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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칼럼 ] 경상도 리그로 변한 대선

[ 칼럼 ] 경상도 리그로 변한 대선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칼럼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탄핵으로 빚어진 대통령선거는 엄밀하게 말하면 보궐선거다. 그러나 다른 모든 선거에서 보궐선거는 전임자가 남긴 잔여임기를 승계하는 것이지만 대선은 그게 아니다.

 

투표가 끝나 당선자가 확정되는 순간 대통령직을 인수하게 되며 그 날부터 헌법상 임기5년이 시작된다. 한참동안 개헌논의가 활발했던 국회에서도 특위가 구성되었지만 대선전 개헌은 물 건너갔고 선거가 끝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해봐야 개헌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는 촛불집회에 엄청난 사람이 몰리면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도마에 올랐고 그 위기를 솔직담백하게 돌파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에 기세를 올린 야당에서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아래 좌파진보 진영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을 후보로 선출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바른정당은 유승민, 자유한국당은 홍준표를 내세웠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을 일찌감치 확정했지만 아직 3%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로 주목을 받을만한 처지가 아니다. 그동안 대선이 있을 때마다 후보들의 출신지역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져온 것은 국민들이 가장 비판하는 바였다. 김대중이 4수 끝에 충청출신 이회창을 꺾고 당선했을 때 처음으로 호남정권이 탄생했다고 환호를 받았지만 그 뒤부터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경상도출신의 승승장구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아예 호남의 유력주자가 보이지 않았다. 역대정권에서 호남출신 정치지도자가 부각하지 못한 것은 집권자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영남출신으로 치우쳐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

 

정치자금은 정치지도자를 길러내는데 결정적 자양분이다.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미지업, 정책개발, 홍보의 다양화, 대민접촉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국회에 입문하면서부터 철저하게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데 자금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부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번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민의당 천정배가 깃발을 들었다. 목포출신 5선 의원으로 신당까지 창당했었지만 가진 바 실력보다 저평가를 받는 우량주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안철수와 경선을 치를 것으로 봤는데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광주에서 당선한 국회부의장 박주선이 대타로 나섰다. 그는 세 번 구속되었다가 모두 무죄로 풀려난 인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남을 내세워 상당한 호응이 기대되었으나 광주경선에서 무참하게 깨진 후 되살아나지 못했다. 충청도에서도 반기문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일대 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지만 스스로 물러나면서 반딧불은 꺼졌다. 충남지사 안희정은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최대의 기대주로 등장했다. 본선에 진출하기만 하면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충청도 안방에서도 참패하면서 떠오르던 태양이 갑자기 낙조(落照)로 변했다.

 

호남에서 박주선이 쪽박을 차고, 충청에서 안희정이 물을 먹었으니 남은 이들은 부산출신 안철수와 문재인 뿐이다. 게다가 바른정당도 대구출신 유승민을 뽑았고, 간판을 갈아 건 자유한국당은 경남지사 홍준표를 주자로 내보냈다. 이른바 유력정당의 네 후보가 모두 경상도 사람이다.

 

경상도는 경남북과 부산 대구 울산을 포용하는 최대의 다수인구 지역이다. TK와 PK는 정권의 상징이다. 이 나라 경제력도 한 손에 거머쥐고 있다. 초대대통령 이승만 이후 10명의 대통령 중 7명이 영남출신이어서 가히 경상도공화국 소리를 듣게 되었다. 여기에 철저한 비판을 가하는 곳이 호남인데 전남북과 광주를 합친 인구수는 영남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일제의 강제지배를 받던 1945년 광복의 그날까지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인구수는 엇비슷했다. 6.25전쟁을 치르면서 수많은 피난민이 부산에 몰렸다. 5.16군사쿠데타 이후에는 구미, 포항, 울산 등이 집중적으로 산업중심지가 되면서 전국의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 공업생산 지역으로 들어와 산업역군이 되었다. 공장이 집중된 경상도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세계최빈국에서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이 되는 단초는 여기서 열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심각한 소득양극화와 지역불균형의 암초에 부딪쳐 있다.

 

대선후보 4인이 모두 영남인이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들이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주시하게 된다. 제1차산업 시절에는 가장 부유했던 호남이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빈곤지역으로 바뀌었다. 이를 극복하려면 집권세력의 폭 넓은 탕평정책이 필요하다. 역대정권은 오직 입으로만 배려와 탕평을 내세우며 뒷구멍으로는 영남위주로 치달았다. 이것이 되풀이된다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부활이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그는 대한민국 전체를 살려내야 하는 책무를 가졌다.

 

지역의 맹주, 추종배의 주군으로만 행세나면 끝장이다. 대권을 쥐면 먼 미래를 구상하는 혜안(慧眼)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없애는 일이다. 가장 큰 적폐다. 이는 행정지역 개편을 통해서 기초 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를 모두 폐쇄하고 인구 100만 단위의 지역행정단체로 개편하여 경상 전라 충청이라는 뿌리 깊은 지역이름을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해야만 가능하다. 현실적인 저항세력이 있겠지만 당선과 동시에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스트롱맨이 되어야 한다. 통합과 소통만 잘하면 국민의 지지는 더 커질 것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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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