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834)] 박스트롤 : 치질라의 역습:래트브리지 연대기 2
앨런 스노 저 | 이나경 역 | arte(아르테) | 360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애니메이션 ‘박스트롤’의 두 번째 이야기『치질라의 역습』이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전작 『박스트롤』에서 어딘가 수상하지만 눈길을 확 잡아끄는 래트브리지의 기상천외한 생명체들을 소개한 작가 앨런 스노가 이번에는 주인공 아서와 친구들, 그리고 독자들을 10미터가 넘는 거대 괴물 ‘치질라’가 살고 있는 신비의 섬으로 안내한다.
500점 이상의 독특한 일러스트와 흥미진진한 해양 모험담이 연달아 펼쳐지는 『치질라의 역습』은 모든 페이지가 흥분과 감탄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다름 아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한 생물들일 터이다.
전작에서 늘 상자를 쓰고 다니는 박스트롤과 땅 속 깊은 곳에서 양배추를 재배하며 사는 캐비지헤드, 숲에서 풀을 먹으며 뛰어다니는 야생 치즈, 놀랍게도 동물 말과 사람 말의 2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쥐와 까마귀 등을 창조한 저자의 상상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게다가 이번 작품에선 1723년 도쿄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공룡을 닮은 치질라와 쇼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쇼핑광 새 등이 ‘래트브리지 괴물사전’에 새로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오늘도 그럭저럭 평화로운 래트브리지 해상 세탁소. 그러나 평화도 잠시, 배 곳곳에 걸어놓은 세탁물들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게 생긴 해상 세탁소의 사람들과 쥐들의 시름은 깊어간다. 설상가상으로 아서의 할아버지마저 허리를 삐끗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아서는 때마침 래트브리지에 문을 연 무료 병원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간다. 정체불명의 까만 물약을 마신 할아버지는 단번에 완쾌되어 모두를 기쁘게 한다. 한편 은인인 의사는 신비의 치료약 재료가 다 떨어져 걱정이 태산이다. 의사는 해상 세탁소 선원들에게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까만 물약 재료를 구해오면 벌금을 대신 내준다는 제안을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해상 세탁소 선원들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모처럼의 출항 준비에 들뜬 해상 세탁소 선원들과 달리 아서는 우울하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서를 항해에 끼워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 한탄만 하기에는 아서의 모험에 대한 열망은 너무도 뜨겁다. 끝끝내 아서는 박스트롤 친구 피시를 데리고 배에 실린 사과 상자에 몰래 숨어 대모험에 나선다.
한편 순조로운 항해 도중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선장실을 차지하고 있던 의사가 몰래 데려온 악당들이 배를 점령해버린 것이다. 주모자는 전편에서 잔인한 치즈 사냥을 일삼고, 거대 쥐를 만들어 래트브리지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고 간 스내처! 과연 아서와 친구들은 까만 물약에 얽힌 스내처의 또 다른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
『치질라의 역습』의 모든 페이지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드로잉 작품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때로는 투박하지만 저자의 개성이 오롯이 드러난 섬세한 라인드로잉은 『치질라의 역습』의 모든 인물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아동부터 성인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줄거리에는 앨런 스노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녹아 들어가 있어 이 책을 단순한 아이들의 동화 이상으로 격상시켜 준다.
아무리 괴상한 차림새라도 유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래트브리지 시내의 부인들, 쇼핑에 중독된 나머지 종족 보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깡충 오소리를 단지 ‘신상’이라는 이유로 구매했다가 멸종당하는 쇼핑광 새들, 남태평양 외딴섬에 조난당했음에도 돈벌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통신 판매에 나서는 길리멋(통신 판매로 배가 드나드는 데도 정작 탈출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등 현실 세계의 배금주의와 물질 만능주의를 풍자한 장면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우화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면모를 더해준다.
작가 앨런 스노 소개
앨런 스노는 영국 솔즈베리 아트 칼리지에서 패션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아티스트로 아동?청소년문학, 영화, 애니메이션, 디지털 분야 등 다방면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쳐온 전방위 예술가이다. 소설 데뷔작인 『박스트롤』은 그가 직접 그린 흑백 라인 드로잉 500여 점을 수록,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이 작품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의 최강자인 라이카(LAIKA) 스튜디오의 세심한 손길을 거쳐 2014년 전 세계 60개국에서 개봉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박스트롤』을 통해 치즈가 살아서 움직이는 신비한 세계 ‘래트브리지’를 창조해낸 앨런 스노는, 이 매력적인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켜 『박스트롤 - 치질라의 역습』으로 우리들을 다시 찾아왔다. 수줍음 때문에 박스를 뒤집어쓰고 사는 트롤과 용감한 소년 아서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모험은 다시금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앨런 스노는 『개들은 어떻게 작동할까!』 『고양이들은 어떻게 작동할까!』 『산타 백과사전』 등 160여 권의 아동서에 글과 그림을 그렸다. 『개들은 어떻게 작동할까!』가 1995년 뉴욕타임스 최고 그림책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한 일본 어린이 과학박물관과 전 세계에 판매 중인 로봇을 설계하는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독특한 재능을 발휘했다.
현재 영국의 바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었던 유럽 만화의 아버지 에르제(Herge)가 그린 『땡땡의 모험』의 주인공처럼, 땡땡과 그의 친구들이 종횡무진 모험을 펼쳤던 만화 속 장소들에 여전히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그의 발명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다. 앨런 스노는 어두운 세상 속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독자들에게 “당신이 누군가를 가까이에서 본다면, 그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당신보다도 훨씬 더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며 용기를 북돋운다. 또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유쾌한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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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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