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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91)] 잭나이프

 


잭나이프

저자
#{for:author::2}, 잭나이프#{/for:author}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14-1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작가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결정판!"당신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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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591)] 잭나이프

엠마뉘엘 베르네임 저 | 이원희 역 | 작가정신 |144쪽 | 10,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작가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첫 소설인 『잭나이프』는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의 신호탄을 울리는 작품이다.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 엘리자베스는 10년째 가방 안에 잭나이프를 넣고 다닌다. 그녀는 이따금 잭나이프를 꺼내보곤 하지만, 직접 쓴 적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칼날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혼란에 휩싸인다. 잭나이프가 그녀의 가방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녀, 엘리자베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칼을 사용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라는 것이고, 칼날에 피가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잭나이프로 누군가를 찔렀다는 뜻이다. 도대체 그녀는 왜, 그리고 누구를 칼로 찌른 것일까?


며칠 후 그녀는 마침내 그 일을 기억해낸다. 그녀는 파리의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옆에 있는 남자의 등을 잭나이프로 찔렀던 것이다. 그러고는 혼잡한 틈을 타 지하철에서 내렸고,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그녀의 손가락 끝에는 남자가 입었던 사슴가죽 점퍼의 부드러운 감촉만이 감돈다. 하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그녀의 삶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칼로 찌른 남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지하철 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는 단신으로도 실리지 않았고, 지하철 내 시시티브이에도, 파리 교통공사에도, 그 어디에도 피해자의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가해자는 있는데 피해자는 없는 상황에 그녀는 진저리를 친다.


이후 그녀의 놀라운 변신은 정작 그녀가 찌르고 싶었던 것은 안온하지만 무의미한 자신의 삶 자체였음을 깨닫게 한다. 그녀는 난생처음 하이힐과 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자르고, 무뚝뚝하게 대했던 직장 동료들에게 말을 건네고, 혼자서 멀리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피해자를 찾기 위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녀의 무미건조한 일상은 그렇게 피해자, 즉 사슴가죽 점퍼를 입은 그 남자를 찾기 위해 활기차게 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맞닥뜨리게 된 그 남자의 정체와 그에 따른 충격은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관능과 욕망으로 탈바꿈한다. 사랑, 환상, 위안, 쾌락과 증오, 망상, 절망이 공존하는 관능과 욕망의 세계는 우리를 강렬하게 매혹시킨다.


이 소설은 마치 ‘느닷없이 옆구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우리의 의식에 예리한 일침을 가한다. 엘리자베스의 가격은 살아 있지만 죽어 있는 것과 다름없는 무기력한 삶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피 냄새가 가신 칼날을 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일 뿐이었다”라고 푸념한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삶의 변화를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기대가 산산이 깨지고 만 것이다. 이처럼 극단적 행위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의미’를 가질 수 있길 바랐던, 삶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착은 황무지와 같은 현대인의 빈곤한 내면을 전사하듯 비추고 있다.



작가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개


955년 12월 13일 파리에서 태어나 일어학을 전공했고, ‘영화 평론’지에서 사 년간 사진자료실 책임자로 근무했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드라마 대본 심사위원이며 2010년부터 메디치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프랑수와 오종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베르네임은 이십 년 동안 백 쪽 남짓한 소설 다섯 편을 발표했다. 1985년 발표한 첫 작품 『잭나이프』로 이미 화제가 된 그녀는 『커플』(1987년), 『그의 여자』(1993년), 『금요일 저녁』(1998년)을 내놓았다. 특히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하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그의 여자』에서 감각적인 소설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스탤론』(2002년) 이후 거의 십 년이라는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한 신작 『다 잘된 거야』(2013년)는 자전적 소설로 아버지의 안락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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