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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10)] 모멸감

 


모멸감

저자
김찬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4-03-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모멸감 ː 나의 존재 가치가 부정당하거나 격하될 때 갖는 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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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10)] 모멸감

김찬호 저 | 문학과지성사 | 340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한 기사 제목이다. 비단 뉴스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해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모멸감’이란 단어는 자주 쓰인다. 출퇴근길 도로 위에서 주고받는 거친 언사, 학교나 회사에서 겪는 크고 작은 모욕, 수화기 너머에서 혹은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들로부터, 심지어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에서 ‘모멸감’은 빈번하게 경험된다.


『모멸감―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은 ‘모멸감’을 키워드 삼아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조명하면서 한국인의 삶과 마음의 문법을 추적한다. 한국에서 모멸감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경험되고 그 본질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모욕을 주고받는가. 한국의 사회와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크고 작은 모욕이 이어지는 데는 어떠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가. 모멸감을 딛고 일어서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 못난 사람들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어떻게 열릴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심리학 문헌을 비롯해 뉴스 기사,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오가는 대사, 수많은 문학작품 등에서 수집한 적실한 실례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어가며 흥미진진한 논의를 전개해간다. 책의 저자인 사회학자 김찬호가 타진하고 있는 이 새로운 시도는 독자들에게 ‘감정’의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조망하고 성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 『모멸감』에서 ‘감정’을 사회적인 지평에서 분석하고 역사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함을 역설한다. 일부러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마음의 습관은 인간 사회를 순조롭게 작동하게 하지만 그 질서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사회를 보는 논리』 『문화의 발견』 『돈의 인문학』 등의 저서를 출간하며 일상에 주목해온 그간의 작업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멸은 ‘업신여기고 얕잡아봄,’ 모멸감은 ‘모멸스러운 느낌’으로 풀이된다. 모멸감은 나의 존재 가치가 부정당하거나 격하될 때 갖는 괴로운 감정이며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을 파괴한다. 많은 경우 모멸은 다른 모멸로 이어지면서 자괴감과 수치심을 확대 재생산하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분노는 자기나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도 표출된다. 저자 김찬호는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의 응어리로 ‘모멸감’을 지목하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모멸의 흔적을 다양한 각도에서 추적,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모멸감이 보다 날카롭게 경험되는 데는, 조선 시대에 형성된 귀천의식과 신분적 우열 관념이 자의적으로 청산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추진된 산업화와 급변한 사회 환경이 역사적 배경에 있다고 분석한다. 그와 맞물려 모든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도래가 다른 한 축을 이룬다. 바로 정치·사회제도와 경제력 간의 불균형, 삶의 형태와 의식 사이의 부정합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 곳곳에서 악플, 왕따, 감정노동, 갑을관계 등 모멸 권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돈 벌면서 받은 멸시를 돈 쓰면서 풀고, 누군가에게 당한 모욕을 다른 누군가에게 앙갚음하고, 아무도 대놓고 비웃지 않지만 스스로 열패감에 젖어든다. 은근히 깔보는 마음을 느끼고, 스스로에게도 그러한 시선에 동의하며 자격지심에 빠져든다.


그렇다면 모멸감을 뛰어넘어 인간을 존엄하게 하는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못난 사람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어떻게 열릴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의 4장과 5장을 통해 세 가지 측면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모멸감에 취약한 심성에 대해 저마다 일정 부분씩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존중과 자존의 문화는 여럿이 만드는 것이면서 그 출발과 귀결의 지점은 결국 각자의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새로운 시도는 바로 ‘음악’이다. 작곡가 유주환 선생이 텍스트를 바탕으로 마음이 머물게 된 열 군데 대목을 골라 모두 열 개의 곡을 썼다. 음악사적으로도 불안이나 분노, 고독이나 초조함, 슬픔이나 기쁨 등을 주제로 한 곡은 많지만,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다룬 곡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인문사회과학 서적과 음악과의 이 만남은 새로운 시도라는 참신함과 더불어 독자들이 텍스트를 읽고 향유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김찬호 소개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1962년 대전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학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기독학생운동에도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석사 논문으로는 이러한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난 고(故) 제정구 의원이 도시 빈민들과 함께 경기도 시흥에 일궈낸 공동체 복음자리 마을을 현지 조사하여 1986년에 '철거민 정착 공동체의 형성과 유지에 관한 연구' 라는 논문을 썼다. 그 후 일본 오사카 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문화사회학, 남성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 YMCA'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사회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회를 보는 논리』, 『여백의 질서』『일본 대중 문화론』이 있고, 번역서로 『작은 인간』,『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 『경계에서 말한다』, 『학교와 계급재생산』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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