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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독재의 전통 중앙집권의 틀에 함께 갇힌 여야 위정자들에게 탈출구는 없다

[칼럼] 독재의 전통 중앙집권의 틀에 함께 갇힌 여야 위정자들에게 탈출구는 없다

야당의 여당 흡집 내기 작전에 부쳐-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한 집단이 번영하려면 서로의 허물을 가리고 보이지 않게 돕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평범한 상식이다. 물론 허물이라는 것도 정도가 있어서 청와대가 대법원장하고 결탁해서 의도적으로 권력을 오남용하여 민생을 해치는 경우는 달리 처분해야 하는 것이지만.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 북한 관할 수역에서 피격된 사건을 두고 여야가 연일 공방전이다. 자진월북이냐 실종이냐 하는 점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행태를 보노라면, 야당은 사실 자체보다 “여당은 잘못해야 한다”는 원칙을 먼저 세우고는 거기에 맞게끔 ‘인디언식 기우제’를 지내는 것 같다. ‘자진월북’이라면 정부의 책임이 어느 정도 조각될 것 같으니, 그게 아니라고 떠드는 것이다.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편의에 따라 사실은 고무줄같이 왜곡된다.

 

문제는 그런 공방전이 어쩌다 그런 것이 아니라 건수를 가리지 않고 날마다 새것이 생기고, 없으면 집중수사해서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민생 현안은 실종되고 국회는 권력쟁탈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사실 그 책임은 여당을 물고 늘어지는 야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 민주당 대표 이낙연이 내건 목적도 ‘권력재창출’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같은 권력지향적 가치관의 틀(프레임)에 갇혀있다.

 

기성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한국외대 지부장이 직무유기 혐의로 문 대통령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단다(리버티코리아포스트,2020.9.30.).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두고 정부가 국민의 안전보장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시신도 회수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전대협 한국외대 지부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을 보면 전체 전대협의 뜻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 수의 다소를 막론하고 젊은 새싹들도 누런 떡잎 같은 한국 기성정계의 가치관을 그대로 대물림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오직 남의 탓하는 못난 근성밖에 양해나 배려는 싹수도 보이지 않는다. 유연한 사고에 창조적이어야 할 젊은이들조차 기성 정치인의 아바타(판박이) 되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여기에 오늘의 한국 정계를 오염과 똥통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원인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것은 사망한 공무원이 북한 관할 수역에서 발견된 만큼 한국(남한) 정부에서 대처할 수 있는 작전의 범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거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다. 여야 모두 잘했다 잘못했다 우길 줄만 알았지, 왜 이 같은 질곡이 다른 곳 아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하는 데 대한 반성이 없다는 말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회의원도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돈줄, 연줄 대고 또 어쩌다 보니 국회로 들어가는 것이다. 애초에 가장 유능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 욕심도 비슷하고 능력도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높고 낮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 이들을 보고 다 잘해주기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허망한 기대를 갖는 사람 자신의 잘못이다. 한 사람이 다 잘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전제적, 독재의 발상이다. 민주는 모두가 나누어서 할 일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 정치계의 질곡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권력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뿐 아니라, 경찰도, 검사도, 판사도, 국회도 다 잘못하고 있다. 제대로 돌아가는 데가 없어 적폐가 만연한 마당에, 대통령 한 사람 혹은 그 주변의 핵심 참모들만 공격하는 이유가 어디 있겠나? 그것은 집중된 권력을 탐하기 때문이다. 협조해서 잘 만들고 싶은 마음 없이 상대를 흠집만 내고 싶어 하는 것은 그만큼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또한 피해갈 수 없는 인간 본성이다. 문제는 그 애물단지 같은 권력을 분산시키고 싶은 마음이 여야를 막론하고 위정자들에게 없는 것이다.

 

국회 돌아가는 것 보면, 일을 하러 모인 것인지 심핀하고 싸우려고 모인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 국회는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다. 민초가 현명하지 못해서 제 권리를 못 찾으니, 국회가 저 모양이 되는 것이다. 민초를 위해 봉사해야할 국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만드는 것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이의 탓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고 또 위정자와 민초를 가릴 것 없다는 말이다.

 

전대협,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라고 간판을 내건 학생들조차도 더 이상 반성의식을 가진 신선한 새싹이 아니다. 다른 적폐는 다 놔두고 외골수로 대통령만 조준하여 고소하는 것을 보니 숫제 기성세대를 판박이로 닮은 누런 떡닢 같다. 그런 점에서 이들도 광화문에 모여드는 태극기 부대와 유사한 맥락에 있다. 태극기 부대가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욕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한 사람만 몰아내면 대한민국 적폐가 다 청산될 것같이 생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남을 탓하는 것은 스스로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 자기는 잘났다고, 잘못은 남의 것이라고 탓만 하는 사회는 절대로 번영하지 않는다. 욕심만 덕지덕지하고 건강하지 않은 사회는 공멸한다.

 

똑똑한 제자가 유능한 선생님을 만들어내고, 현명한 민초가 쓸모있는 공직자를 길러낸다. 그런데 지금은 공직자가 제왕처럼 민초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 국회에서 서로 탓을 하고 물고 뜯는 것이 민초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설마 없겠지! 지금 있는 이를 쫒아내고 그 권력을 빼앗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하는 것이다.

 

권력을 빼앗고 싶어하는 것은 집중된 그 권력이 너무 커서 탐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집권 자체가 갈등을 부추기는 화약고란 말이다. 목숨 끊어지기 전에 욕심은 못 버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어차피 욕심을 못 없애니, 화약고 자체를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 분권! 그냥 지방분권 말고 민초들의 풀뿌리 분권 말이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와 같이 거기도 또 유지들이 장난을 칠 수가 있으니까.

 

분권은 좋은 점이 있다. 무엇보다 권력이 분산되는 만큼 지혜를 모을 수가 있고, 또 책임도 분산이 되는 거니까.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면 욕도 나누어서 먹게 되는 거지. 사실요즈음 뭐 대통령 시킨다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만희도 제멋대로, 전광훈도 제멋대로 한다. 거기다가 서해 북한 관할 수역은 들어가는 데가 아니거든. 자의든 타의든 결과적으로 그런 걸 어겼다면 그 일차적 책임은 본인 스스로가 져야 한다.

 

온갖 책임은 대통령이 다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언뜻 보기에 남의 탓할 데가 있어서 좋을 것도 같지만, 자기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권리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이거든. 책임은 권리에 따르는 것이라서, 남의 탓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민주가 아니라 캐캐묵은 봉건의 소산이다. 자기 권리를 포기한다는 말이거든. 핵심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욕만 하고 앉아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못 행사하는 권력을 우리가 찾아와서 스스로 행사하고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주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책임을 나누어지기 위해서 당연히 권력도 나누어 가져야 한다. 그러니 국회에서 의원들끼리만 맨날 싸울 것이 아니라, 민초들이 거들 수 있도록 국민입법권을 돌려받아야 하겠다. 그거 내놓도록 국회를 추달하도록 하자. 50년 전에 박정희 유신정권 때 빼앗아 가놓고 아직 민초에게 안 돌려주는 것. 지금 국회에서도 돌려줄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여야가 다 똑같이 독재의 아바타들이다. 대통령보고 다 책임지라고 무리한 부탁할 게 아니라, 그래서 우리 친구들이 대통령을 고소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나누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권력부터 되찾도록 하자고!

 

대통령은 만능의 어버이 수령이 아니다. 뭐라도 잘못되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어떻게 한 사람이 오만 가지 책임을 다 질 수가 있냐고! 신도 그런 책임은 안 진다. 잘못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 금단의 사과를 따 먹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탓하는 못난이가 되지 말고, 모든 사람이 권력을 나누어 갖고 스스로 책임을 지며, 다 자기 탓으로 돌리고 분발해야 할 때가 되었다.

 

글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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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