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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15)] 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책을 읽읍시다 (715)] 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저 | 정영목 역 | 천년의상상 | 216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쫓겨난 이상주의 돼지 ‘스노볼’이 살아 돌아온다면? 『자본주의 동물농장』은 급진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정평이 난 미국 작가 존 리드가 오웰이 쓴 공산주의 폐해에 대한 우화 『동물농장』을 날카롭게 패러디한 소설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3주 만에 쓰인 이 작품은 추방당한 돼지 스노볼이 농장으로 돌아와 자본주의의 명령에 따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물농장에 남아 있던 마지막 계명,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는 다시 씌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2001년 9월9일 존 리드는 뉴욕 시내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아내와 산책을 하다 홀연히 제목 하나를 떠올린다. ‘스노볼 챈스(Snowball’s Chance).’ 그는 이 제목으로 무언가 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내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뉴욕 한복판에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타워가 이슬람 국제 테러 조직에 의해 무너졌다. 9월11일이었다. 그제야 존 리드는 자신이 품고 있던 제목의 의미를 이해했다. “공산주의만이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도 어딘가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낸 것 아닌가.”


리드가 보기에 오웰의 『동물농장』은 친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궁극적 표현이었다. 공산주의 악에 대항해 어린 학생들에게 예방주사를 놓은 것과 같았다. 리드에게는 오늘날 미국의 자본주의와 중동 석유를 둘러싸고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인들의 오만이 악이었다. 9·11 테러는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동력을 얻은 것만큼이나 미국 정책의 결과처럼 여겨졌다.


동물농장이 세워진 후 여러 해가 흘렀다. 늙은 돼지들은 하나둘 죽어갔다. 농장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동물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때 농장 정문에 낯선 그림자가 비친다. 인간의 옷을 입고 두 발로 걷는 자, 서류 가방을 든 자. 외양간 전투의 일등 동물 영웅, 추방당했던 돼지 스노볼. 그는 인간 마을에서 배워온 “더 나은 길”을 펼칠 것을 동물들에게 약속한다. 온수와 전깃불, 전기난로, 에어컨, 창문이 달린 축사 방…… 이를 실행하기 위해 스노볼과 박사 학위를 받은 의사이자 법률가이자 건축가인 염소 토머스는 ‘쌍둥이 풍차’의 설계도를 그려나간다.


농장 동물들은 두 발로 걷는 법과 옷 입는 법, 알파벳을 익히고, 스노볼의 리더십에 따라 화폐의 특성을 알아간다. 곧 농장 밖 삼림지대 동물에게까지 ‘성공과 기회의 땅’인 동물농장에 관한 소문이 퍼져나갔으며 많은 동물들이 ‘꿈’을 찾아 동물농장으로 이주해온다.


마침내 스노볼은 거대한 변화의 일환으로 동물농장을 동물장터(animal fair)로 탈바꿈시키기로 결심한다. 그곳은 갖가지 재주를 가진 동물 공연자와 온갖 놀이시설, 범죄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공연으로 채워진 거대한 테마파크였다.


소설 속 주간지 ‘데일리 트로터’는 늘 ‘역경을 이겨낸 승리’를 제시하며 동물들에게 계속 전진하라는 충동을 설파한다. 성공의 사례는 너무나 극소수였음에도 새로운 이민자의 물결은 늘 자기는 낫다는, 이전의 어떤 이민자보다 쉽고 안정감 있게 천한 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었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네 노력의 부족 탓이다.’ 스노볼이 던지는 정교한 유혹의 언어에 어느새 동조하고 세뇌당한 동물들은 자신들이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면서 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땅을 소유하려 든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자유와 평등은 요원하기만 하다. 계급 격차, 이주 노동자 차별, 무분별한 자연 파괴, 이웃 농장들과의 소송, 세대 갈등, 쓸모없어 버려진 동물들, 안전이라는 미명 아래 따라야만 하는 법들…. 자기파괴적이고도 광적인 도취 상태에 빠져들며 동물들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부서져간다.



작가 존 리드 소개


1969년 뉴욕시티에서 태어나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텅 빈 트라이베카에서 성장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고, 우수연구원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2001년 9월 13일 시내 아파트에서 세계무역센터의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창문과 환기구를 테이프로 막다 계시를 얻었다. “스노볼이 농장에 돌아가 자본주의를 도입한다.” 리드는 석 주 동안 정신없이 『자본주의 동물농장』의 초고를 완성했다. 이 소설은 패러디와 정전식 글쓰기에 관한 문학적 논쟁을 일으키고, 조지 오웰이 말년에 영국 공산주의자들을 향한 매카시적 조사에 관여한 사건에 대해 진행 중인 논쟁에 부채질을 했으며, 이후 10년 동안 SPD “소출판사”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게 된다.


리드의 다른 책으로는 소설 A Still Small Voice와 The Whole, 희곡 All the World’s Grave, 논픽션 Tales of Woe 등이 있다. 그는 또 MTV와 다른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해 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서평 서클’이사이자, ‘브루클린 레일’의 선임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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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