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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27)] 팔월의 일요일들

 


팔월의 일요일들

저자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슴푸레한 박명 속에서 반짝이던 단 하나의 빛 그 다이아몬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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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27)] 팔월의 일요일들

파트릭 모디아노 저 | 김화영 역 | 문학동네 | 268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2014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파트릭 모디아노. “그는 기억의 예술을 통해 불가해한 인간의 운명을 소환하고 독일 점령기 프랑스의 현실을 드러냈다”라는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은 기억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모호하게 뒤섞는 묘사를 통해 인간 생의 본질과 정체성을 조망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1986년 발표한 장편소설 『팔월의 일요일들』은 그런 모디아노 소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리브레리상, 공쿠르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창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시기의 성숙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배경은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니스. 남모를 비밀을 안고 도망치듯 낯선 곳으로 떠나온 ‘나’는 옛 호텔 건물을 개조한 하숙집에 머무르며 연인 실비아와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남십자성’을 처분해 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어느 날 카페 테라스에서 우연히 알게 된 닐이라는 미국인 부부가 다이아몬드를 사겠다는 제안을 하고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그들과 어울리던 한밤중 실비아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항상 그녀의 가슴 위에 걸려 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함께.


‘나’는 실비아를 찾아나서지만 그녀의 행적은 물론 그날 밤 일에 얽힌 모든 것이 안개에 가려진 듯 모호하기만 하다. 닐 부부가 다이아몬드를 노리고 실비아를 납치한 것일까? 어느 신문기사에서 발견했듯, 그들이 타고 있던 차가 사고를 당해 셋 다 목숨을 잃고 만 것일까? 이름도 사는 곳도 확실치 않은, 조사할수록 수수께끼만 늘어가는 닐 부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팔월의 일요일들』의 이야기는 모디아노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상실과 망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때로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생략한 채 간헐적으로 시간을 거슬러오르는 구성이 읽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런 단편적이고 불연속적인 묘사는 실체부터 모호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대상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불시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주인공이 찾아나서는 과정은 소설 전반에 깔린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더불어 모디아노 작품세계의 일면을 담당하는 탐정소설의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습하고 음울한 겨울 거리에서 기억 속 눈부신 ‘팔월의 일요일들’에 다다를 때까지, 모디아노는 사방에 흩어진 조각을 주워모으듯 주인공의 과거를 조금씩 재구성하며 그 심상의 풍경을 특유의 절제된 문체로 완성해낸다.


오랜 세월 주인이 바뀌며 비극적인 역사를 쌓아왔고 결국 실비아의 목에 걸린 채 사라져버린 다이아몬드 ‘남십자성’은 매사가 불분명한 주인공의 생활에 유일한 구심점이자 왠지 모를 불길함을 발하는 존재로 소설 내내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것은 주인공이 꿈꾸는 연인과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수단이지만 지니고 있을수록 점점 커져가는 불안의 씨앗이기도 하다.


『팔월의 일요일들』은 파트릭 모디아노가 데뷔작 이후로 한결같이 천착해온 개인의 정체성과 기억의 문제를 애수 어린 연애감정과 함께 섬세한 관찰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 자체로 보석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 소개


바스러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으로 대표되는 생의 근원적인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다. 1945년 프랑스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이탈리아계 유대인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1972년 발표한 세번째 작품 『외곽도로』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거머쥐었고, 연이어 1975년에는 『슬픈 빌라』로 리브레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78년 발표한 여섯번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84년과 2000년에는 그의 전 작품에 대해 각각 프랭스 피에르 드 모나코상,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 대상을 받았다. 또한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모디아노는 데뷔 이후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아왔으며, 그의 작품 중 『슬픈 빌라』 『청춘시절』『8월의 일요일들』 『잃어버린 대학』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른 주요작으로 『도라 브루더』(1997), 『신원 미상 여자』(1999), 『작은 보석』(2001), 『한밤의 사고』(2003), 『혈통』(2005)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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