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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16)] 은밀한 세계사

[책을 읽읍시다 (916)] 은밀한 세계사

이주은 저 | 파피에 | 272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은밀한 세계사』는 열아홉 이상의 성인들을 위한, 어른들의 영역에 속하는 자극적인 어쩌면 민망할 수 있는 그러나 역사의 한 조각임에는 틀림없는 다채로운 이야기 14편을 모았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상,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한 순간도 역사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으며 어떤 거창한 역사도 시작은 소소하고 거기에는 ‘은밀하고 내밀한 사생활’이 결코 빠질 수 없다. ‘작지만 큰 역사’로서의 개인사, 특히 한밤중에 귀엣말로 속닥거릴 만한 어른들만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서두를 장식하는 이야기는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했던 ‘여성 히스테리’와 그 병이 낳은 기상천외한 발명품이다. 여성에게는 성적 욕망이 없으며 순결하고 순수한 집 안의 천사, 가정의 빛으로 존재해야만 하고 오로지 어머니가 되고 싶은 욕구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빅토리아 시대의 수많은 여성들은 툭하면 신경질, 흐느낌, 우울, 호흡곤란, 짜증 등의 증세를 보이는 ‘여성 히스테리’라는 병에 걸렸다. 그리고 그런 환자가 생기면 의사나 산파가 달려와서 어른들끼리 귀엣말로나 전달할 만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런 치료법으로 인해 의사나 산파의 손목이 남아나지 않을 지경이 되었을 때 ‘기적의 발명품’이 선을 보인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라를 말아먹은 천하의 악녀’가 된 이유도 흥미를 돋우는 꼭지다. 인쇄기술의 발달로 갓 등장한 잉크 냄새 폴폴 풍기는 ‘전단지’라는 것이 새롭고 신기한 물건이었던 프랑스 혁명 당시, 분노한 시민들의 표적이 된 적국(?) 오스트리아 출신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선동)는 신기술인 인쇄기술과 결합한 전단지로 파리로, 프랑스 전역으로 배포되었다. 그 악의적인 프로파간다의 영향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악녀’ 이미지가 널리 퍼졌고, 그렇게 고착화된 이미지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말에서 “역사란, 단순히 이 나라와 동맹을 맺었다든지, 저 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같은 정치 외교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개개인의 삶 하나하나를 모두 포함하는 웅장하고 다채로운 것”이라고 밝혔듯이, 지은이는 거대한 담론보다는 “개개인의 삶 하나하나”에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방식을 견지한다. 또한 소재가 가볍다고 해서 접근방식이 가볍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는 없다. 『은밀한 세계사』에 실린 14편의 이야기는 “신뢰할 수 있는 문헌과 사진, 그림 등이 존재하는 당당한 정사(正史)”이며 다만, “사적인 영역의 내밀한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상,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한 순간도 역사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어떤 거창한 역사도 시작은 소소하고 거기에는 ‘은밀하고 내밀한 사생활’이 결코 빠질 수 없다. ‘작지만 큰 역사’로서의 개인사, 특히 한밤중에 귀엣말로 속닥거릴 만한 어른들만의 이야기를 즐겨보자.



작가 이주은 소개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2006년 뉴욕 버팔로 주립대학(SUNY Buffalo)에 진학하여 공부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4년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바비 인형 대신 책을 끌어안고 잠이 들곤 했을 정도로 이야기와 책을 좋아했고 번역을 거치지 않은 원서로 이야기책을 읽고 싶어 영어를 공부했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나 연대의 암기가 아닌,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의 켜로서의 역사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며, 『정글북』의 작가 키플링의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가르친다면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우리나라에는 전공 서적이 아닌,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눈높이를 낮춘 ‘재미있는’ 역사책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대중은 정말 역사를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루하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포털 사이트에 ‘눈숑눈숑 역사 탐방’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역사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구어체로 풀어나간 ‘동화보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차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야기로 역사를 읽다보니 역사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고 흥미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 앞으로 인간사로서의 역사를 바라보는 더욱 풍부한 시선, 더욱 깊은 통찰력과 분석력을 키워 더 나은 ‘역사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심층적인 역사 공부와 영문학 공부를 병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전 3권)가 있다.

블로그 주소는 blog.naver.com/royalsweet1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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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