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31)] 물구나무

 


물구나무

저자
백지연 지음
출판사
북폴리오 | 2015-01-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7년 후, 모든 것이 뒤바뀐 여섯 여자의 인생 "추억이란 말과...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631)] 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324 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앵커계의 전설이자 전문 인터뷰어 『크리티컬 매스』『뜨거운 침묵』『자기설득파워』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백지연이 ‘소설’로 돌아왔다. 줄곧 냉철한 이성과 논리로 성공과 행복, 삶의 자세에 대해 논했던 에세이스트인 그녀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 MBC 예능 토크쇼 <무릎팍 도사>를 통해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소설 쓰기를 꼽기도 했듯 그 도전이 급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최연소 앵커로 화려하게 데뷔해 이후, 이어진 행보마다 화제가 됐다.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독보적인 이력은 훌륭한 데이터베이스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교시절 학교 성적처럼 열심히만 하면 정직한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인생은 저마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좋은 대학에만 가면 아버지에게서만 벗어나면 뜻하는 대로의 미래가 펼쳐져 있으리라는 낙관을 비웃듯 인생은 여섯 여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고교시절 학생회장이자, 서울대에 입학한 최고의 수재였던 수경. 그는 친구들의 예상과는 달리,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해 남들의 부러움을 사며 준재벌집 안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이혼 위기에 놓인다.

 

불우한 집안 환경과 여러 가지 콤플렉스에도 늘 당당했던 승미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었다. 상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고 반대 급부로 만난 능력 있는 남편은 배려라고는 없는데다 희생을 강요했다. 결국 결혼은 파경을 맞았지만 현재는 딸과 함께 부족할 것 없는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아버지가 그러시는데’를 입에 달고 사는 파파걸 문희는 자상한 아버지를 둔 덕에 주인공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성격이 둥글둥글 하고 원만하지만 다소 눈치는 없는 그녀는 여전히 지극히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시종일관 자신의 안락한 삶을 자랑인 줄도 모른채 자랑한다. 이런 불공평하고 배아픈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미연은 명문대 분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내다 민수에게만 고백하는 바람에 좀 더 끈끈한 정이 있었던 친구다. 사회적 편견과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텔리어를 꿈꾸며 외국 유학을 떠나,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인 남편과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소박하지만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영위해 나간다.

 

마지막 잃어버린 친구 하정은 친구들 각자의 프레임 안에서 해석 되어 민수에게 전해진다. 똑부러지며 부유한 가정 환경 속에서 별 문제 없이 성장한 줄 알았던 그녀가 실은 아버지의 차별 대우로 인해 열등감에 짓눌렸고 상처도 많았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친구 미연에게서 뜻밖에도 하정이 죽기 직전에 보냈던 편지를 전해받고 그의 속마음을 엿보게 되는데, 그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들 여섯 친구들은 다양한 케이스의 삶을 보여준다. 부유한 환경에서 주부로만 살아온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수성가한 싱글맘이 있고 동거의 형태로 남 눈치 보지 않고 사는 친구도 있다. 그리고 민수 자신은 결혼 한 번 하지 않은 싱글인 워킹우먼이다. 이러한 점에서 민수가 승미와 나누는 대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 소설 자체가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인생의 행복에 무엇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사회학적 연구의 축소판”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대화 안에서 그에 대한 대답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라고 하지만, 아버지의 영향이 특히나 크다.

 

무엇이 인생을 결정짓느냐는 질문을 마음에 품은 채 나눈 친구들과의 대화는 종국에 각자의 아버지가 어떤 아버지였던가 하는 회고로 이어진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가상의 책인 ‘자신감 있는 여성 뒤에는 아빠가 있다’라는 제목처럼 아버지의 양육 방식이 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연결되며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고 있을 정도로 이 소설의 중요한 주제다.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아버지와 딸 사이의 무너지기 힘든 벽을 느끼게 한다. 소설가 황석영 역시 이를 두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자기 주체를 확립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주인공의 직업이 그러하듯, 게다가 하정의 죽음이 주는 묵직한 과제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은 그저 단순한 대화가 아닌 심도 깊은 인터뷰가 되어 간다. 그 어떠한 가식 없이 진심을 공유할 수 있는 옛 친구와의 대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수경은 어째서 이혼할 수 없는지, 승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아버지와 남편을 용서하게 되었는지, 문희는 왜 남편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는지 등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아간다. 그 인터뷰는 자신, 죽은 친구, 심지어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확장된다. 인터뷰어로서 저자의 오랜 경험과 철학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대화 중에 들어가는 단상과 독백은 저자의 목소리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고 통찰 있다. 게다가 허구라는 틀 속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소설의 아이러니한 성질이 그러하듯 저자의 어떤 글보다 더 진솔하고 내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구나무>는 같은 출발선에 시작해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여섯 여자의 인생들을 섬세하고 심도있게 보여주며 인생의 다양한 시각들을 제공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싶은 삶의 목적, 행복한 인생의 의미, 무엇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여정이며 그 성찰의 과정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주인공 민수는 물구나무서기를 못해 친해진 친구들과 화를 내고 웃고 떠들던 과거에서 멀어져, 현재는 기꺼이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풀리지 않는 생각들을 정리한다. 위 아래가 바뀌는 것처럼 인생 역시 어느 하나의 시각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것임을 이야기 한다.

 

 

작가 백지연 소개

 

1988년 MBC <뉴스데스크> 최연소 앵커로 발탁된 후 최장기 기록을 세웠고 주도적인 뉴스 진행,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인터뷰로 국내 언론계 새바람을 일으키며 앵커계의 전설이 되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프리랜서 앵커를 선언하고 앵커의 이름을 타이틀로 건 뉴스, YTN <백지연의 뉴스Q>를 진행했다. 한양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맡았고, 2007년부터 3년 동안 ‘교육 기부’ 활동을 했으며 커뮤니케이션전략 컨설팅 회사를 세워 다국적기업, 컨설팅그룹, 로펌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왔다. 이후 CJ E&M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백지연의 끝장토론>, <대학토론배틀> 프로그램 등을 기획, 진행했으며 인터뷰 쇼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를 통해 아웅산 수치, 영화감독 이안, 퀸시 존스, 윌 아이 엠, 앤더슨 쿠퍼를 비롯한 수많은 국내외 저명인사를 인터뷰하며 독보적인 인터뷰어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저서 『나 너』 『크리티컬 매스』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뜨거운 침묵』 『나이스 포스』 『자기설득파워』 『나는 나를 경영한다』 등을 펴내며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의 첫 소설 『물구나무』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여섯 명의 여고 단짝 친구들을 27년 만에 만나 인터뷰 하는 내용으로 위 아래가 뒤바뀐 것 같은 인생의 아이러니한 면면들을 심도 깊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