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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44)] 공중그네를 탄 중년 남자

[책을 읽읍시다 (444)] 공중그네를 탄 중년 남자

제임스 써버 저 | 김일기 역 | TENDEDERO(뗀데데로) | 224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제임스 써버는 ‘제2의 마크 트웨인’으로 불리는 최고의 유머 작가이자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단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제는 오히려 영화『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원제: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의 원작자라고 소개하는 편이 더 친근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공중그네를 탄 중년 남자』는 마흔 줄에 접어든 저자가 이혼과 재혼이라는 개인사의 격변기를 거치며 발표한 단편집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1935년 당시 미국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충분히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글 묶음으로 만들기 위해 편집자와 번역자가 논의를 거듭하며 원작에서 열일곱 편의 이야기를 옮겨 담았다.

 

중년이란 나이에 명확한 경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청년을 벗어나 노년으로 가기 전의 어디쯤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바로 그 시기를 맞이했다. 대체로 불혹 언저리에 있다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불혹 언저리의 중년 남자들에게 세상이 기대하는 건 흔들림 없는 안정된 모습이리라. 하지만 써버의 남자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공중그네를 탄 듯,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위태롭다.

 

타인의 기계적인 친절이 불편해 한겨울에도 외투를 입지 않는 남자가 있고 사랑스럽지도 않은 개를 애지중지 끼고 다니는 유별난 가정부가 못내 마음에 걸리는 남자가 있다. 아내의 사소한 습관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린 남자가 있는가 하면 이름 난 악당과 비슷하게 생긴 탓에 파국으로 치닫는 남자도 있다. 서른넷에 초등학교를 다시 다니고, 정처없이 도시를 배회하고, 심지어는 상자 안에 숨고 싶어 한다.

 

작가는 중년 남자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순간, 혹은 당혹감을 꿀꺽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려는 애처로운 순간에 렌즈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른다. 작가의 눈에 비친 그들은 섬세하고 예민하고 소심하다. 세상에 무뎌지지 못해, 거칠고 모질지 못해서 삶이 고단하다. 그들은 관계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관계 때문에 버티기도 하며 관계 속에서만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별난 사람들의 별난 이야기기가 아니다. 어쩌면 주변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 누군가 무르익은 술자리에서 은연중에 털어놓을 솔직한 속내일지도 모른다. 적잖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눈밑이 그늘진 중년 남자의 속사정은 여전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공중그네를 탄 중년 남자』에서 저자는 자기고백적 성격이 강한 단편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직접 그린 삽화들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애틋한 시선으로 이 시대 중년 남자들의 고단한 속내를 에두른다. 유머와 비애감이 한 쌍의 자전거 바퀴처럼 굴러가고, 코미디와 비극이 뺨을 맞대고 탱고를 추는 듯한 그의 글은 과연 ‘마크 트웨인과 헨리 제임스의 미덕을 두루 갖춘 작가’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작가 제임스 써버 소개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에서 삼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형제들과 ‘빌헬름 텔’ 놀이를 하다가 한쪽 눈이 화살에 맞아 실명하는 불운을 겪었다. 시력이 나빠 또래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몽상과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글쓰기와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활발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생활을 마친 뒤 『콜럼버스 디스패치』 『시카고 트리뷴』 『뉴욕 이브닝 포스트』 등에서 기자와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마침내 평생의 귀인인 E.B. 화이트를 만나 재능을 활짝 꽃피우게 된다. 동화 『샬롯의 거미줄』로도 잘 알려진 E.B. 화이트는 써버의 그림 실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써버가 삽화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써버는 유머러스한 필치와 개성 넘치는 화풍으로 192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약 20여 년 간 『더 뉴요커』의 황금기를 이끌었으며 『더 뉴요커』를 통해 발표한 단편소설들은 미국 전역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50대에 이르러 나머지 한쪽 눈마저 실명하는 비극적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1961년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편소설과 에세이 동화, 우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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