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이 책은 철저히 저자의 독특한 시점과 남다른 감정에 치중한다. 그럼에도 온전히 공감 가는 내용 덕분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저자와 함께 울고 웃게 된다. 나아가 스스로 ‘내가 죽는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이라는 상상을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동안 피해왔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죽음을 다룬 책들이 죽음에 대한 무거운 진실과 레퍼런스를 알려주며 ‘생각할 숙제’를 안겨주는 것에 비해 이 책은 매우 다정하고 친절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25가지 에피소드에는 뇌수술로 목숨을 건진 사람, 세상을 떠나는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이야기들은 저자 자신이 ‘괜찮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라는 화두에 답을 찾아간 30년의 여정을 대표한다.
그에 따르면 괜찮은 죽음이란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 모두 최선을 다 할 때 맞이할 수 있다. 존엄을 해치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고 가망이 없어도 수술로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그는 환자들에 생애 마지막 순간만큼은 의사의 일방적인 지침이 아닌 각자의 마음속 답을 따르길 권유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의 뼈아픈 실수담까지 아낌없이 보여주는 이유도 단 하나, 괜찮은 죽음을 위한 최선이 무엇일지 생각할 시야를 넓혀주기 위함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 번씩 주어지는 삶과 죽음, 우리는 대부분 삶에 더 치중한다. 어떻게 더 잘 살 수 있을지 고민도 하고 조언도 듣고 책도 읽으며 열심히 노력한다. 반면 죽음은 우리에게 외면당하는 존재다. 함께 연상되는 ‘슬픔’ ‘두려움’ ‘불안’ 등의 감정 때문인지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므로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지 애써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죽음의 주체인 동시에 죽음을 목도하는 주체다. 나만 죽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누군가도 죽는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잘 떠나보내야 나도 잘 떠날 수 있다.
작가 헨리 마시 소개
그를 두고 사람들은 이런 타이틀을 붙이곤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삶과 죽음, 그에 대한 깨달음을 써내려간 데뷔작 『참 괜찮은 죽음』 덕분이다. 이 책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럿 수상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그는 국내외 방송상을 수상한 ‘Your Life in Their Hands’와 ‘The English Surgeon’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환자의 최선만을 생각하기에 의미 없다고 판단한 치료를 과감히 포기한 적도 있다. 그러나 환자의 실낱같은 희망을 위해서라면 가망이 없어 보이는 수술도 감행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는,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신념으로 30년 가까이 냉정한 의학 지식과 따뜻한 공감 사이에서 고독한 외줄타기를 해왔다.
1950년생인 헨리 마시는 저명한 인권 변호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여유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20대 초반, 방황 끝에 다다른 영국 북부의 탄광촌에서 우연히 병원보조원으로 일하게 됐고, 그 경험을 계기로 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옥스퍼드에서 정치와 철학, 경제를 공부한 그는 이과 공부를 해본 적도 없었지만, 굳은 의지 하나로 뒤늦게 의대에 입학하여 의사의 길을 밟게 됐다.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은 수련의 시절 우연히 보게 된 신경외과 수술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1987년부터 런던의 앳킨슨 몰리 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신경외과 분야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의로 이름이 높다. 요즘도 여전히 수술실과 병실을 오가며 바쁘게 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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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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