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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93)]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저자
김의 지음
출판사
나무옆의자 | 2015-10-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의 작가의 『어느 철학과 ...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793)]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김의 저 | 나무옆의자 | 27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의 작가의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날들』. 저자는 이 책에서 소외된 자들끼리의 공동체라는 우리의 느슨한 환상에 찬물을 끼얹으며 세상 끝에서 다시 짜이는 먹이사슬의 세계, 너무도 끔찍해서 슬쩍 구경하기도 불편한 한 편의 지옥도를 우리 앞에 재현해낸다. “죽은 내 영혼을 밟으며” 사는 하루하루가 역겹고 더러운 악몽인 한 청춘을 통해.


주인공 인우는 해바라기밭에서 죽은 개의 털을 그스는 작업을 능숙하게 해낸다. 그렇게 털을 다 그슬고 나면 그 개를 ‘영화네식당’이라는 보신탕집에 넘긴다. 얼마 전 다니던 대학을 자퇴한 후 그는 이 개털 작업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70만 원을 벌며 생활하고 있다. 비닐봉투로 질식사시킨 개의 사체를 눈도 깜짝하지 않고 다루는 그이지만 자기 집 초인종을 함부로 누르고 가끔씩 대문 앞에 쓰레기봉투도 갖다놓는 ‘악마’와 그 패거리에게는 꼼짝도 못한다. 그는 악마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숨죽이며 몸을 웅크린다. 그 악마는 인우가 사는 아파트 같은 층에 산다. 그래서 인우는 그 악마와 마주칠까 봐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늘 긴장한다.


인우는 집에 처박혀 고양이 그림을 그릴 때만, 그 그림 속 고양이가 되었을 때만 비로소 자유롭다.


개털 작업, 고양이 그리기, 그 외의 인우의 일상이라곤 혼자서 오므라이스를 해 먹는 것밖에 없다. 인우는 엄마와 함께 살지만 엄마와 눈을 마주치기가 어렵다. 엄마는 늦은 오후에 출근해서 다음 날 새벽에야 퇴근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직장은 인우가 개털 작업을 하는 해바라기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 ‘해바라기’다. 엄마는 월급도 얼마 안 되는 그 직장에 거의 목숨을 걸듯 집착한다. 그곳에서만은 차별과 모욕을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제3의 성, 트랜스젠더들의 쉼터다.


인우의 부모는 인우가 다섯 살 때 이혼했다. 아빠가 엄마에게 돈은 벌어다줄 수 있지만 더 이상 남자 노릇은 못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인우는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되었다. 어린 인우는 변화된 삶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점점 여자로 변해가는 아빠의 모습도,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는 아빠의 요구도, 무엇보다 엄마는 물론 친가 외가와도 갑작스럽게 단절된 고독한 삶도, 그리고 아빠가 엄마가 되면서 겪게 된 가난도. 그러나 그보다 더한, 평생을 견뎌야 할 시련이 남아 있음을 인우는 엄마가 된 아빠의 손에 이끌려 간 결혼식장에서 깨닫게 되었다.


머리가 굵어질수록 불면이 깊어지는 밤이었지만 어찌어찌 그 세월을 건너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느 날, 도서관 뒷산에서 인우는 자신의 아파트 같은 층 1505호에 사는 고교 중퇴생 소년으로부터 강간을 당한다. 소년의 패거리가 다 보는 앞에서. 게다가 돈까지 뜯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인우는 대학을 자퇴하고 스스로를 유폐시킨다. 그래도 1505호 악마는 피할 수 없다. 대문만 열어도 다시 그 악마와 마주칠 수 있는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수 있는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우는 자기 집 안에서도 악마의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위축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드디어 그 악마는, 인우가 아르바이트로 개털 작업을 하는 해바라기밭까지 따라와 인우를 괴롭힌다. 악마의 패거리는 인우를 ‘남자 걸레’라고 말한다. 인우 역시 자신을 걸레라고 여긴다. 찍소리도 못하고 강간을 당하는 자신, 개고기를 먹기는커녕 냄새도 못 견디면서 개털 작업으로 돈을 버는 자신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인우가 1505호 남자애를 ‘악마’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 남자애가 자신을 강간했기 때문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을 강간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아도 인우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인우는 그 피해자의 침묵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작가 김의 소개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83년 제1회 새벗문학상(동시)과 1984년 제3회 계몽사 아동문학상(동시)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바람의 초상」으로 1993년 제2회 크리스찬월드문학상을 받았다.


특히, 2015년 장편소설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로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위악적으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고 처절한, 간만에 등장한 ‘밑바닥 소설’이라고 평하고, 거친 소재와 표현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삶에 대한 순정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기술경영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면서 학업과 소설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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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