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45)] 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저 | 정영목 역 | 문학동네 | 408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상세하고 창조적인 묘사 때문에 1969년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이 금서로 지정했다. 또 호주에서는 금수 조치되어 펭귄북스가 밀매까지 단행했던 문제작.
1969년 2월, 필립 로스는 세번째 장편소설이자 네번째 책 <포트노이의 불평>을 출간한다. 책이 나오기 전에 뉴저지에 사는 부모님을 뉴욕으로 모셔온 다음 이 책이 불러일으킬 논란과 그것이 부모님의 삶에 끼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둘 만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로스지만, 막상 그 일이 닥쳤을 때 그 파장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 책 『굿바이 콜럼버스』로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받은 이후 문단이라는 좁은 세계의 명사였던 필립 로스는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단숨에 미국사회의 앙팡테리블로 부상한다.
『포트노이의 불평』이 건드린 금기 중 하나는 유대인 스스로 자기 민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금기였다. 필립 로스는 이미 1959년에 첫 책 『굿바이 콜럼버스』에서 상류층 유대인들의 도덕적 위선과 허위를 비판적으로 그려내 유대인들에게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찍힌 터였는데, 『포트노이의 불평』을 통해 다시한번 이 금기에 맞선 것이다. 그는 중산층 유대인 가정의 이민 2~3세대들이 성공에 대한 부담과 유대교의 규율에 얼마나 짓눌려 살아가고 있는지 폭로하며 그에 대한 분노를 여과없이 표출한다.
그러나 『포트노이의 불평』이 미국사회에서 그토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건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도덕적 진지함 혹은 점잖음이라는 가치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포트노이의 불평』은 앨릭잰더 포트노이라는 서른 중반의 엘리트 변호사가 정신과 의사 슈필포겔에게 자신의 불행한 일생을 토로하는 400쪽짜리 독백이다.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을 따라 자유연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포트노이의 독백은 무척 감정적이고 두서없으며 자주 곁길로 빠진다.
주인공 포트노이는 1933년 미국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기억에 가장 강하게 박혀 있는 인물’인 어머니 소피는 유대교의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강요하고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결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누나를 똥이라고 불렀다고 포트노이의 입을 세탁비누로 닦아내고 집 밖에서 패스트푸드라도 먹었을까봐 아들의 대변까지 검사하려 한다.
흑인 빈민가를 담당한 보험 판매원인 아버지 제이크는 불평 한마디 않고 밤낮 없이 ‘개처럼’ 일하지만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무시당하고 늘 변비와 두통에 시달리는 초라한 인물이다. 아들 포트노이에게 자신의 아메리칸드림을 유산처럼 물려주고 싶어한다. 포트노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부담스러워하고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제약하는 유대인의 전통을 견딜 수 없어한다.
포트노이는 부모의 바람에 반해 엇나가기 위해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 소녀들을 쫓아다니고, 부모의 구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위행위가 주는 순간적인 쾌락에 몰두한다.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밤이든 낮이든 포트노이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방식도 점점 기상천외해진다.
『포트노이의 불평』에 나오는 어휘들 중에는 문학 텍스트에서는 보기 힘든, 남학교 화장실 낙서에서나 볼 법한 거칠고 상스러운 비속어들이 많다. 또 포트노이의 수음 경험담과 섹스 편력은 불쾌할 정도로 몹시 적나라하다. 그렇기에 1969년 당시 『포트노이의 불평』을 접한 사람들이 느낀 충격과 당혹감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도였을 것이다.
학벌, 외모, 재능,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엘리트 변호사 앨릭잰더 포트노이.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부모님 말에 휘둘리고, 툭하면 감상적인 자기연민에 빠져들고, 길에서 멋진 여자만 보면 따라가서 집적대는 찌질이다. 진정한 남자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포트노이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여과 없이 날것 그대로 쏟아놓는 섹스 편력, 분노, 원망, 빈정거림 들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 필립 로스 소개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작가.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필립 로스를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필립 로스는 1933년 미국 뉴저지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시카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졸업 후 이곳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이후 아이오와와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1959년 유대인의 풍속을 묘사한 단편집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하며 데뷔한 로스는 이듬해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후 1969년 어느 변호사의 성생활을 고백한 『포트노이 씨의 불만』을 발표하며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둔다.
필립 로스는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문화예술훈장(National Medal of Art)을 받았고, 2002년에는 존 도스 파소스, 윌리엄 포크너, 솔 벨로 등의 작가가 수상한 바 있는,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에서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필립 로스는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다. 2005년에는 ‘2003∼2004년 미국을 테마로 한 뛰어난 역사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을 노린 음모』로 미국 역사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또한 최근에는 펜(PEN) 상 중 가장 명망 있는 두 개의 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불멸의 독창성과 뛰어난 솜씨를 지닌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나보코프 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 벨로 상을 받았다. 로스는 미국의 생존 작가 중 유일하게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 미국 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 출판사)에서 완전 결정판(총 9권)을 출간한 작가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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