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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읍시다 (655)] 댈러웨이 부인
- 버지니아 울프 저 | 정미화 역 | 책읽는수요일 | 352쪽 | 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댈러웨이 부인』은 의식의 흐름 기법, 내면의 독백이 이어지는 형식을 취한 독특한 소설이다. 특히 이러한 형식이 단지 실험적이거나 난해한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버지니아 울프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없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데 이 소설의 가치가 더해진다.
『댈러웨이 부인』은 상류층 집안의 안주인으로 살고 있는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파티를 여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단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클라리사 댈러웨이를 비롯해 피터 월시, 리처드 댈러웨이,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 루크레치아 워렌 스미스 그리고 그들을 스쳐가는 인물들 각각의 내면을 아름답고 예리한 문장으로 그려냈다. 그들이 품고 있는 독백은 때때로 소리 없는 대화를 이루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또 차마 말하지 못하는 삶의 고통을 드러내기도 하며 자기 인생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소용돌이는 결국, 그들 각각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독자들은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느끼게 된다. 또 그로부터 인간이 품을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고독을 마주하게 된다. 실존의 불안과 일상적 삶의 고통, 통제할 수 없는 세상으로 인한 상처와 증상, 이루어질 수 없는 동성애에 대한 열망, 정신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의식을 좇아가는 섬세한 작품이다.
클라리사는 저녁에 열릴 파티를 위해 꽃을 사러 나선다. 런던 거리를 걸으면서 그녀는 오래전 부어턴에서 보냈던 날들, 그녀와 사랑하는 사이였던 피터 월시와 동성 친구이지만 특별한 감정을 품었던 샐리 시튼을 떠올린다. 그녀와 피터 월시는 서로 사랑했지만 그녀가 리처드 댈러웨이를 선택하자 피터 월시는 그녀를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클라리사가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를 수선하고 있는데 인도에서 5년 만에 돌아온 피터 월시가 갑작스럽게 방문한다. 그들은 서로 떨어져 지낸 사이의 소식을 나누며 함께 보냈던 과거를 회상한다. 클라리사는 그를 저녁에 여는 파티에 초대한다.
한편 아내 루크레치아와 함께 산책을 나온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는 아직 젊지만 전쟁에 참가했다 돌아온 이후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는 죽은 사람을 보기도 하고 우주의 진리를 깨달았다고 여기면서 기이한 행동들을 한다. 루크레치아는 그가 자살할까 봐 걱정되어서 의사에게 상담을 받지만 셉티머스는 의사의 조언을 거부한다. 그를 염려한 의사 홈스 선생이 집을 방문하자 압박감을 느낀 셉티머스는 급기야 창문 아래로 뛰어내리고 만다.
마침내 클라리사가 여는 파티가 시작되고 상류층 인사들을 비롯해 수상까지 참석한다. 셉티머스의 죽음이 파티에서 화제가 되면서 클라리사는 불쾌감과 함께 그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클라리사와 피터, 샐리는 파티에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 소개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문학사에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20세기 주요 작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전기작가·학자로 『18세기 영국 사상사』의 저자이자 『국제 전기 사전』의 편집자였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는 소문난 미인이자 문학계의 안주인으로 스티븐 가문을 이끌었다. 특히 버지니아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의 교육이었는데 그녀는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세인트 에이브스의 별장에서 보낸 어릴 때의 여름철 경험이 그녀와 바다를 밀접하게 만들었다.
부모가 죽은 뒤로는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다. 리튼 스트레치, 로저 프라이,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던컨 그랜트, J.M. 케인즈, 데스먼드 매카시 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문학, 인생, 정치, 경제, 그 밖의 모든 문제를 논하고 사상을 연마했다. 1905년부터는 『타임스』지(紙) 등에 문예비평을 써 왔고, 1912년 정치평론가인 L.S.울프와 결혼하였다.
1915년 처녀작 『출항』을, 1919년에는 『밤과 낮』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다 같이 전통적 소설형식을 따랐으나 1922년에 나온 『제이콥의 방』에서는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과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주는 인상을 대조시켜 그린 새로운 소설형식을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수법을 보다 더 완숙시킨 작품이 『댈러웨이 부인』(1925)이었다. 그 사이 평론 『현대소설론』(1919)과 『베넷씨와 브라운 부인』(1924)에서는 또 새로운 실험적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논하고,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실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927년에는 소녀시절의 원체험(原體驗)의 서정적 승화라고도 할 수 있는 『등대로』를 발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였다. 친구 S.웨스트의 전기 『올랜도』(1928)는 그와 같은 수법의 좋은 예이다. 1931년에 발표한 『물결』은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우며 그녀의 사상의 궁극과 한계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 발표한 『세월』(1937) 『막간』(1941)에서는 또다시 전통적인 수법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문예평론집에 『일반독자r』(2권, 1925∼1932), 여성론 『자기만의 방』(1929) 등이 있다. 1941년 3월28일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우즈강에 투신자살하였다. 원인은 소녀시절부터의 심한 신경증이 재발한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보, 나는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가 또다시 그러한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다시 건강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나를 참아냈고,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셨습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군요.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두 사람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등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특히 그녀의 작품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수십년이 흐름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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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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