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612)] 가족의 발견
최광현 저 | 부키 | 287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가족의 발견』은 수많은 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수년째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족의 두 얼굴』의 저자 가족심리치유 전문가 최광현 교수가 펴낸 두 번째 가족 이야기다. 이 책은 ‘왜 우리는 가족에게 상처받고 힘들어할까?’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주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더 이상 가족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와 가족을 보듬을 수 있을까?’에 대한 시원한 답을 주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우리 엄마가 너하고 놀지 말래! 이제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안 된대!”
한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는 아버지의 실직 때문에 친했던 친구에게 절교를 당했다. 이 일은 그 후로 오랫동안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이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가족심리치유 전문가이자 가족상담학과 교수가 되었다. 이제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게 된 그는 “유학 시절 독기 어린 공부는 ‘가난’이라는 수치를 내 가족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상담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가족의 상처에 대해 연구할 수 있게 한 힘이 그때의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어제까지 죽을 듯 싸우고 원수 같았어도 밖에서 치이고 서러운 날에 기댈 곳은 결국 가족밖에 없다. 늘, 거기, 그렇게, 그대로 있어 몰랐던 가족과 나의 상처를 발견하고 보듬고 공감하며 마침내 내가 행복해지는 법을 이 책 『가족의 발견』을 통해 찾아보자.
저자는 상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에서 만났다면 호감이거나 적어도 불편하지는 않을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고 선한 성품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왜 이런 사람들이 상담실을 찾게 된 걸까?
이들은 섬세하고 상냥한 성격으로 대부분 자기 자신보다 가족을 더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고 있었다. 특히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긴장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내면의 어두운 충동을 털어놓은 이 사람 역시 평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수였다. 그런데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우리 내면의 자아와 그림자가 균형을 이루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모든 소방관은 방화범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는 유럽 속담은 자아와 그림자의 균형 욕구를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이것은 가족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갈등과 긴장 상황에 놓여 있는 가족은 대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가족이다.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애쓰며 참은 만큼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잊거나 애써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 그리고 트라우마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서 자연스레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자식들에게 너무 냉혹했던 아버지만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없이 우울해지는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아버지는 전쟁으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였다. 트라우마가 크면 클수록 시야는 좁아지게 마련이다. 상황을 넓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더 크게 불안해하고 긴장하고 더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녀는 상담을 통해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냉혹했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를 지운 것도 외면한 것도 아닌, 그저 상처를 다른 각도로 바라봄으로써 일어난 변화였다.
이런 변화와 치유의 과정에서 가족과의 따뜻한 소통과 공감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가족은 우리에게 아픔과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피난처이기 때문이다. 소통과 공감은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 포옹 한 번이면 충분하다.
저자는 아들이 건넨 말 한마디로, 실망스러워 우울해질 수 있는 상황을 웃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 순간 아들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고 느꼈고 그런 아들이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아들의 말 한마디가 둘 사이의 공감과 소통을 일으킨 것이었다.
“행복한 가족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족은 불행의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처럼, 우리가 가족에게 받는 상처는 다 다를지 몰라도 그 회복은 모두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작가 최광현 소개
한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과 주임교수이자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
그는 우리 마음에 생긴 가장 깊은 상처는 대부분 가족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가족 안에서 겪는 문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경험하는 불행, 낮은 자존감, 불편한 인간관계 등의 뿌리가 가족 안에 있다고 보고 오랜 기간 가족 문제에 대해 공부하였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마치고 독일 본대학교에서 가족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가족치료의 다양한 방법 중에서 트라우마를 통한 가족치료를 전공하였다. 트라우마 가족치료는 부부 서로가 나고 자란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그대로 안고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감정이 얽히고설키면서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것에 주목한다.
이후 독일 본대학 병원 임상상담사와 루르(Ruhr)가족치료센터가족치료사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의 가족들이 안고 있는 갈등과 아픔을 목도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과 마음 불편하게 사는 사람들은 국경을 초월해 어디에나 많았다. 한국에 돌아와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으로 수많은 가족의 아픔을 상담해 왔으며 트라우마 가족치료 보급과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 치유에 힘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가족의 두 얼굴』『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가족세우기 치료』『인형 치료』가 있다.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 www.traumafamilytherapy.com)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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