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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마가렛 대처 정부의 실세이자 ‘아기 얼굴을 한 암살자’라 불리던 정치가 마이클 돕스가 정계에서 밀려난 후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집필한 ‘하우스 오브 카드’ 삼부작의 첫 번째 책으로 주인공인 프랜시스 어카트가 찬란할 정도로 뻔뻔한 사악함을 발휘해 기존 총리를 축출하고 스스로 총리에 오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대처 정부 말기 정계의 중심에서 직접 활동했던 정치인으로서 경험을 살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마치 영국 의회에 들어와 있다고 느낄 만큼 정계의 권력 암투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권력을 좇는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1989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듬해인 1990년 BBC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2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2013년 미국의 넷플릭스에서 다시 리메이크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방송 관련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진정한 성공 요인은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나, 실험적인 플랫폼이 아니라 매혹적인 스토리의 힘이다. 드라마는 주인공 역의 케빈 스페이시가 부인의 도움을 받아 미국 상원의원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벌이는 온갖 공작이 주된 줄거리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법안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이고 정치라는 건 본인의 영위를 위한 뒷거래일 뿐이다. 인간 본성과 정치 속성에 대한 까발림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자신의 야욕을 위해 정권을 교묘히 뒤흔드는 주인공의 뒤를 좇다가 마주하게 되는 도덕전 선과 올바른 선택에 대해 새로운 가치판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는 장면들이 요즘 시대가 갈구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장기 집권 중인 당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오던 원내총무 프랜시스 어카트는 당내의 온갖 비밀을 보관하면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를 막고, 온갖 흑마술을 부려 상대를 무너뜨리며 당을 지켜왔다. 따라서 이번 선거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신에게도 당연히 더 높은 자리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에 그는 스스로 총리가 되기 위해 그동안 쌓아둔 비밀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정치수완을 발휘하기로 한다.
한편 매티 스토린은 젊고 야망이 넘치는 정치부 기자다. 그녀는 총리의 가족이 저지른 충격적 금융 부패 사건에 의혹을 품는다. 그 의혹을 붙잡고 진실을 파고들다 보니 점점 더 정계 깊숙한 곳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녀는 모든 것을 걸고, 심지어 자기 내면의 악마와도 맞서 싸워야만 했다.
주인공인 프랜시스 어카트는 처음부터 악마의 피를 타고난 것일까? 그는 꽤 오랜 시간 어둠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희생과 겸손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참고 양보했던 만큼 가차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악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부리는 섬세하고도 치명적인 처세술에 감탄하게 되고, 놀랍도록 뻔뻔한 자기합리화는 그를 소신과 능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둔갑시킨다.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카트는 절대로 호흡을 늦추거나 멈추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하지 않고 전력 질주한다. 권력과 인간의 본성을 도덕이나 당위가 아니라 두려움과 탐욕에서 찾아내면서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도 함께 따라 달리다 어느 순간 이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어카트가 벌이는 갖은 공작들은 암투나 권모술수라는 단어만으론 함축할 수 없다. 상대의 욕망과 두려움을 파악하고 정확히 그곳에 당근이나 칼을 찔러 넣는 것이야 말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모든 것이다.
어카트는 치밀하면서도 거침없이 카드 탑을 쌓아가지만 늘 위태위태하다. 이 책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여기서 나온다. 그 위태로운 카드 쌓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사악함에 매력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 한 켠이 서늘해질 것이다.
작가 마이클 돕스 소개
1950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으로 영국 요크 대학에서 경제사와 사회사를 공부하고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오랫동안 〈워싱턴포스트〉에서 기자로 근무했고, 특히 해외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1989년 중국 천안문사태와 1991년 구소련 해체를 가져온 8월 쿠데타 등 공산권 붕괴에 관한 기사를 썼다. 2008년에는 정치인이 하는 발언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팩트 체커 칼럼을 시작했고, 2008년 미국 대선 뒤 신문사에서 나와 현재 연구와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생후 6주 때 외교관인 부모와 함께 처음 소련을 방문했던 돕스는 유년시절 소련의 헝가리 침공(1956), 베를린 장벽 건설(1961), 쿠바 미사일 위기(1962), 체코슬로바키아 침공(1968)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을 겪었다. 동유럽과 모스크바에서 특파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폴란드 자유노조 운동의 출현, 천안문 사태, 구소련 해체를 목격했고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냉전의 기원을 다룬 『1945년의 6개월』, 냉전 시절 발생한 최악의 사건을 조명한 『0시 1분 전』, 구소련의 해체를 주제로 한 『빅브러더를 타도하자』로 구성된 ‘냉전 3부작’을 썼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자이자 영국 정치인인 마이클 돕스(동명)와는 먼 친척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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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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