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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개헌은 하려나?2018.02.05 11:15 입력

[칼럼] 개헌은 하려나?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대통령을 탄핵하는 나라가 더러 있지만 박근혜를 쫓아낸 가장 큰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서다.

 

1987개헌으로 쟁취했던 제9차 개헌에서 국민들의 총체적 합의는 ’직선제 개헌‘이었다. 이승만이 국회에서 선출한 대통령으로 출발했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도저히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자 무리수를 둬가면서 직선제 개헌을 강행한 바 있다. 이를 뒤집은 사람이 박정희다. 이번에는 거꾸로 직선제로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자 통일주체대의원을 급조하여 그들로 하여금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게 만들었다. 이른바 유신헌법이다. 쿠데타를 자행한 전두환은 이름만 바꿔 대통령선거인단으로 하여금 간선을 시행했다. 국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수만 있으면 금방이라도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자유가 충만할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열망이 6월 항쟁이다.

 

이번에 대히트를 친 영화 ’1987‘은 박종철의 고문치사와 이한열의 최루탄 죽음에 얽힌 비화를 적나라하게 표현했기에 국민적 감동을 줬다. 여기서 직선제를 쟁취한 국민들은 헌법에서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다는데 흠뻑 빠졌다. 그동안 대통령들이 저질러온 무소불위의 권력의 근본을 뜯어 고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내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다는 사실만을 금과옥조로 여겼다. 정치인들은 이 맹점을 부각시키지 않고 슬그머니 뒷주머니에 넣어둔 채 그대로 권력을 향수했다. 간선으로 뽑혔든 독재 대통령은 정통성이 약하기 때문에 국민의 눈치라도 흘금거렸지만 직선 대통령은 누구 눈치도 볼 것 없이 주어진 권력을 맘껏 휘둘렀다. 그 결과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6명의 대통령은 모두 하나같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났다.

 

박근혜 탄핵이후 우리 정치지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맨 처음 착수한 일이 적폐청산이다. 과거의 잘못을 샅샅이 뒤져내 처벌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 다음 공언하는 것이 개헌이다. 대선에서 각 당의 후보들은 하나같이 개헌을 공약했다. 6월에 시행되는 지방의원 선거 때 국민투표도 동시에 시행하겠다는 로드맵도 똑같다. 국민들은 30년간 그대로 존속해온 헌법을 오랜만에 멋지게 고쳐보는가 했다. 그런데 근자에 개헌문제가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방향으로 잘못 흘러가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번째가 제일야당 자유한국당의 태도변화다. 6월 지방선거에 개헌국민투표를 연계하지 말자는 것이다. 투표를 하려면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동시선거로 이를 아끼자는 것이 잘못인가. 물론 그들이 내세우진 않았지만 개헌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면 적폐정당으로 낙인찍힌 한국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열망이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새로운 헌법상의 대통령이 나올 수 있게 하려면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적으로 축소한 개헌이 먼저 이뤄지는 게 순서다. 동시투표를 하지 않으면 문재인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반대당인 한국당에서 떠받들어주는 셈이 된다. 한국당은 선거 전략으로 개헌을 다루지 말고 국민의 참뜻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두 번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개헌에 대해서다. 여당이라면 야당과의 협상을 먼저 생각하여 버릴 카드까지 모두 내보여주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방통행 식 개헌안은 헌법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이 언급한 기본권과 지방분권만 개헌하고 대통령 권력구조는 나중에 합의되면 재 개헌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행헌법을 고수하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제 권력을 잡았으니 제왕적 대통령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면 몰라도 진정 국민의 개헌의지를 안다면 취해선 안 되는 태도다. 며칠 전 국회에서 보수시민단체와 진보시민단체 간에 개헌토론회가 벌어졌다. 국회개헌 특위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보수 측의 헌법학자가 헌법원리에 입각한 기조연설을 하자 진보 측 헌법학자가 이를 ‘제왕적 헌법학자’라고 공격하는 장면이 나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된다는 발언이 귀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이에 대하여 보수 측 패널들이 촛불민심만 들먹이는 진보 측 패널들에게 ‘제왕적 촛불민심’이냐고 한마디 쯤 반격을 가해야 될 대목인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한 것이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촛불을 들먹이면 순발력조차 주눅이 드는 것일까.

 

나는 이를 보면서 진보를 내세운 현 정권이 기본권과 지방분권만으로 개헌을 분식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일말의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권력구조의 개편은 그동안 쌓여온 ‘부정 비리 대통령의 적폐’를 해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것은 이원집정부제일 수도 있고 내각책임제일 수도 있다. 대통령제를 고수 하더라도 국무총리의 선출권을 국회에 줄 수도 있으며 삼권분립의 취지에 어긋나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권을 국민의 대표기관에서의 선출로 바꾸기만 해도 된다.

 

막강한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 비리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대의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다. 아무리 자질이 뛰어난 대통령이라도 한 번 쥔 권력을 놓치고 싶지 않은 법이다. 이 마력을 이겨내는 사람이 진정 위대한 인물이며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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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