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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5)] 북극 허풍담(전 3권)



북극 허풍담. 1: 차가운 처녀

저자
요른 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2-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북극의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괴짜들의 일상!덴마크의 세계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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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85)] 북극 허풍담(전 3권)

요른 릴 저| 백선희 역 | 열린책들 | 208쪽 | 각권 9,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장엄하고 경이로운 대자연, 투박하고 원색적이고 단순한 인물들, 황당하고 우스운 상황이 만들어 내는 『북극 허풍담』에는 읽는 이를 흠뻑 빠져들게 하는 재미와 강한 흡입력이 있다. 혹독한 기후, 눈과 얼음, 짧은 여름, 몇 달간 이어지는 캄캄한 극야, 절대적인 고독, 광기의 위험. 이것이 허풍담의 밑그림이다. 거기에 만화 캐릭터처럼 재미난 인물들이 더해진다.

 

주인공들은 뜻밖에도 그린란드 원주민이 아니라 문명을 등지고 떠나온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페로 제도 등 유럽 출신의 북극 사냥꾼들이다. 대개 투박하고, 촌스럽고, 거칠고, 원색적이고, 엄청난 술꾼에다 떠들기 좋아하는 낙천적인 사내들이다. 각 일화 속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투박함과 단순함과 수줍음과 엉성함이 마냥 정겹다.

 

북극 사냥꾼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더불어 문명 세계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 대해, 고독에 대해, 우애에 대해,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때로 태양 없이 몇 달간 지속되는 겨울을 견디다 못해 미쳐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사냥꾼들은 이 불편한 삶을 문명의 편의와 바꿀 생각이 조금도 없다. ‘저 아랫동네’라 부르는 문명 세계에는 없는 자유로움이 그들에겐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어느 곳에서보다 자유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어떤 법도, 어떤 권위도 이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문명 세계에서 막 이곳에 도착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사람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이곳의 질서, 다시 말해 무법의 질서를 받아들이게 된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도 불문율처럼 지켜지는 무언가는 있다. 구속이라면 유일한 구속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은 바로 인간애이다. 언제라도 죽음에 덜미가 잡힐 수 있는 혹독한 환경이기에 북극에서는 언제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냥을 못 한 사람이 굶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북극의 법이고, 누구든 사냥 오두막에 묵었다가 떠날 때는 다음 사람을 위해 난로에 석탄을 채워 두고 성냥도 준비해 두어야 할 뿐 아니라, 새로 도착한 사람이 손가락이 얼어 있어도 불을 붙일 수 있도록 성냥 한 개비를 반쯤 꺼내 놓아야 하는 것이 이들의 법이다.

 

곰을 잡지 못해 좌절한 신참 사냥꾼을 위해 고참들이 몰래 숨어서 곰 사냥을 돕는 이야기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확인할 수 있다. 우직하고 원색적인 인물들이 맺는 인간관계는 더없이 깊고 진하다. 아마도 이 우애와 자유로움 때문에 사냥꾼들은 혹독한 추위와 고독과 긴 겨울 말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는 북극을 떠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닐까.

 

작가 요른 릴 소개

 

대자연, 주로 북극을 배경으로 유머와 인간애, 호방한 철학을 담은 독특한 작품을 써온 작가이자 탐험가. 1931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늘 탐험을 동경하던 그는 19세에 라우게 코크Lauge Koch 박사의 그린란드 북동부 탐사에 참여했다가 그곳의 매력에 흠뻑 빠져 북극 생활을 시작했다.

 

1년에 한 번 소포와 보급품을 싣고 오는 수송선이 문명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 통로인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16년을 지내면서, 그곳의 사냥꾼들과 겪은 놀라운 체험,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가 된다는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세계적 명작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허풍담skrøner’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였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그의 걸작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어떤 뻔뻔한 책 장수 덕분이었다. 북극 사냥꾼들에게 장식용 책을 무게로 달아 파는 그가 요른 릴의 원고를 몰래 빼내 출판업자에게 넘겼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작품들이 출간되기 시작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UN을 위해 중동과 파키스탄에서 파견 근무를 했으며, 파푸아 뉴기니, 알래스카 등지를 여행했다. 수마트라 섬을 걸어서 횡단하는 등 그는 여행하는 곳마다 구경꾼이 아니라 원주민으로 살아왔다. 현재 ‘해동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다는 작가는 여전히 수시로 그린란드 북동부 지역을 드나들고 있다.

 

그가 발표한 콩트, 일화집, 단편집, 장편소설 등 40여 권의 책은 대부분 이국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한 유머러스한 작품들로, 덴마크는 물론 유럽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오랜 세월 널리 읽히고 있다. <북극 허풍담 시리즈>(전 10권, 1974~1996)는 그의 대표작이다. 문명을 등지고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살아가는 괴짜 사냥꾼들이 주인공이다. 한편 우스꽝스럽고 한편 애수 띤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편은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연결을 가진다.

 

그 밖의 작품들로는 『내 아버지들의 집』(1970), 『생을 위한 노래』(1989), 『바다의 어머니를 찾으러 간 소녀』(1972), 『뚱뚱하고 하얀 투안』(1974), 『파란 문』(1982), 『혼란』(1992) 등이 있다. 1995년 덴마크 서적상 황금 월계관상을, 2010년 덴마크 학술원 대상을 받았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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