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43)] 레퀴엠 - 어떤 환각
안토니오 타부키 저 | 박상진 역 | 문학동네 | 144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탈리아 작가로 손꼽히는 안토니오 타부키, 그가 사랑한 포르투갈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게 바치는 오마주. 동시에 포르투갈 아내를 맞아 리스본에 거주하며 제2의 모국으로 삼았던 포르투갈 문화, 사람, 풍경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안토니오 타부키가 송두리째 홀린 한 시인과 그 시인의 나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산물이다. ‘나’는 칠월 하순의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리스본 한 부둣가에서, 오래전 죽은 시인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타부키의 화자 ‘나’는 정오에서 자정까지, 죽은 시인을 만나기 전까지, 좀더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리스본 곳곳을 헤매며 걷는다. 그러다 마주친 23명의 인물들―젊은 마약중독자, 로토 가게 절름발이, 택시 운전사, 브라질레이라의 웨이터, 늙은 여자 집시, 묘지 관리인, 죽은 친구 타데우스, 나의 젊은 아버지, 고미술박물관 바텐더, 복제화가, 검표원, 이야기 장사꾼, 아코디언 연주자 등―은 점차 나타나지 않는 시인의 은밀한 초상을 스케치해낸다.
생전에 여든 개가량의 여러 이명으로 활동했던 독특하고도 기이한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 그의 작품 속에 등장했던 인물 군상들이 곳곳에 속출한다. 이는 일생에 타부키가 만나고 헤어진 겹겹의 사람들이 짜나간 작가 자신의 초상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 등장한 시인과 나누는 대화에서, 마침내 작가 타부키는 그가 뜨겁게 마주했던 한 세계, 한 시인, 한 나라의 추억들과 더불어 이 각별한 레퀴엠을, 그가 사랑했던 길거리 음악처럼 잊힐 수 없는 인물들과의 만남으로 연주해낸다.
이 책에서 작가의 분신 ‘나’가 지나는 리스본과 인근 지역 곳곳의 세밀한 풍경 스케치는 이 책의 또다른 재미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사랑했던 시인 페소아의 눈 속으로 들어가 포르투갈 풍경을 스케치해나가는 타부키의 재담과 위트는 읽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무엇보다도 실제 오늘날 리스본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해외 언론으로부터 ‘꿈, 환상, 현실이 뒤섞인 그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책에는 갖가지 포르투갈 지역 음식과 술이 등장한다. 특히 산 자(주인공 ‘나’)와 죽은 자(친구 타데우스, 나의 손님)가 한자리에 만나 나누는 식사에서 ‘음식’은 문학적 심벌을 넘어, 또하나의 시대문화와 지역문화를 반영하는 심벌이 된다.
평생 페소아를 연구하고 그의 나라 포르투갈을 사랑한 한 문학가의 꿈같은 여행기이자, 작가의 젊은 시절이 깃든 자서전이자, 포르투갈 사람과 그 음식이 소개되는 사랑스러운 미니 요리책. 죽은 시인 하나를 만나러 가서 스물세 명의 인물과 맞닥뜨리는, 귓전에 맴도는 길거리 음악과도 같은 진혼곡.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 소개
안토니오 타부키는 1943년 9월 24일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났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번역자이자 명망 있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인도 야상곡』 『레퀴엠』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는 각각 알랭 코르노, 알랭 타네, 로베르토 파엔차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메디치 외국문학상, 장 모네 상, 아리스테이온 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이탈리아 광장』으로 문단에 데뷔해 『수평선 자락』 『사람들로 가득 찬 트렁크―페소아가 남긴 수고』 『꿈의 꿈』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몬테이루 다마세누의 잃어버린 머리』 『플라톤의 위염』 등 20여 작품들이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다. 2012년 3월25일 예순여덟의 나이로 또다른 고향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암 투병중 눈을 감아, 고국 이탈리아에 묻혔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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