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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42)] 바다 위의 소녀



바다 위의 소녀

저자
쥘 쉬페르비엘 지음
출판사
이모션북스 | 2014-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시인 쥘 쉬페르비엘의 12개의 보석같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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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42)] 바다 위의 소녀

쥘 쉬페르비엘 저 | 정지현 역 | 이모션북스 | 242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우주적인 시적 세계를 구축한 쥘 쉬페르비엘의 단편들은 불가사의한 세계를 무대로 전혀 예측하기 힘든 이야기가 펼쳐진다. 통상적인 소설을 대할 때와 같은 태도, 다시 말하면 지상적인 인과율에 묶인 채 세상을 보는 태도는 쉬페르비엘의 ‘우주’에서는 전혀 그 입구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마치 천사처럼 전혀 무게감이 없는 존재가 되어 한번 이 우주에 들어가게 되면 거기에서는 어떤 이상한 일을 만나더라도 모든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이 우주에서는 우리의 지상의 삶에서 당연시되는 여러 경계선들, 세계를 분할하고 있는 여러 경계선들을 가볍게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이 우주에서는 삶과 죽음, 동물과 인간, 현실과 몽상, 지상과 천상이 서로를 마주 대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루과이 태생의 프랑스인인 쥘 쉬페르비엘은 무엇보다도 시인으로서 그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일생을 프랑스와 우루과이를 왕복하면서 살았던 그는 초현실주의의 전성기에 시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지만 초현실주의와는 항상 거리를 두는 입장이었다. 그 자신이 밝힌 대로 꿈의 세계는 그 자체로 너무나 유동적인 것이어서 그 자신의 상상력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자신만의 독자적이고 ‘우주적’인 시적 세계를 지키면서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의 높은 평가를 끌어냈으며 말년의 릴케도 그의 시의 열렬한 독자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김수영이 그에 대한 예찬을 자신의 산문에서 쓴 바가 있다.

 

시 못지않게 쉬페르비엘이 자신의 경력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온 영역이 환상적인 단편 소설, 즉 프랑스어로 conte fantastique라고 불리는 장르이다. 『바다위의 소녀』 『노아의 방주』 같은 단편집은 그의 시에 못지않는 많은 독자를 확보했던 작품들이다.

 

쥘 쉬페르비엘의 소설을 처음 국내에 소개하게 되는 이 책에는 첫 단편집인 『바다위의 소녀』에 실린 8편 전부에다 두 번째 단편집 『노아의 방주』에 실린 4편(‘노아의 방주’, ‘우유 사발’, ‘밀랍 인형들’, ‘아내를 다시 만나다’)을 추가해 모두 12편을 실었다. 쉬페르비엘의 ‘환상적 우주’의 영묘할 정도의 이야기성의 매력과 시적 환상성의 풍부함을 맛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에 그다지 열심히 시를 읽지 않는 독자에게도 쉬페르비엘의 시가 예외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야기성’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쉬페르비엘의 시는 (단편) 이야기의 구성에 의해 그 틀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고 역으로 그의 단편은 시적 환상에 의해 그 풍부함을 획득하게 된다고 말이다. 이처럼 시와 단편은 한없이 가까워지는데 하지만 역시 거기에도 차이가 있어서 시인 자신이 충분히 그 점에 대해 의식하고 있었다. 쉬페르비엘 자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야기 작가의 논리가 시인의 두서없는 몽상을 감시하고 있다. 시작품 전체의 통일성은 시의 마법의 효과를 잃지 않으면서 그 기반을 강고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속에서 이야기작가가 시인을 감시하고 있다고 했을 때 물론 나는 그 두 장르의 차이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편은 어느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 똑바로 나아가는 것에 비해 내가 보통 생각하고 있는 시라고 하는 것은 동심원상으로 넓어져 가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시피 쉬페르비엘의 작품에는 아이들, 특히 소녀가 자주 등장한다. 『바다위의 소녀』 『세느 강의 이름 없는 처녀』 『바이올린의 소리를 내는 소녀』 등에서 등장하며 『노아의 방주』에서도 홍수의 징조를 알아내는 것은 학교에 다니는 한 소녀이다. 이 소녀들에게 공통적인 점은 자신들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을 슬퍼하면서도 무언가를 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는 점이다. 그저 귀여운 소녀들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안간힘의 배후에 인간 존재의 우주 속에서의 깊은 고독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쉬페르비엘의 단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히는 바다위의 소녀』는 우주 속에 홀로 있는 존재를 가장 잘 부각시킨 작품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바다위에 떠있는 어느 마을이 전해 주는 강렬한 이미지라는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대서양의 한복판에 떠 있는 어느 마을, 주변에 배가 나타나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이 마을의 대로에서 저멀리서 한 소녀가 걸어오는 이미지는 이 작품을 읽은 다음에도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에서 쉬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대양 한복판에 떠 있는 작은 마을의 이미지는 우루과이와 프랑스 사이를 왕복하던 쉬페르비엘 자신의 경험에서 탄생된 것이라 짐작된다. 『세느 강의 이름 없는 처녀』에서 묘사되는 해저의 세계, 『노아의 방주』에서 온갖 동물들이 가득찬 배 안의 모습 같은 것들도 비행기가 일반적인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항상 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해야했던 그에게 있어서는 의외로 친근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작가 쥘 쉬페르비엘 소개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지만 양친은 프랑스인이었다. 일생을 통해 프랑스와 우루과이를 왕복하면서 살았고 이런 경험이 어떤 하나의 시점에 몰입하지 않는 복합적인 측면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창작에서는 일관되게 프랑스어로 했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것에 완전히 사로잡히지는 않았고 범신론적인 경향이 있는 이미지와 고독감, 여운이 넘치는 시를 꾸준히 발표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또한 환상적이면서 우화적인 단편소설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시집에 『중력』 『미지의 친구들』 등이 있으며 단편집에 『바다 위의 소녀』 『노아의 방주』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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