서 싸움에 나서는 것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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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34)] 안트베르펜

로베르토 볼라뇨 저 | 김현균 역 | 열린책들 | 142쪽 | 10,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이라는 찬사를 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문학적 우주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안트베르펜』은 1980년 스물일곱 살의 볼라뇨가 본격적으로 소설 집필에 몰두하면서 썼던 첫 번째 중편소설로, 2002년 마흔아홉 살이 되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볼라뇨의 문학적 우주의 빅뱅〉이라 불리며 파편적인 이야기가 중첩돼 끊임없이 증식하는 볼라뇨 문학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안트베르펜』은 일반적인 소설의 형태로 보기 어려운, 오히려 연작시 같은 형식을 취하며 끊임없이 열려 있는 가능성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해변을 오가는 임시 종업원들, 어떠한 말이나 문장도 만들어 낼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영국인 작가, 범인으로 의심받는 숲 속의 꼽추, 콜란 야르라는 미지의 인물에게 쫓기는 사람들, 헤로인을 땅에 묻는 일꾼들, 지령서를 들고 사건 현장을 찾아가는 경찰, 경찰과 몸을 섞는 빨강 머리 소녀, 오토바이를 타고 대로 끝으로 멀어지는 금발 소녀…….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이끄는 각각의 사건들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들끓으며 볼라뇨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몇 가지 주제를 탄생시킨다. 악(惡), 병(病), 범죄, 절망 등 이 세계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조명하고 그 근원에 관해 파헤치고자 했던 그의 저항의 기저에는 『안트베르펜』이 있었다.

 

볼라뇨의 작품 세계는 각각의 이야기가 끝없이 교차하며 서로를 비치는 스핀오프의 전략이 지배한다. 『안트베르펜』에서 〈섬광〉처럼 스쳐가는 이미지들은 강렬한 메시지로 점철되며 다른 작품들로 뻗어나가는 지류를 형성한다. 『안트베르펜』의 〈섬광〉은 『야만스러운 탐정들』 속의 절망, 『2666』 속의 범죄, 『라틴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속의 악(惡), 『참을 수 없는 가우초』 속의 병(病)으로 무한히 증식하며 그가 죽은 뒤에도 여전히 텍스트라는 궤도를 헤매고 있다.

 

볼라뇨는 죽기 전 어느 인터뷰에서 『안트베르펜』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라 말한 적이 있다. 가공되고 성숙되기 이전, 날것 그 자체인 젊은이가 〈패배할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내서 싸움에 나서는〉 문학을 하고 있을 때 습작 노트 속에 끓어 넘치는 원형이 숨 쉬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소개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볼라뇨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항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비롯해 장편소설 『먼 별』 『부적』 『칠레의 밤』, 단편집인 『전화 통화』 『살인 창녀들』 『참을 수 없는 가우초』 『안트베르펜』, 시집 『낭만적인 개들』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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