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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11)] 밧줄

[책을 읽읍시다 (811)] 밧줄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저 | 강명순 역 | 바다출판사 | 200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소설 『밧줄』. 거의 변화가 없는 외진 시골 마을. 어느 날 마을을 에워싼 숲 입구에 밧줄 하나가 놓이면서 마을은 술렁인다. 그 밧줄은 마을 누구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깊은 숲속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호기심에 몇 명이 숲으로 향한다. 하지만 밧줄의 끝이 보이지 않는 데다 맹수의 공격까지 받으면서 되돌아오고 만다. 이제 마을 남자 거의 모두가 밧줄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며 단단히 채비를 하고 나선다. 곧 추수철이었지만 하루 반나절이면 끝날 여정이리라 자신한다. 그때껏 마을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던 이들로서는 말 그대로 일생일대의 큰 결심인 셈이다. 아내들은 불안해 하며 남편들을 보낸다. 그러나 밧줄은 예기치 못한 길로 남자들을 이끈다. 

 

『밧줄』은 ‘밧줄’을 통해 질서 있는 세계에 느닷없이 이해할 수 없고 혼란스러운 것이 출현했을 때 벌어질 법한 일을 훌륭하게 묘사한다. 이 소설은 인간의 강박관념 그리고 멈춰야 할 때를 놓쳐 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재앙에 대한 흥미진진한 우화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숲속에서 밧줄의 끝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는 남자들과 숲 밖에서 이런 남편들을 기다리는 아내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남자들은 ‘밧줄’이란 욕망에 이끌려 계속 전진하고 그만큼 숲 밖의 사람들과는 멀어진다. 농부들을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은 추수철을 놓쳐 버려 한 톨도 거둬들이지 못하고 급기야 먹고살기 위해 마을을 버리고 떠나 버린다. 밧줄만 쫓던 남자들은 어느 순간 알아차린다. 불확실한 것에 운명을 걸고 길을 떠난 것은 철없는 짓이었다는 걸. 타당한 근거도 없이 결과가 좋으리라 지레짐작하고서 규칙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게임에 뛰어들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 게임에서 졌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을로 돌아갈 수 없다.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건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가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밧줄은 그들의 의지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그들을 사로잡고 그들은 끈적거리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밧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거미줄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에 그냥 속수무책으로 끌려가 버린다. 그래서 마침내 그들은 밧줄의 끝을 보았을까?


농부들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사실을 규명하고 싶은 마음을 따라간 것뿐이다. 위험천만한 고집스러운 성벽(性癖)을 끝까지 놓지 못한 것이다. 끝장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그런 실패에 만족하는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나의 이 괴로움을 알리라”는 괴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때로는 그냥 그리움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 그리움이 실현된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지 않느냐고 묻는다. 작가 레싱(Lessing)의 말처럼 “진실을 찾고 있을 때가 진실을 알고 난 후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작가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소개


1964년 독일 에센에서 태어났다. 뮌헨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외교관이 되었다. 본, 룩셈부르크, 상하이, 모스크바에서 근무했고 2009년부터는 독일 외교부에 있다. 작품으로 『비행선』 『나비들의 암호 해독』 『거인』 등이 있다. 현재 가족들과 포츠담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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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