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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86)] 풀이 있는 여름별장

 

풀이 있는 여름 별장

저자
헤르만 코흐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5-09-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 여름밤, 우리 인생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다!”인간의 뒤...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786)] 풀이 있는 여름별장
 
헤르만 코흐 저 | 김승욱 역 | 은행나무 | 432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헤르만 코흐의 소설 『풀이 있는 여름 별장』. 작가는 지극히 평범한 듯 보이는 가정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성공한 중산층 가장의 심리와 내면을 집요하게 쫓아가며 인간의 본성과 심연에 깔린 어두운 욕망과 이기심을 낱낱이 파헤친다. 부부들 사이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질투와 불륜, 그리고 그들과 커가는 아이들, 특히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심리적 갈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지나칠 만큼 디테일한 내면 묘사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의 눈을 통해 이중적 모습을 지닌 인간 군상과 현대사회의 다양한 면모들을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선량한 한 가족의 일원이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굳건한 듯 보이는 가족 간의 신뢰가 어떻게 한순간에 붕괴되고 다시 회복되는지 잔인할 만큼 리얼하게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 타인에 대해 어떻게 오해하고, 분노하며, 감정조절을 잃고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를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코흐의 작품은 하나같이 악의 특수성과 보편성의 양면을 다룬다. 그의 소설에는 특별히 병리적이라 할 정도로 악한 개인이 등장한다. 그들은 도덕적 양심이 결여되어 있으며 분노를 제어하는 방법을 모르고 자기 존재에 대한 특권의식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결핍되어 있다. 이런 인간에게 악은 유전자적 이상과 같은 것으로 유년 시절부터 발현되어 고칠 수 없는 천성의 일부로 따라다닌다.


독자는 먼저 우리 사회의 일면에 독버섯처럼 이런 악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코흐는 더 큰 충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악행은 오로지 특이한 개인만이 저지르는 게 아니며 일상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양심의 가책 없이 악을 옹호하는 상황을 보면서 독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악의 본성을 직시하게 된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악(惡)을 부모애라는 선(善)으로 치장하는 인물을 거울삼아 자신을 비춰보며 섬뜩한 내면을 직면하는 것이 그의 소설이 주는 심리적 환기 효과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하고 뭔지 모를 거북함을 느끼기도 하고, 호기심 넘치는 의문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어떤 것들은 이해되지만, 또 어떤 것들은 이해할 수 없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이야기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의 소설은 단지 어둡고 섬뜩한 인간의 내면을 들추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범행과 음모를 따라 진행되는 사건의 구성은 스릴러의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적지 않은 스릴러 소설들이 반전에만 집착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소설에서는 진상이 밝혀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독자를 두뇌 게임이라는 오락적 요소로 매혹하기보다는 벌어지는 사건의 긴박감만으로도 소설을 충분히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는 작가적 자신감이 돋보인다. 이번 소설에서도 추리적 요소는 있지만, 작가는 그 어떤 장르적 분과에도 딱히 집착하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펼쳐나간다.


이런 면에서 헤르만 코흐는 현대 소설의 전범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가이다. 멀티미디어와 경쟁해야 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 독서의 재미라는 본령을 따르면서도 문학이 지향해야 할 핵심적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다양한 가치의 세계에서 선과 악의 모호한 구분을 묘사하면서도 윤리관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회적 잣대로 인물의 행동을 쉽게 재단하지 않으면서도,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의 소설에는 작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사회적 ‘블랙 코미디’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비판에는 풍자가 숨어 있고, 끔찍한 사건이 해프닝으로 변모하며, 인물의 위선은 개그에 가까울 정도로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독자는 그의 소설에서 웃음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섬뜩한 현실에서 유머를 발견한다. 인간의 본성은 가끔 지나치게 어두워서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헤르만 코흐는 말하는 듯하다.


소설의 결말 직전에 나오는 장면은 갑작스럽게 또 다른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해결의 가능성이 바로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또 어떤 반전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독자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든다. 아니면 그저 상관없이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무엇보다도 희망과 구원을 예감하게 한다. 허공을 향해 기운차게 뛰어오르는 아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그 빛을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



작가 헤르만 코흐 소개


1953년 출생. 칼럼니스트, 희곡작가, TV 프로그램 제작자인 동시에 출간하는 모든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네덜란드에서 사랑받는 국민작가이다. 특히 2009년 출간한 『디너』는 네덜란드에서만 42만 부 이상 판매되며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그해 동안 유럽 전역에서 백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7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다수의 문학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면서 독자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세계 37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연극과 영화로도 제작되어 이탈리아에서 영화화된 ‘더 디너’는 2014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4관왕을 수상하였고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첫 감독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으며 미국에서도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출간한 『풀이 있는 여름별장』도 “히치콕의 필름을 연상시킬 만큼 놀랍고, 긴장감 넘치며, 유쾌하고, 현실적”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네덜란드에서만 37만 부가 팔렸고, 27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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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