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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86)] 델리

 


델리

저자
쿠쉬완트 싱 지음
출판사
주식회사 아시아 | 2014-11-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대문호 쿠쉬완트 싱의 최대 걸작 ‘델리’ 600년 역사의 허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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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586)] 델리

쿠쉬완트 싱 저 | 황보석 역 | 아시아 | 592쪽 | 17,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쿠쉬완트 싱의 장편소설 『델리』가 출간됐다. 쿠쉬완트 싱이 일흔다섯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저자가 25년여의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 1950~1960년대의 왕성한 활동 이후, 일흔의 노구로 다시금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 시발점과 같은 작품이다. 완성도는 물론 소재와 주제의 강렬함 때문에 출간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소설이 출간되자 인도에서 호평과 악평, 극과 극의 의견이 충돌했다. 호평은 인간의 본성을 여실히 그려냈을 뿐 아니라 델리의 역사를 다채로운 기법으로 소설적 구성 속에 담아냈다는 것이었고 악평은 쿠쉬완트 싱을 『악마의 시』로 유명한 살만 루시디와 동일시하여 『델리』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슬람교를 음해하려는 선전 캠페인이며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순전히 에로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델리』는 소위 ‘잘 나가는’ 인도 소설의 대표 주자이다. 인도를 대표하는 7대 소설을 뽑자면, 인도의 국민 작가 쿠쉬완트 싱의 『파키스탄 행 열차』와 『델리』,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 로힌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 비카스 스와루프의 『슬럼독 밀리어네어』,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문제작이자 부커 상 같은 큰 상을 수상한 걸작이기도 하다.


『델리』에 등장하는 도시 ‘델리’는 이 세상의 어느 도시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폭군들의 학정을 목격하고, 주기적으로 그 도시를 유린한 침략자들로부터 파괴를 당하고, 무수한 학자들, 작가들, 시인들, 신비주의자들을 배출했다. 또한 좌절적인 경험을 했을 때마다 델리를 지켜온 불굴의 정신들이 넘쳐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델리의 완벽한 표현을 위해 쿠쉬완트 싱은 사랑, 열정, 섹스, 미움, 복수 그리고 폭력을 쏟아 부었다. 주인공인 남녀추니 바그마티는 실제와 가공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소설은 그녀를 황량한 거리에 눕혀 놓았다. 남녀추니가 소설의 풍부한 소재가 될 수 있고 또한 계속된 침입자와 지배자들에 의해 닳고 모욕당하고 학대받고 그래서 이쪽도 저쪽도 될 수 없었던 도시 델리를 상징하는 가장 적당한 소재가 될 것이었다.


『델리』는 살만 루시디의 『한밤의 아이들』에 비해 현란하거나 몽롱한 느낌은 덜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더 탁월한 느낌을 준다. 훨씬 더 극적이고, 에로틱하며, 폭넓은 시야가 눈에 띈다. 『델리』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황홀한 프레스코 벽화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 소설은 이야기 사이사이에 익살맞은 유머와 작중인물들의 장난기가 적절히 배합되어 그 어느 소설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쿠쉬완트 싱의 타고난 유머감각은 독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금치 못하게 하는 대목을 자주 제공하곤 한다. 그러나 그저 웃음만을 자아내게 하지는 않으며 결코 놓칠 수 없는 심오한 생의 철학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대문호이자 편집자,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쿠쉬완트 싱’은 일찍이 서른 살이 갓 넘은 1956년에 『파키스탄 행 열차』로 인도를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소설 덕분에 파키스탄과의 분단의 아픔을 공존했던 인도인들은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할 정도이다. 그는 또한 체제 비평과 위선에의 도전으로 인도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 그러면서도 유머와 명량 쾌활한 면모를 잃지 않는다.



작가 쿠쉬완트 싱 소개


1915년 인도 펀자브 주 하달리에서 출생했다. 라호르 행정 대학과 성 스티븐 대학, 영국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를 거쳐 런던 변호사협회 이너 템플에서 교육을 받았다. 1938년 개업 변호사로 경력을 시작한 후, 1947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도 정부의 정보 책임자로 있었다. 1951년에는 방송국 저널리스트로 적을 옮겼다.


1956년 편집자로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쿠쉬완트 싱은 요즈나(Yojna) 지를 창립하였고 편집자를 겸했다. 이후 일러스트레이티드 위클리 오브 인디아, 내셔널 헤럴드, 힌두스탄 타임즈의 편집자를 역임했다. 인도에서 가장 저명한 작가라 칭할 만한 쿠쉬완트 싱은 『파키스탄 행 열차』(1956),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듣지 않으리』(1959), 『델리』(1990), 『여인들의 회사』(1999) 등의 소설과 두 권짜리 걸작인 『시크교도의 역사』(1963)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밖에 시크교도들의 종교와 문화, 델리의 현실과 당면 문제에 관한 여러 편의 번역서들과 논픽션들을 냈다. 1983년에는 영국 BBC TV 다큐멘터리 제3의 눈 : 제3세계-자유 언론?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1954년 그로브 프레스 어워드(Grove Press Award) 소설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 고, 1974년 인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파드마 부샨(Padma Bhushan) 상을 수상했으나 1984년 인도 군대가 황금사원으로 쳐들어간 것에 대한 항의로 그 상을 반납했다. 2007년 인도 정부는 그에게 다시금 파드마 부샨 상을 수여했다. 1980년부터 1986년까지 인도 국회 상원의원을 역임했던 쿠쉬완트 싱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더욱 왕성한 저작활동을 펼쳤다. 2002년에는 자서전 『진실과 사랑, 그리고 약간의 악의』를 출간했다. 100세를 1년 앞둔 2014년 3월 20일 타계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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