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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32)] 웰컴, 삼바

 


웰컴, 삼바

저자
델핀 쿨랭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5-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1년 프랑스 랑데르노 문학상 수상작 올리비에르 나카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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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32)] 웰컴, 삼바

델핀 쿨랭 저 | 이상해 역 | 열린책들 | 352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웰컴, 삼바』는 삼바라는 이름을 가진 아프리카계 프랑스 이주민 청년의 삶을 통해 국제적 이슈인 난민·해외 이주자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은 비슷한 균열이 우리 사회에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이주자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배척 문화, 더 나아가 계급의 양극화로 인한 박탈감과 설움은 우리 사회 속 하나의 현상이다.


작가는 이민자 및 난민들을 위한 시민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현장감 넘치는 소설을 썼다. 사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온 작가는 이 책으로 가난과 학살, 탄압을 피해 관용의 나라 프랑스로 온 수많은 이민자의 사연을 대변한다. 주인공 삼바는 프랑스의 차가운 민낯과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고 그 속에서 자기 존재가 무가치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프랑스 땅에 두 발 붙이고 살아 보려 애쓴다. 작가는 담백하고도 강한 울림을 주는 목소리로, 서로가 서로를 사람으로 바라볼 때 모두가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평범하게 살던 청년 삼바는 부상당한 아버지가 치료를 기다리다 죽고만 경험을 한 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염원을 품고 프랑스로 건너온다. 목숨을 건 다섯 차례의 시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을 잃고 수없이 상처를 입었다.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나 싶은 순간에 마침내 삼바는 프랑스에 오게 되었다. 삼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관용과 희망이 아닌 차별과 배척이었다. 이후 그가 프랑스에서 겪게 된 삶은 목숨을 걸고 바다와 사막을 건널 때보다도 훨씬 지독했다.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삼바는 임시 체류 허가증을 얻는다. 이후에 한 번 갱신했고 그 뒤로는 신경 쓰지 못했지만 언제든 갱신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열아홉 살에 프랑스에 온 삼바는 10년 5개월 동안 프랑스 국민과 똑같이 세금을 내며 일을 해왔다. 어느 날 어머니가 아프니 고향에 한번 다녀가라는 소식을 들은 삼바는 이제 프랑스에서 먹고산 지 십 년이 넘었으니 정식 체류증을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체류증 발급이 어찌되어 가는지 알아보러 간 경찰청에서 삼바는 느닷없이 체포되고 체류증 발급은 거절됐으니 당장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는다. 10년 5개월간 삼바가 일군 모든 삶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희망을 찾아온 삼바는 프랑스에서 삶을 살수록 절망에 가까워진다. 그를 절망에 빠뜨린 진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다. 멍청한 표정을 지어야만 일거리를 얻을 수 있는 현실, 모든 흑인을 부부(아프리카 전통 의상)라고 부르는 작업반장, 이름이 아닌 튼튼한 등, 근육질에 굵은 팔과 다리같은 노동 가치로만 존재를 인정받는 초라함 같은 것이 그를 절망하게 한다. 신분증이 없고, 자국민이 아니고, 백인이 아닌 삼바는 프랑스에서 늘 부정되는 존재다. 삼바를 무시하는 프랑스인들은 마치 시커먼 얼굴에는 삶에서 오는 모든 미묘한 감정들이 깃들 수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현재 프랑스는 강경한 이주민 추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이 프랑스 시민권을 얻는 것은 매우 힘든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정식 시민권자가 아니었을 정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민단체 시마드는 이민자와 난민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자원봉사로 경험한 바가 틀림없는, 서러운 사연들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이란에서 태어나 평생 페르시아어만 쓰며 살아왔지만, 여권에 기재된 국적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이유로 연고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추방되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남자, 프랑스에서 딸까지 낳았지만 시민권자인 딸만 두고 추방되게 생긴 세네갈 여인 등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시마드의 자원봉사자들을 찾아온다. 그들은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자신의 내밀한 삶을 모조리 털어놓는다.


삼바의 삶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인간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값싼 노동력으로서의 삶과 웃고, 울고, 먹고 마시며 진짜 삼바로 존재하는 삶. 삼촌 라무나의 방 두 개짜리 지하 아파트에서,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이 다들 힘겨운 삶을 이어 가는 이주민 친구들 곁에서, 그리고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삼바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 된다. 자신이 생각하고,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 옆에서 비로소 고된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다. 그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 그들이 없다면 그의 존재도 사라진다.


우리는 모두 삼바다. 비단 국경을 넘는 일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이동하며 살아간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이동할 때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 된다. 책 속에서 삼바의 삶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아기 거북, 제비, 연어, 바람 등의 이미지는 모든 존재가 세상 위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또 떠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밀려나고 밀려나 이름도 없이 어느 쓰레기 분류장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삼바는 독백한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당신들이 무시하고 내친 사람들에게 쌓인 슬픔이 당신들의 나라를 가득 메우고, 당신들의 행복을 오염시킬 거라고. 그들의 떠도는 영혼이 당신들 주변에서 배회하는 것을 느끼게 될 거라고. 당신들도 오래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세상은 오직 하나뿐이라고. 세상은 오직 하나뿐이다.



작가 델핀 쿨랭 소개


1972년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태어났다. 사회를 응시하는 진지한 시선과 농밀한 감수성,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프랑스 현대 문단의 주목 받는 작가로 떠오르고 있다. 2004년 『흔적』으로 데뷔해 『세상을 보다』, 『천 개의 생』 등을 발표했다. 2007년에는 『1초만 더』로 누벨르네상스 상을 수상했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쿨랭은 단편 영화 「숨결」로 2011년 프랑스 비평상을 받았으며, 「막힘없이」, 「17명의 소녀들」의 시나리오를 썼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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