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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30)] 울지 마, 아이야

[책을 읽읍시다 (930)] 울지 마, 아이야

응구기 와 티옹오 저 | 황가한 역 | 은행나무 | 196쪽 | 11,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로터스 문학상·노니노국제문학상·전미도서상·니콜라스기옌문학상 수상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장편소설 『울지 마, 아이야』. 책은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세계문학사에 새로운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품이다.


책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50년대 케냐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상황으로, 키쿠유족 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무장독립투쟁 마우마우 운동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케냐는 특히 아프리카에 정착한 유럽인을 위한 식민지로, 영국은 식민행정부를 세워 행정, 교육, 통상 등등의 분야를 통치하면서 현지인들의 땅을 빼앗아 유럽인들에게 농토를 나누어 주었다.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유럽 출신의 농장주에게 빼앗기고 농장의 인부로 전락한 케냐인들의 식민지 경험이 응구기 와 티옹오 문학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 아프리카 땅으로 와서 농장을 경영하는 데 집착하는 백인 하울랜즈, 그가 경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는 가장 응고토와 그 가족들(두 아내와 아들들), 백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족을 탄압하는 자코보, 마을의 이야기꾼인 이발사와 후에 전도사로 변신하는 교사, 백인에게는 꼼짝 못하면서 흑인에게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도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그들의 생각과 행위, 그들 간의 갈등을 통해 영국 식민 치하의 케냐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유럽식 고등교육을 받아 성공해서 민족을 위해 일하겠다는 막연한 희망에 부풀어 있던 주인공 은조로게는 온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학교에 다닌다. 은조로게는 힘겨운 현실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감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교육을 통한 자신의 성공으로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버지 응고토는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땅을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한 뒤 마음속으로 고통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큰형 보로는 동생과 함께 백인들의 전쟁(2차 세계대전)에 끌려갔다가 동생을 잃고 혼자 돌아왔다. 억울한 현실에 커다란 불만을 품은 인물이다. 반면, 작은형 카마우는 목수 도제 일을 하며 집안을 돕고 은조로게의 학업 뒷바라지를 한다.


한편 은조로게는 므위하키라는 소녀와 함께 학교에 다니면서 남매처럼 친하게 지내는데, 성장하면서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므위하키는 백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부를 축적한 자코보의 딸이다.


소설 후반부에서 무장독립투쟁인 마우마우 운동이 격화되며 혼란스러운 케냐의 상황이 제시된다. 은조로게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학업을 계속한다. 하지만 은조로게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한다. 무장투쟁 게릴라가 된 형들은 백인들과 식민 정부에 동조하는 흑인들을 습격하는데, 이 때문에 은조로게의 가족은 몰락에 이른다.


백인들의 앞잡이로 일하던 자코보가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 대신 나선 아버지는 극심한 고문을 받아 죽음에 이르고, 은조로게 또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무너진 은조로게는 암울한 식민지의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유일한 사랑 므위하키마저 그의 곁을 떠난다. 새로운 날을 기다리자는 당부와 함께.


『울지 마, 아이야』는 작가의 자전적 삶이 투영된 작품이다. 응구기의 형 역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었으며 청각장애인이었던 또 다른 형도 소리를 듣지 못해 군인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또 다른 형 므왕기는 마우마우단의 일원으로 활동했고, 이 때문에 어머니가 잡혀가 3개월간 독방에 갇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엄혹한 식민 현실을 체험한 뒤 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는 다소 감상적이긴 하나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결말을 제시한다.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소개


1938년 케냐에서 태어났다. 당시 케냐는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청소년기에 마우마우 무장독립운동을 겪은 응구기는 초기 작품들에 당시의 경험을 투영했다. 식민지 엘리트 중등학교였던 얼라이언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국의 리즈 대학교에 입학한 1964년에 영국 식민 치하의 케냐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첫 장편소설 『울지 마, 아이야』를 발표했다. 이 소설로 호평을 받은 응구기는 작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됐다.


1965년에 『사이로 흐르는 강』, 1967년에 『한 톨의 밀알』을 출간하고 나이로비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1977년에 케냐의 신식민주의 문제를 파헤친 『피의 꽃잎들』을 발표하고, 키쿠유어 연극 ‘결혼하고 싶을 때 결혼해요’를 상연한 후 정치적 탄압으로 1년간 투옥되기도 했으며, 옥중에서 『십자가 위의 악마』(1980)를 집필했다.


결국 1982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예일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했고, 1987년 『마티가리』를 발표했다. 2004년 소설 『까마귀의 마법사』를 출간하고 22년 만에 케냐로 귀향했으나 정치적 테러를 당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로터스 문학상(1974), 노니노국제문학상(2001), 전미도서비평가상(2012), 니콜라스기옌문학상(2014) 등을 수상했다. 또 2009년에는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노벨문학상의 대표적인 후보로 손꼽히는 응구기는 2016년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특훈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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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