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는 2010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타이무르 압둘와하브라는 남성의 자살 폭탄 테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스웨덴은 이백 년 넘게 어떠한 전쟁과 분쟁도 겪지 않은 중립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민 2세대인 케미리는 이 작품을 통해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포와 불안을 퍼뜨리는 테러, 그와 함께 확산되는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혐오주의, 그리고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소수자, 약자, 혹은 혐오 대상으로 살아가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모르’는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해 밤새 춤을 춘다. 그런데 형제와 다름없는 친구, 샤비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는 귀찮아서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샤비의 문자는 다급하다.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전화는 샤비로만 그치지 않는다. 외국에 살고 있는 사촌에게서, 동창에게서, 동물보호소의 여직원에게서 끊임없이 걸려온다. 신문 1면이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자의 인상착의는 어딘지 그와, 그의 ‘형제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아모르는 스톡홀름에서 살고 있는 아랍계 이민자다.
그는 망가진 드릴 날을 수리하거나 교환받기 위해 마트 고객 상담소로 향한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평소와 같지 않다. 그는 스톡홀름 거리에서 자기 피부색과 머리 색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쳐다본다고 의식한다. 급기야 경찰들이 자기를 미행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비롯한 자신의 ‘형제들’이 지금껏 살아 온 사회에서 경계당하고 경멸당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스웨덴에 비유럽계 이민자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시기는 1972년부터로 이라크 전쟁 때는 스웨덴이 수용한 난민 수가 미국과 유럽 전 국가들이 받아들인 난민의 총수를 넘어설 정도였다. 1990년 이후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사실 ‘통합’을 목표로 삼는 스웨덴은 다문화주의 사회의 이상적인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통합을 위해 스웨덴 정부는 이민자 또는 국외자가 스웨덴어를 배울 때 매달 보조금을 지급하고 임대주택을 공급해 왔다. 그럼에도 이민 1세대가 노동 시장에 진입하여 원하는 직장과 적당한 직업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스웨덴의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파업이 발생하고 실업율도 높아졌다. 이러한 이유로 극우 정당인 신민주당이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신민주당은 평소 스웨덴 국민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던 정당이었다. 이러한 스웨덴 사회의 분위기는 비유럽계 이주민을 더욱 힘들게 했고, 이는 이 작품 속에서도 주인공 가족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발된다.
오늘날 스웨덴의 다문화주의는 ‘주류 사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가 평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스웨덴 사회에서 이민자 사회와 주류 사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케미리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전작인 『몬테코어』, 그리고 희곡 「침입」을 통해 기존 스웨덴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주제로 스웨덴 문학의 다양화에 크게 기여했다.
‘주류 사회’의 시각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이민자-외국인-이방인의 모습과 생각을 보여 줌으로써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 간의 소통과 교류를 시도하는 케미리는 새로운 주제와 서사 기법으로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문학 지형도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문제적’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개
1978년 12월 2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튀니지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톡홀름과 파리에서 문학과 국제경제학을 공부했으며 뉴욕에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인턴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03년에 발표한 『빨간 눈』이 이듬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웨덴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급성장했다. 이 작품은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고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06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 『몬테코어』는 케미리 작품 세계의 근간이 되는, 이민자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다룬 작품으로 새로운 서사 기법을 통해 거칠면서도 세련된 감수성을 드러낸다. 작품 속 케미리 부자의 갈등은, 스웨덴 주류 사회와 이민자 사회의 충돌과 구성상 이중주를 이루며 작가의 정체성이 반영된 자전적 이야기이자 픽션으로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작품은 스웨덴 이주자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으며 20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10개국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소설뿐 아니라 희곡으로도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쌓고 있으며 첫 희곡 『침입』은 스웨덴에서 공연 기간 내내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 작품은 프랑스, 독일, 영국, 노르웨이에 이어 2011년에는 한국에서도 공연되었다. 주목받는 유럽의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P. O. 엔퀴스트 상 수상,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 아우구스트 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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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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