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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32)]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책을 읽읍시다 (932)]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저 | 한겨레출판 | 32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고은의 세 번째 소설집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품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서 조금 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서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따스하고도 고유한 여덟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삶보다 더 큰 악몽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바쁘게만 그리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만 애쓰는 이들에게 “난 그쪽 세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짊어진, 매일같이 싸고 푸를 삶이라는 생존배낭 안으로 소독제일 수도, 온기일 수도 있는 여덟 가지 이야기를 슬며시 밀어 넣는다. 생존에 있어선 아무 소용없어 보이는 이 소설들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싱크홀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쿨함과 다정함으로 다가와 그 느닷없음이란 공포로부터 꺼내어준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의 소설들은 모두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한 고찰이자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표제작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에 ‘생존배낭’이 나와서만은 아니다. ‘살아남는다’라는 건 ‘살아 있다’는 말과도 ‘살아간다’는 말과도 같지 않다. 그 속에는 어떤 뭉클함과 처절함이 있으며 찌질함과 진심이 있다. 그렇다면 먼저 작가 윤고은은 살아남았을까? “원래 신춘문예로 등단하면 그해에 한두 명만 살아남는다”(〈책상〉)고 하니 어쨌든 작가로서는 살아남은 게 분명하다. 살아남은 작가는 살아남았기 때문인지 ‘문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 대신 우리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나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귀 기울이는 것 같다.


‘생존’을 바라보는, ‘삶’과 ‘일상’을 꿰뚫는 ‘재기발랄함은 보존된 채로 맛은 점점 깊어지는 오래된 된장’ 같은 그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창문입니다. 쓰레기통이 아닙니다’라는 문장 앞에서, 오두막 안에서 들리는 ‘살려주세요’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잘못 선택했으나 끝까지 읽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자자의 말은 그런 고민 앞에 선 우리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한다. 저자는 인물들을 지켜보듯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늙은 차를 얻어 타고 울룰루에 닿을 때까지. 끝까지 닿을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작가 윤고은 소개


허공에도 눈이 있고 적막 속에도 귀가 있다고 믿는다. 허공을 겨눈 현미경, 적막 틈으로 내미는 청진기는 덤이다. 수많은 갑과 을의 관계를 만들어냈지만, 정작 회사 생활을 한 적은 없다. 명함에는 이름 석 자만 찍혀 있다. 낯선 곳이든, 낯익은 곳이든 이방인이 되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1980년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소설 『피어씽』으로 제2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2008년에는 『무중력증후군』으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1인용 식탁』,『알로하』등이 있다.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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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