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997)] 방해자(전 2권)
오쿠다 히데오 저 | 김해용 역 | 북스토리 | 464쪽 | 각권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쿠다 히데오가 선사하는 하드보일드 소설 『방해자』.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숨기고 싶었던 가장 밑바닥의 솔직한 생각을 들켜버린 것 같아 무한한 공감, 웃음과 함께 여운까지 씁쓸하게 남는다. 오쿠다 히데오는 항상 우리들의 미묘한 모습을 소설 속 캐릭터 속에 담아 언제나 삶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집과 남편, 아이들이 전부인, 평범한 가정주부 오이카와 교코. 살림에 보태기 위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정원을 가꿀 꿈을 꾸면서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사는 그녀. 어느 날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의 회사에 의문의 방화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구노는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를 의심하지만 그 후 동일한 수법의 또 다른 연쇄방화가 일어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 시게노리를 압박해오고, 남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교코의 일상엔 작은 균열이 생긴다.
한번 싹튼 의심은 점점 더 부풀게 되고 교코는 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사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에 몰입하면서 점점 직장에서마저 설 자리를 잃어간다. 결국 매스컴이 시게노리를 의심하는 기사를 싣게 되자 교코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구노는 교코에게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고, 그럴수록 장모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러던 중 구노는 방화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작게 시비가 붙었던 불량학생 와타나베 유스케가 피해 서류를 제출한 사실을 알게 되고, 동료 형사와 야쿠자의 모략으로 형사를 그만둬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행복한 생활은 너무나 간단히 부서져 버린다. 나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방해’되는 것들을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곤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비난의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추락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안타까움, 동정심을 느낀다.
당장 내일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더 숨죽이며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 『방해자』. 손 안에 넣은 작은 행복을 지키고 싶었지만 어느새 일상이 공포가 되어버린 소시민들의 고군분투가 사실적으로 그려진 범죄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하고 제14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에 올랐다. 2015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두툼한 책의 두께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페이지 터너’ 오쿠다 히데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될 것이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소개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라.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기존의 일본 작품들이 팝콘같은 가벼움으로 한국 여성독자층을 파고 들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기존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일본 사회의 모순들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유머스러운 글솜씨를 좋아하기에 부담없이 그의 조롱에 담겨 있는 잔혹한 현실에 공감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독특함으로 현재 한국 소설 시장의 "일류 붐"을 선도하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1959년 일본 기후현 기후시에서 태어나 기후현립기잔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우람바나의 숲』(한국어판 서명 :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으로 등단하였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사회의 모순과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들이 그의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잊고 있던 가치를 묻는 주제의식을 보이고 있는 그는 포스트 하루키 세대를 이끄는 선두주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과 함께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본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작가로 꼽힌다.
어린시절, 책보다 만화를 좋아하던 그는 텔레비전을 통해 책을 접하게 된다. 이후 나쓰메 소세키와 야하기 토시히코, 시미즈 요시노리 등의 작품을 섭렵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평론가로 글을 써왔고, 이후에도 글과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글을 쓰는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설명하는 소설, 설교하는 소설,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소설을 가장 싫어 하는 그가 가장 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기에 소설가 자신 안에 여러가지 눈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니컬한 유머감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는 일본 내에서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기인작가'이다. 또한 그의 작품이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도 수 없이 인터뷰와 한국 방문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작품 쓰는 것을 매우 즐기는 소박한 품성을 지녔다.
2002년 『인 더 풀』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방해』로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2004년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2009년 『올림픽의 몸값』으로 제43회 요시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공중그네』『인 더 풀』『남쪽으로 튀어!』『걸 Girl』『면장 선거』『스무 살, 도쿄』『방해자』『오 해피데이』『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꿈의 도시』 『올림픽의 몸값』 『침묵의 거리에서 1, 2』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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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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