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592)] 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저 | 오정아 역 | 살림출판사 | 52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조조 모예스의 신작 『원 플러스 원: 가족이라는 기적』은 그녀의 필력이 『미 비포 유』 이후로 얼마나 더 완숙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편소설이다. 아마도 그녀의 이 작품이, 벼랑 끝에 놓인 삶에서도 새롭게 나아갈 길을 찾아내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갈수록 삶이 팍팍해져가는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의 공감을 사며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듬뿍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벼랑 끝에 놓인 듯한 삶에서도 새롭게 다시 나아갈 길을 찾아내는 조조 모예스의 통찰력에 감동받고, 살면서 지우지 못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극복할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두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싱글맘 제스. 좀처럼 지칠 줄 모르고 약간은 제멋대로인 그녀의 유일한 낙은 열일곱 살 때 낳은 딸아이 수학 천재 탠지의 어려운 수학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또 지금은 별거 중인 남편이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니키가 편안하게 잠드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녀는 낮에는 가사도우미로, 밤에는 바텐더로 일하면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지만 늘 돈에 쪼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탠지에게 평생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찾아온다. 탠지의 수학 재능을 알아본 명문학교 세인트 앤에서 탠지에게 장학금을 줄 테니 입학하라는 권유를 해 온 것. 하지만 아무리 장학금을 받더라도 세인트 앤의 학비는 제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 그녀 앞에 남은 유일한 한 가지 방법은 탠지를 스코틀랜드에 데려가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시키는 것이다. 만약 탠지가 그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그 상금으로 학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제스는 그 가느다란 가능성에 운명을 걸어보기로 한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팔아 엄청난 부자가 된 젊고 유능한 남자 에드. 대학에 가서야 자신과 비슷한 ‘종족’을 만나게 된, 유년 시절을 외롭게 보낸 괴짜다.
대학시절 잠시 좋아했던 여자를 도우려다 단 한 번의 실수로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머리를 식힐 겸 제스네 가족이 사는 마을 근처의 별장에 와서 머물던 에드는 우여곡절 끝에 스코틀랜드로 떠나려는 제스네 가족의 여행에 휘말려 그들의 여정에 함께하게 된다.
제스와 에드. 두 인물의 빈부 격차는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주목해온 사회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작가는 “영국 사람들 대부분의 소득은 20,000파운드 이하라는 점과,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느낀 점들을 책에 담았다”고 이야기했다.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인 그녀는, 두 주인공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같은 목표를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다르게 살아가더라도, 가슴에 공통적으로 품은 단 하나가 무엇인지를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고 느끼게 만든다.
조조 모예스의 소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숨 쉴 틈 없이 독자들을 울고 웃기는 가운데 독자들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를 턱하니 던져준다. 전작인 『미 비포 유』에서는 ‘안락사’라는 매우 민감한 21세기적인 이슈에 대해 독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더니, 신작인 『원 플러스 원』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깊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소설 속에서 제스네 가족은 우리의 전통적인 시선으로 보면 마치 레고처럼 조립된 ‘비정상적인’ 가정이다. 하지만 그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아끼고 보듬으며 끈끈하게 만들어가는 유대 관계를 보면, 현대사회의 가족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되묻게 된다. 조조 모예스는 이번 소설에서도 이런 진지한 주제를 독자들의 가슴속에 던져 넣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그녀만의 경쾌하고도 발랄하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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