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4 코냑 페스티벌 ‘최고의 추리소설상’ 수상작이다. 각본가, 텔레비전 프로듀서,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한 르네 망조르의 두 번째 소설이다.
월스트리트에서 파견된 런던 증권거래소 주재원이 자신의 집에서 배가 갈라진 시체로 발견된다. 미국인인 데다 런던 주재 미국 대사와 친구 사이였던 그의 죽음에 FBI에서는 유능한 범죄학자 달리아 라임스를 급파하고 스코틀랜드야드의 베테랑 수사관 매케나 경감은 내키지 않지만 그녀와 동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 불편한 관계의 두 사람은 처참한 사건 현장에서 뜻밖의 사실과 맞닥뜨린다. 시신에서는 장기가 모두 사라졌고 기이하게도 라오스 불교의 장례 의식에 따라 수습되어 있었던 것이다.
남자를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보살펴온 노부인이 곧장 범인으로 체포되지만 하루 전에 발생한 또 다른 살인 사건의 정황과 너무나도 유사했다. 24시간 전 자신의 집에서 배가 갈라진 시체로 발견된 또 다른 남자. 유대교 장례 의식에 따라 수습된 시신은 마찬가지로 장기가 사라져 있었고, 바로 체포된 범인 역시 그의 애인이었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현장에는 피해자의 피로 쓴 글귀가 남아 있었다. ‘이 희생 제물들이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의 혼령을 달랠 수 있기를.’
엽기적인 살인임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붙잡힌 범인들. 수사관들은 이내 난관에 봉착하는데 살인자들이 혐의는 순순히 인정하지만 정작 범행 순간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들은 슬픔에 겨워 고통스러워하면서 차라리 혹독한 벌이라도 받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서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어떻게 같은 수법으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을까? 사라진 장기는 어디로 갔을까?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때 잘나갔던 변호사 닐스 블레이크가 범인들의 변호를 맡게 되고, 24시간 후 동일한 수법의 세 번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살인의 연쇄를 둘러싸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세 사람―매케나, 라임스, 블레이크의 운명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연출가 시절에도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에 재능을 보였던 망조르는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에서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한 묘사와 대사, 독자의 흥미를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장기를 발휘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신처럼 나뉘어 있는 65개의 장은 살인 사건의 발생과 수사 진행 상황을 긴장감 속에 속도감 있게 전달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력과 내면 심리를 설득력 있는 어조로 밀도 있게 표현해낸다. 프랑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소설이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방법이라면서 독자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할 뿐만 아니라 독자와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공동으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작가 르네 망조르 소개
1959년 프랑스 몽드마르상 출생. 원래는 각본가, 텔레비전 프로듀서,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망조르는 좋아하는 영화감독으로 테리 길리엄, 데이비드 핀처, 스티븐 스필버그를 꼽으며 자신의 ‘레프런스’는 모두 영미권 작품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할 만큼 그들의 영상 언어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우상 스필버그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한동안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 업계에서 연출과 각본을 맡아 활약했다. 이때 그가 참여한 주요 시리즈로는 <하이랜더> <영 인디아나 존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이 있다. 1990년대 중반 망조르는 프랑스 영화계로 돌아와 여러 작품을 선보였다. 연출작으로는 알랭 들롱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페세지>를 비롯해 <미로> <마녀의 사랑법> 등이 있다.
2012년 5월 그는 장르소설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하고 첫 소설 『경쟁적인 영혼들』을 발표해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스인이지만 오랜 미국 생활과 스릴러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스릴러 마니아들의 구미에 맞는 소설을 쓴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는 그의 두 번째 소설로서 201 4년 코냑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추리소설상’을 수상했다.
연출가 시절에도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에 재능을 보였던 망조르는 소설에서도 영화를 보듯 생생한 묘사와 대사, 독자의 흥미를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장기를 발휘한다. 그는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 전개가 충분히 예상되더라도 등장인물들의 이력과 내면 심리를 잘 엮어서 서스펜스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이제 끝났다고 마음을 놓는 바로 그 순간 작은 반전으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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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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