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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칼럼 ] 강의를 너무 잘하려다가

[ 칼럼 ] 강의를 너무 잘하려다가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칼럼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말,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할 때 듣는 얘기고 좋은 말, 꼭 필요한 말이라면 아무리 많이 해도 은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는 말이 좋은 말인지, 필요한 말인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얼른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게다가 말을 많이 하다보면 해서는 안 되는 말,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일으키는 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을 때가 더 많을 수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은 국회의원이다. 그야말로 말로 먹고 산다. 그것도 전국의 말꾼들이 모여 있는 곳이 국회여서 온갖 사투리가 총동원되어 말 경쟁을 벌인다. 어려서부터 웅변학원을 다닌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웅변 특유의 악센트를 구사하며 누가 듣더라도 “아, 웅변학원 출신이구나!”하는 냄새를 풍긴다. 학교에서 선생을 했던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대부분 꼬치꼬치 딱딱한 강의식으로 말한다.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을 말꾼이라고 호칭한 것은 약간의 풍자를 섞어서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모두 천하의 달변가는 아니다.

 

이들이 국회에서 발언한 것을 속기록으로 찾아보면 포복졸도 할 만한 기발한 것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온다. 일반인보다도 수준이 낮은 내용도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국가를 위해서 국민의 대변자 역할에 충실하려고 애쓴 모습도 보인다.

 

요즘 국민들은 안방에 앉아 TV만 틀면 말의 홍수에 푹 파묻히게 된다. 탄핵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을 5월9일 선출해야 하는데 정당마다 후보가 되기 위한 경선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강 백사장이나 여의도 광장 같은 곳에 수십만 혹은 백만 군중을 모아놓고 사자후를 토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모을 방법이 없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많은 인원을 동원했다고 하지만 스피카에서 울려나오는 연설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맹목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고함을 질러대는 것으로 끝났다.

 

자유당 때 야당후보였던 신익희는 한강백사장 대군중 앞에서 멋들어진 연설을 마치고 호남유세차 밤기차로 전주에 가다가 심장마비로 서거한 바 있다. 그 이후로 대통령후보 중에 김대중이 말을 제일 잘한다는 평을 들었지만 요즘엔 연설장에 청중이 없다. TV로 편안하게 토론회를 즐긴다. 토론회에 나온 후보들은 당대의 현인인양 모르는 게 없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군사 체육 의료 등 언제 그 많은 공부를 다 했나 싶더니 알고 보니 사전에 질문지를 받은 꼼수였다. 이는 학생들이 시험 때 저지르는 커닝보다 나쁘다. 대통령후보 쯤 되면 스스로 공부한 것을 즉문즉답으로 풀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안희정이 돋보인다.

 

말로 먹고사는 직업 중에 학원 강사도 누구에게 지지 않는 훌륭한 입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스타강사로 알려진 젊은 강사가 3.1운동과 관련하여 구설에 올랐다. 그는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할 때 애초에 계획했던 탑골공원에서 하지 않고 태화관이라는 중국음식점을 선택한 것을 자기 나름대로 재미있게 윤색한 것이 좀 엉뚱하게 빗나갔다. 음식점을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게다가 33인대표들이 낮술에 취했다고 말했다.

 

강의는 수강생인 학생을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가게 가르쳐야 하는데 재미있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 과했다. 남을 가르치는 강사는 돈벌이도 좋지만 책임이 무거운 자리다.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픽션으로 재미를 넣으면 안 된다. 33인 민족대표는 목숨을 걸고 민족의 자주독립을 외치기 위해서 모인 자리다. 그런데 돈과 여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룸살롱으로 표현한 것은 태화관의 역사적 가치를 몰각하는 일이며 낮술에 취한 손병희대표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추태를 부린 양 말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일제경찰이 민족대표를 낮잡아 선전한답시고 대낮에 술을 마셨다고 발표할 수는 있어도 오늘 같은 대명천지에 학원강사의 유머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세상은 지금까지 굴러온 관성의 법칙에 따라 계속 흘러간다. 말만 앞세우는 국회도 그대로일 것이고, 선생님들도 학교에서 계속 가르쳐야 한다. 수능준비를 하거나 취직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여전할 것이다. 강사는 얼마나 인기 있는 강사냐 여부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소문난 강사는 억대의 스카우트 비용이 든다. 이들은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기술을 연마한다. 지루한 강의에 귀를 쫑곳하게 하려면 유머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엉뚱한 내용, 지어낸 얘기, 저질스런 표현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유머를 구사하려면 김삿갓 식의 교훈으로 가득 찬 풍자와 해학이 절대로 필요하다. 내놓을 듯, 감출 듯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이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되지 않겠는가.

 

웃음치료사라는 자격증을 가진 분들이 있다. 이들은 억지로 크게 소리 내어 웃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신이 맑아지며 집중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나도 그들의 지도에 따라 억지웃음을 웃어봤다. 어떤 유머보다 강력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을 웃기려고 내용을 과장하거나 지어내다 보면 엉뚱 생뚱한 아이디어로 망신당하기 쉽다.

 

이번 3.1절 문제가 바로 그랬다. 차라리 곧이곧대로 크게 웃으라고 한 다음 강의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 강의는 재미보다 올바르게 가르치는 게 원칙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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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