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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보며

[칼럼]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보며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사회 안전사고가 너무 잦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내보낸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더 큰 참사가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차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7개월 밖에 안 됐는데 연속적인 사고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건사고는 원래 예고 없이 닥치는 것이어서 뚜렷한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에서는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 수에 항상 대비해야만 한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일은 항상있는 일이지만 이에 대처하여 어떤 예방책을 강구하느냐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지난번 2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사건과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은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가장 밑에 층에서 발생한 것부터 대형 인명사고에 이르기까지 과연 소방당국이 어떤 대비활동을 했었는지 의문이다. 화재 신고이후 소방 활동에 대해서는 제천의 경우 소방서장을 직위해제하는 등 소방관의 책임을 물었지만, 밀양에서는 신속한 화재진압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그때그때 대응해야 하는 소방관들의 노고와 고심이 매우 커 보인다.

 

세월호 침몰사고 때 현장에 도착한 해경대원들이 충분한 인명구조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지만, 화재사건의 현장은 연기로 뒤덮여 우선 물부터 뿌리는 것이 화재진압의 요령이기 때문에 인명구조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있어 보인다.

 

종로여관의 화재는 술 취한 한량이 성매매를 거절당하자 홧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어처구니없는 방화사건이다. 조그마한 여관에서의 화재가 6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그 중에서도 모녀 세 사람의 죽음은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전남 장흥에서 서울구경을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가슴은 더욱 아프다. 영흥도 낚싯배 사고 역시 항해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설마 충돌이야 하겠느냐’하는 안이한 사고방식으로 배를 몰다가 기어코 엄청난 사고로 커진 것이다.

 

이러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하면 경찰과 소방당국은 원인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시킨다. 모든 매스컴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거기서 매번 나오는 얘기는 유독가스다. 불에 타서 피해를 입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유독가스다. 검은 연기가 다 유독가스는 아니다. 난방과 취사를 위해서 나무로 불을 땐 우리의 선조들은 수천년 동안 유독가스에 질식한 일이 없다. 유독가스는 현대인의 작품이다. 건축물에 들어가는 온갖 부자재를 만들 때 화학물질이 들어가거나 합해지기 때문에 문제다. 새 집을 짓고 나면 약간 기분 나빠지는 냄새가 난다 이것이 심해지면 소위 새집 증후군이라는 낯 설은 병이 생긴다. 발암물질이 섞여있다고 해서 온 가족을 절절 매게 한다. 자주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불이 붙으면 치명적인 유독가스로 변하는 것이다. 노련한 소방관들도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질식사하는 수가 흔하다. 모든 건축물에는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 자재가 들어있다고 생각해야한다.

 

밀양 세종병원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논란을 일으킨 문제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병원 측과 소방당국의 견해가 일치한다. 소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물면적보다 작기 때문에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면 위법은 아니겠다. 그렇더라도 일반 사무실 건물과 달리 병원은 특수한 공간이다.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약자들이 집중적으로 드나드는 곳이며 많은 사람이 입원하여 자고 먹는 생활의 공간 아닌가.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여 밤에는 텅 비어있는 일반 사무실건물과는 전연 다르다. 아무리 작다고 하더라도 밤낮으로 출입자가 많으며 새로운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건물의 지형지물에 익숙하지 않다. 만약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비상구를 찾거나 제대로 된 안내를 받을 여유가 없다. 우리는 이에 대한 사회적합의가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병원, 스포츠센터, 마트, 오락실 등 사람이 많이 모이고 번잡한 건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모든 건물에 대해서는 방염제품을 사용하여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순식간에 타올라가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의무를 지워야만 한다.

 

지진이 났다고 호들갑을 떨고, 물난리가 나면 우왕좌왕하며, 화재가 발생하면 놀라서 뛰기만 할 일이 아니다. 건축허가 조건을 까다롭게 하여 내진설계의 의무화, 방영제품의 시공의무화 등등 비록 건축비가 좀 많이 들어가더라도 사전에 이러한 조치를 해놓는다면 막상 사건이 터졌을 때 당황하지 않게 될 것은 물론 피해액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어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 틀림없다. 이는 공무원들이 흔히 내미는 절차의 규제와는 전혀 다르다. 절차는 그 간격을 줄일 수도 있고 번잡스러운 것은 생략할 수도 있지만 지진과 화재 등에 대비한 건축물의 내진설계와 방염제품 사용은 우리 모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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