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629)] 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저 | 김석희 역 | 열림원 | 345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쥘 베른의 출세작 『기구를 타고 5주간』은 지리학자이자 탐험가인 새뮤얼 퍼거슨 박사가 친구인 딕 케네디와 하인인 조 윌슨과 함께 유럽인의 발길이 닿아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중앙부를 횡단하는 탐험 이야기이다. 딕 케네디와 조 윌슨은 나일 강의 발원지를 최초로 확인하고 선구자들이 이미 탐험한 일부 지역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그 사이에 남아 있던 미답의 영역을 없애겠다는 퍼거슨 박사의 뜻에 동참한다.
사람들은 기구를 타고 아프리카를 탐험한다는 퍼거슨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거나 “계획이 너무 무모해서 믿을 수가 없다”며 탐험이 실패하리라고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퍼거슨은 의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한 사전 준비로 동해안의 잔지바르 섬에서 기구를 띄우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떠다니며’ 호기로운 탐험을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프리카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일행은 ‘아무리 봐도 싫증이 안 나는’, ‘황홀해서 넋을 잃게 되는’ 아프리카를 보며 탐험이 성공적으로 끝날 거란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커다랗고 동그란 기구에 탄 그들을 달의 아들로 오해하는 원주민들이 겨눈 머스킷 총의 표적이 되거나 하늘에서 매서운 새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물 한 방울 없고 기구를 띄울 바람 하나 없는 사막과 무서운 식인 풍습을 지닌 냠냠족은 때때로 그들의 순탄한 모험을 방해하고 위협한다. 그렇다고 기구 안에만 있다간 식량이 없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데다 궂은 날씨에 기구가 찢어지거나 강한 번개에 불이 옮겨붙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간과 자연의 방해와 횡포 속에서도 퍼거슨은 당찬 두 일행과 함께 험준한 산맥을 넘고 거대한 호수 위를 날며 아프리카의 지형을 기록하고 작은 풍경들도 놓치지 않고 두 눈에 담는다. 퍼거슨 일행은 5주 동안 파란만장한 생사의 기로에서 싸우고, 상상도 못할 문화적 충격과 흥미진진한 모험들을 맞닥뜨리는데…….
『기구를 타고 5주간』은 쥘 베른이 ‘경이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준 출세작이자 이후 쥘 베른의 작품 성향 속 모든 등장인물들과 기본 플롯들의 설정에 확실한 기초 토대가 되는 작품이다.
유네스코에서 펴내는 『번역서 연감』에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출간된 번역서의 총수가 실려 있다. 이 통계 조사를 시작한 1948년 이래 쥘 베른은 ‘Top 10’의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는데 가장 최근(2014년 12월)의 자료에 따르면 쥘 베른을 앞선 저자는 애거사 크리스티뿐이고, 셰익스피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만큼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의 공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소설에는 당시의 과학, 지리학, 식물학, 동물학, 고생물학, 역사, 문화, 정치 등 사회의 방대한 요소들이 사실적이면서도 짜임새 있게 녹아 있다. 어떻게 그토록 흥미진진하고 실감나게 풀어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베른의 원고가 초기에 청소년용 잡지인 ‘교육과 오락’에 연재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발한 작품에 매혹된 것은 결코 어린이들만이 아니었다. 『해저 2만리』는 시인 랭보의 〈취한 배〉에 영향을 미쳤고, 그 밖에도 장 콕토, 사르트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에 애착을 갖고 있는 작가는 수없이 많다.
작가 쥘 베른 소개
1828년 프랑스의 주요 항구도시 낭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배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키워 나갔으며 『로빈슨 크루소』 같은 모험소설을 즐겨 읽으며 멋진 모험가에 대한 꿈을 꾸었다. 성인이 된 베른은 1848년 고향을 떠나 파리로 이사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학업을 마치고 아버지처럼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의 궁극적 이상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파리 문학 살롱에 자주 드나들었고, 곧 문학에 심취하게 되었다.
베른의 초기작들은 희곡들이었으며 1850년대에는 당시 가장 성공적인 잡지 중 하나에 단편소설들을 연재하였다. 출판인 피에르쥘 헤첼이 1863년 『5주간의 기구 여행』 출판을 허락하고 이 책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소설가로서 베른의 경력이 시작되었다. 베른의 가장 잘 알려지고 성공적인 작품들은 헤첼과 계약을 맺어 출판된 것인데, 헤첼은 그 작품들에 ‘알려진 세계와 알려지지 않은 세계에서의 기이한 여행’이라는 시리즈 제목을 붙여 주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1872)를 포함하여 『지저 여행』(1864), 「해저 2만 리」(1869), 「미셸 스트로고프」(1876) 등이 이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과학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신봉하는 쥘 베른의 성향이 반영된 소설로서, 과학과 문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처음 소개된 때부터 지금까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연극으로도 상연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1869년부터 죽을 때까지 베른은 피카르디 주의 도시 아미앵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그는 중도 공화주의자로서 지역 정치와 행정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1886년 피에르쥘 헤첼이 죽은 뒤 베른은 그의 아들 루이쥘 헤첼과 계약하여 다수의 책을 계속해서 출판했다.
「카르파티아 성」(1892), 「프로펠러 섬」(1895) 등의 작품이 이 시기의 소설들이다. 1905년 베른이 죽은 후 아들 미셸은 수많은 유작들을 편집하여 출간하였다. 쥘 베른은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한 근면한 작가로 유명하며, 유작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베른의 소설은 총 64편에 이른다. 베른은 가장 대중적이면서 끊임없이 번역되어 읽히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프랑스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기구를 타고 5주간』 『지구 속 여행』 『지구에서 달까지』 『달나라 여행』 『해저 2만 리』 『신비의 섬』 『챈슬러 호』 『황제의 밀사』 『인도 왕비의 유산』 『마티아스 산도르프』 『정복자 로뷔르』 『15소년 표류기』 『카르파티아의 성』 『깃발을 마주 보고』 『세계의 지배자』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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