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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95)]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책을 읽읍시다 (795)]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저 | 문현선 역 | 오퍼스프레스(OPUS press) | 416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중국 ‘당대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에 빛나는 류전윈은 신작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로 성숙한 재미와 깊은 울림이 있는 감동적인 인생 우화를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한 여인의 부주의한 선택 하나로 빚어진 파란 만장한 인생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작가 류전윈은 삶의 부조리, 인간적 슬픔, 현실비판, 해학 그리고 삶의 통찰과 달관을 좀처럼 조합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한 여인의 인생사를 통해 잘 짜진 플롯으로 물 흐르듯 녹여내고 있다.


주인공 리설련은 둘째 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둘째 아이는 축복이 아니라 골칫거리이다.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 때문에 둘째 아이를 낳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난국을 피하기 위해 리설련은 위장 이혼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 묘수처럼 보였던 그녀의 카드가 칼날 같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남편 진옥하가 그녀와 서류상으로 이혼을 한 뒤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애까지 가진 것이다. 가짜 이혼이 진짜 이혼이 된 것이다. 남편에게 버려진 채 인생 파탄의 벼랑 끝에 내몰린 비련의 여인 그녀의 살벌한 복수가 시작된다.


“리설련이 20년 동안 고소를 하면서 일은 눈덩이 불어나듯 커져서 참깨가 수박이 되고 개미는 코끼리로 변했다. 리설련은 오늘날의 소백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복수는 법적 소송을 통해 가짜 이혼을 무효로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은 시작부터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법원도 정부도 리설련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그녀를 무시하고 냉대한다. 이제 복수의 대상은 단지 남편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더 큰 적들과 더 힘겨운 전쟁을 시작해야만 했다. 계속 확대되는 전선. 하지만 그녀도 그리고 중국 정부도 이 전쟁이 얼마나 격렬하게 진행될지 알지 못했다. 평범하고 연약한 한 여인과 거대하고 강력한 정부와의 20년에 걸친 승부는 과연 어떤 파국을 맞게 될까?


작가는 작품에서 버림받은 여인의 처연함, 힘없는 소시민이 겪어야 하는 삶의 고단함, 보신주의에 급급한 공무원들, 부패한 관료 등 현실의 부조리들을 담담하고 해학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그 복잡하고 다난한 삶의 풍경들 속에서도 면면히 흐르고 있는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류전윈은 작품의 결론 부분에서 리설련의 모습과는 다른 한 사내의 인생 경로를 대비시킴으로써 우리 삶을 옥죄고 있는 무상한 실체들의 허상을 보여주고 행복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를 통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된 삶도 또 그 선택되지 않는 삶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일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도의 길이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한 범부의 입을 통해 던지는 경구는 그래서 깊은 울림을 갖는다.



작가 류진운 소개


중국을 대표하는 신사실주의 작가. 중국의 주요 문학상을 모두 수상했고, 장편소설 중 네 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위화, 쑤퉁과 함께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 작가인 류전윈은 2004년 소설집 『닭털 같은 나날』로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됐다.


류전윈은 1958년 중국 하남성 연진현에서 태어났다. 1982년 베이징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농민일보’에 입사하여 기자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에서는 신사회주의 계열의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소시민의 일상생활이 예술보다 더 소중하다는 의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시기 중국 특유의 블랙유머와 자조어린 필치를 구사하면서, 개인과 조직과 역사의 문제를 함께 아우르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2004년 초반에는 『핸드폰』이 영화로 제작되어 극찬을 받았고, 『1942년을 돌아보다』 역시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다.


2007년 출간된 『나는 유약진이다』는 그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류전윈은 이 소설로‘당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유약진’은 중국‘대약진운동’을 연상시키는 대단한 이름을 가졌으나 그와 달리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당하기만 하는 인물. 작가는 자본주의시장 개방 이후 중국 인민들이 겪는 갈등을 일상적 유머를 바탕으로 날카롭게 통찰한다.


주요작품으로 소설집 『닭털 같은 나날』, 장편소설 『핸드폰』, 『고향 하늘 아래 노란꽃』, 『객소리 가득 찬 가슴』 등이 있으며 현재중국작가 협회 전국위원회 위원 및 베이징작가연합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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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