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61)]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

[책을 읽읍시다 (961)]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저 | 고봉만 편역 | 책세상 | 320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6세기 종교 전쟁 속에서도 중용과 관용을 견지한 사상가 몽테뉴의 현명하게 나이 들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법에 관해 논한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 이 책은 총 3권 107장으로 구성된 『수상록』에서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 글들을 발췌하여 묶은 책이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세계, 종교와 학문과 자신의 성생활, 애완 고양이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관찰했다. 특히 종교 전쟁과 페스트로 참화가 계속된 시대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았던 만큼 죽음이란 주제에 깊이 파고든다.

 

이 책의 1부와 2부에는 『수상록』 1-3권에서 여러 대목을 발췌해 담았으며 3부에는 몽테뉴의 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글 두 꼭지를 온전히 실었다. 1부에서 몽테뉴는 노화라는 현상을 고찰하고 현명하게 나이드는 법을 이야기하며, 2부에서는 죽음의 문제에서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맞이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는지 고민하고 성찰한다. 3부에서는 몽테뉴 사유의 진수를 보여주는 세상의 불확실성과 유동성, 이에 대한 우리의 무력함을 이야기 해 『수상록』을 집필하며 깨달은 지혜를 집약했다.

 

프랑스에서 ‘위그노 전쟁’이라 불리는 종교 전쟁은 몽테뉴가 서른 살이 되기 직전인 1562년에 일어난 신교도 학살 사건을 발단으로 1598년 앙리 4세가 신교도에게 종교의 자유를 일부 허용하는 낭트 칙령을 발표함으로써 막을 내리기까지 30여 년간 계속되었다. 몽테뉴는 1592년에 사망했으니 인생의 절반가량을 전쟁 속에서 보낸 셈이다. 그가 살던 프랑스 남서부의 영지는 신교도의 영지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내전의 한복판”이나 다름없어 “줄곧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온전한 평화의 모습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가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색하게 된 데는 이런 불안한 사회상뿐만 아니라 개인사도 작용했다. 1563년,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 에티엔 드 라보에티를 페스트로 잃은데다 1568년에는 아버지와 남동생의 죽음을 연이어 겪었다. 1570년에는 결혼 5년 만에 얻은 첫딸이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몽테뉴는 딸 여섯을 얻었지만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어린 나이에 명을 달리했다). 그즈음 몽테뉴 자신이 낙마 사고로 의식을 잃고 일종의 ‘임사 체험’을 하기도 했다. 1578년 마흔다섯 살 무렵부터는 신장결석으로 극도의 고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는데, 몽테뉴는 “통증이 나를 괴롭히고 귀찮게 굴수록 나는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며 질병을 의연히 받아들였고 마침내 질병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몽테뉴는 자연이 우리에게 죽음을 학습할 기회를 주는데 그것이 바로 노화이며 우리는 노화를 통해 죽음을 조금씩 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노화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한 그도 “노화란 우리 안에 천천히 자연스럽게 퍼지는 가공할 질병”이라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은 허약해지고 “정신은 변비에 걸리고 둔해진다”며 한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노인이 쾌락을 찾는 일을 금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자신이 젊은 시절에 “불타는 정열을 절도節度로 은폐했다”면 “늙은 지금은 서글픈 심정을 방종으로 풀어준다”고 고백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그저 점잔 빼며 살기보다 욕망을 충족시키며 즐기면서 살기를 권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사유는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의 명제 “철학이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배우는 것이다”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1권 전반부에서 “우리 생애의 최종 목표는 죽음”이라고 역설하면서 죽음을 자나 깨나 생각하고 죽음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페스트와 전쟁의 참화 속에서 농민들이 죽음을 대하는 무심하고도 달관한 태도를 목도하고, 그 자신이 낙마 사고를 겪은 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몽테뉴의 생각은 다소 달라진다. 죽음에 맞서 대비하는 것도 좋지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고, 죽음은 단 한 번만 일어나는 일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든 노화를 늦추려 애쓰고 혹은 영원히 살 것처럼 아등바등 욕심을 부리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화는 자연의 섭리이며 누구나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죽음이라는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번민하다 말년에 이르러 초연해진 몽테뉴는 노년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떻게 해야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몽테뉴가 평생을 두고 답해온 이 어려운 질문은 오늘날 우리에게 언제 죽어도 후회 없는 삶,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작가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소개

 

16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모럴리스트. ‘에세이’라는 글쓰기 장르의 원조라 할 『수상록』을 남겼다.

 

1533년 프랑스 서남부 도르도뉴에서 태어났다. 교육열이 높은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가정교사에게 맡겨져 라틴어를 모국어처럼 익혔고 6세 때 보르도 인근의 귀엔 학교에 입학해 중학 과정을 마쳤다. 16세 때부터 툴루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1554년경 페리괴 조세법원의 법관에 이어 1557년 보르도 고등법원의 법관으로 일했다. 1559년 『자발적 복종』을 쓴 철학자이자 법률가 에티엔 드 라보에티를 만나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었으나 1563년 페스트로 인해 그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1568년 사망한 아버지 피에르의 뒤를 이어 몽테뉴 영주로서 영지를 상속받았고, 이듬해 스페인 신학자이자 철학자 레몽 드 스봉의 『자연신학 또는 피조물의 책』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발간했다.

 

아버지를 잃은 지 얼마 안 되어 남동생 아르노가 운동 경기 중에 입은 부상으로 요절한데다 몽테뉴 자신이 낙마 사고로 죽을 뻔했다. 1570년에는 첫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렇듯 죽음을 연이어...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1562년 이래 종교 전쟁의 참화에 휩싸인 프랑스에서 살던 몽테뉴는 언제 어떤 위험에 처할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게 되었다.

 

공직 생활에 부담과 환멸을 느껴 1570년 37세의 나이로 보르도 고등법원 법관직을 사임하고 몽테뉴 성의 서재에 은둔하며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했다. 1571년 집필을 시작한 『수상록』의 초판은 1580년 보르도에서 출간되었다. 그해 신장결석을 치료할 겸 여행길에 올라 스위스, 독일을 거쳐 이탈리아에서 오래 머물다 1581년 말에 몽테뉴 성으로 돌아오는데, 이 경험을 기록한 일기는 몽테뉴 사후에 발견되어 1774년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보르도 시장으로 선출되어 일했으며 두 번째 임기에는 종교 전쟁과 페스트로 인해 피난을 떠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동안 가필과 수정을 거듭해온 『수상록』의 3권 107장에 이르는 신판을 1588년 간행했고, 1590년에는 관직을 맡아달라는 앙리 4세의 요청을 건강을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 1592년 자택에서 중증 후두염으로 숨을 거두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