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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울릉도 테마여행 -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칼럼] 울릉도 테마여행 -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시사타임즈 = 조동섭(우문현답) 백산문화재단 대표]

  

​ 섬, 울릉도

 

울릉도는 마치 태고의 석순이나 종유석들이 엉겨 붙어 큰 섬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다. 바다 밑에서 솟구쳤다면 저마다 물 밖으로 올라 와 뽐내는 탄생의 기운들이 봉긋봉긋 어깨동무로 연대하는 듯하다. 맨 먼저 얼굴을 내 밀었다가 주봉으로 떠 받쳐졌을 성인봉(해발 987m)이 기죽지 않고 끓는 돌물들을 분출해 흘려보냈다면, 바다로 밀려 내려가 잠수당하기 직전까지 용암들은 대지를 갈망하며 끝까지 버텨낸 의지로서 곳곳에 낙하의 각도를 이룩해 냈다. 대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향했든 간에 울릉의 모든 사면들은 여전히 영겁의 풍파를 흔적으로 새겨가고 있다.

 

지구 높이에서 깔보면 솟아오름 한 점에 불과할지라도 울릉도는 복잡한 웅지의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 복잡하기에 어떤 바람도 미끄러지지 않고 안아줄 수 있고 사방에 파도 떼를 놓치지 않고 비벼가며 맞이한다. 제 웅장을 자랑하느라 빈틈없고 여유 없어 보이면서도 곳곳에 온갖 동식물(성인봉 원시림은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다)과 사람들이 착도하도록 허락해 주고 있는 곳, 울릉도의 관용과 너그러움이다.

 

어떤 시인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도가 달려온다 했지만, 아니다.

 

나는 경사 각진 울릉 섬에 머무는 동안 밤낮으로 내려다보았다. 불명확한 대세에 떠밀려 끝 모르게 달려오느라 피곤한 파도들이 섬에 다다르자 비로소 편히 쉬며 제 운명을 내 맡기는 모습들을…….

 

대양 곳곳에 솟아오른 모든 섬들은 씨앗의 종착지이자 새들의 휴식처다. 그리고 바람의 거처와 파도의 쉼터로서 필연적 사명을 뗬을 것이다. 어쩌면 바다 안을 유영하는 고기들에게 잠수의 수심을 잴 수 있도록 잣대가 되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 섬여행

 

왜 사람들은 섬에 들어서면 외로움이나 고독을 떠올리곤 할까. 아주 작은 쪽섬이 아니고서야 대륙에서나 섬에서나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나 이동하는 면적에서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을 텐데도 말이다. 결국 섬은 사람들 마음 안에 있다. 내가 섬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섬이 들어서며 협소나 밀폐를 느끼는 것이다. 역으로 사람들은 평소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유를 간직한다. 막연하게나마 내가 떠날 공간과 도착할 여지를 맘속 한켠에 남겨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결행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다면 섬 그 안에 사람들은 어떨까?

 

섬에서 긴 세월 살아가는 사람들은 밀폐나 협소를 느낄까? 자유가 막혀있다는 경계와 이동면적의 한계에 뼈저릴까? 이런 감성 자체가 한낱 육지의식이자 불필요한 대륙의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섬이나 육지나 보통 사람들은 일상에 묶여 그리 큰 공간을 차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우주 이 지구 이 땅에 한 사람이 향유하는 공간과 면적과 사물의 경험치들은 참으로 하찮은 것들에 불과하다는 것, 아쉽고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섬, 주민들은 여행객들이 몰려옴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공간과 면적 또한 확장이 된다. 이는 단지 사업이나 장사가 활력을 되찾는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지고 매고 가져오는 온갖 사연들과 섬에 대한 기대치와 욕망을 곧 쏟아 내 줄 것이다. 찾아오는 이들이 아무리 크고 넓은 사연들을 소유한 채 도착했더라도 그 규모는 들어 온 그 섬의 크기로 압축될 것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겨울철이 되면 삶의 면적과 공간이 가장 작아진다. 겨울 울릉도에 강설량은 1~2m에 달하기에 섬을 찾는 이들도 적고 섬사람들 역시 잠시 울릉도를 떠나 한반도 대륙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겐 이때 비로소 섬이 된다.

 

​ 울릉도를 여행하자

 

▲태하항 해안 (c)시사타임즈

<지질관찰 여행>

 

섬이 탄생된 이후 지금까지 살아 온 건장한 육체를 관찰해 보자. 대한민국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지질구조를 살피며 느끼지 않은 채 울릉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도동항(주변)-저동항 사이 해안산책로, 통구미항 거북바위 주변, 조선 한양에서 울릉도를 감독 관리하는 수토사를 파견하면 맨 먼저 도착하는 곳인 태하항 주변 용암석 해안, 송곳산 주변, 삼선암 주변 해안도로 등이 일주도로 상에 펼쳐진다. 그리고 울릉도 유일 평원인 나리분지를 관망하고 그곳에 펼쳐지는 산세의 드러남과 산능선이 연출해 주는 파노라마를 맛봐야 한다.

 

<바다풍경 여행>

 

많은 공기와 함께 울릉도 바다는 맑고 명경하기로 어디와 비교할 곳이 없다. 육지 세속과 떨어진 거리만큼 순수하고 순진무결할 것이다. 도동항 해안산책로, 태하항 관망대, 현포항 관망대, 관음도 연도교 위, 이런 곳에서 가까이 다가 가 내려다보는 바다속 비경, 공포스러운 수심과 신비스러운 물색은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물이 투명해 저 아래 바닥이 다 보이지만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이 느낌은 그곳에 직접 가보는 길 외엔 알 수 없다.

 

<성인봉 대자연 원시림과 나리분지>

 

▲봉래폭포 (c)시사타임즈
▲나리분지 (c)시사타임즈

말 그대로 원시 숲이 실감난다. 영화 쥬라기공원 같은 곳에서나 나오는 양치식물(고사리류)이 깔려있고 솔송나무, 섬단풍나무, 섬피나무, 고로쇠나무, 너도밤나무 등으로 빽빽한 그런 밀림과 정글 같은 숲, 깊고 경사지고 우거져 높은 독특한 산세, 육지에선 사라지고 없는 '원시림'이 성인봉 주변을 이루고 있다. 명이나물로 유명하고 등산로 주변에 고로쇠액을 채집하는 플라스틱관이 길게 드러나 눈에 거슬리지만 지역민 소득원이라면 불가피할 것이다.

 

<괭이갈매기 서식>

 

7월 초중순 경 울릉도(관음도 주변)에 가면 해안가 바위와 길과 절벽에 내려앉은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을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번식기에 부화철이기에 새로 태어나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회색빛 깃털의 새끼 갈매기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시기이다. 아직 독립된 생활력이 부족한 어린 갈매기들이 사람과 차량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내려온다. 심지어 도로상엔 차에 치어 죽은 갈매기 시체들이 곳곳에 눈에 띌 정도이다.

 

<낚시생태 여행>

 

 

울릉도에서 낚시는 청정과 파릇함과 신선을 낚는 것이다. 생존적 어부가 아니라면 약탈과 정복적인 낚시질은 결코 어울리지 않다. 주변에 쓰레기를 널브러뜨리는 수준 낮고 교양 없는 꾼들이라면 낚시취미나 애호인이 아니라 고기 죽이는 건달에 불과하다. 울릉도 해안가와 갯바위에 오르면 대면하게 되는 해맑은 바다에 절로 겸손해지고 어떤 어종을 만나게 될지 설램과 함께 감사와 은혜의 낚시를 드리우게 된다. 어디 슬쩍 쓰레기 남기고 올 곳이 있던가.

 

정현종 / 시인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역사>

 

 

조선시대 임금의 명으로 울릉도 관리와 통제를 위해 파견된 수토관, 이들이 처음 도착하는 곳인 태하항 주변엔 수토사들이 본토행 배를 출항하기 위해 바람을 기다리며 머물렀다는 대풍감이 있고, 수토사와 수행원 자신들에 관해 기록하고자 암석에 새겨 남긴 내용들이 많다. 태하항엔 울릉수토역사전시관이 있다. 

 

▲근대 일본식 가옥, 울릉 역사문화 체험센터 (c)시사타임즈
▲관해정 (c)시사타임즈

 

<사람>

 

 

▲테마여행중인 <문화공존>그룹, 2020. 8. 28~30 (c)시사타임즈

 

울릉도 섬사람들은 어떤 별다른 특징이 있을까? 경상도인들의 특색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처음 접하면 무뚝뚝한 느낌의 대접을 받게 되지만 곧 익숙해지고 친절하다는 본성이 느껴진다. 어둑해지면 마을 골목 평상엔 할머니들이 나와 옹기종기 담소를 나누고, 빈터엔 편하게 입은 옷차림의 한 무리 동네 중년남들과 여행객들이 섞여 윷놀이로 시끌벅쩍이다. 물론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열린 어울림이다. 저동항 가게에 들렀다. 마침 전화를 받느라 마스크를 벗은 채 들어 갔다. 주인 할머니가 역정을 낸 소리로 마스크를 왜 안 썼느냐 호통이다. 물건 안팔 테니 당장 나가란다. 코로나가 사람 사이에 연육교 없는 진짜 '섬'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숙박>

 

▲각고의 노력 끝에 전망 좋은 리조트에서 묵을 수 있었다 (c)시사타임즈

 

혹시 섬 안에 섬 그 섬 안에 섬 그 섬 안에 섬임을 느끼고 싶은가? 섬(울릉도) 안에 섬(게스트하우스) 그 안에 섬(한 방), 그 섬에 모인 젊은이들은 서로 어울리며 즐겁지만 방안에 나 홀로 남겨진다면, 섬 안에 섬으로 소외되고 분리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겠다.

 

방 밖에 젊은이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도 밤늦게까지 소통하고 대화할 자유와 특권을 가졌다. 거기에 끼지 못할 만큼 그리고 그 분위기 정도는 이해해 줄 정도의 아량의 나이를 먹었다. 주인이 나와 11시까지만 마시고 이후엔 다른 숙박자를 위해 조용히 해 달라며 부탁한다. 25000원의 저렴한 소비가 필요한 젊은 청춘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어울리는 모습, 좋아 보이고 부럽기까지 하다.

 

30세 청년 여행객과 같은 방에 투숙했다. 방 밖에서 시끌 어울리던 젊은 친구들이 해산한 후 내 섬에 들어와 어둠속에서 섬이 된 나에게 잠시 말을 건넨다.

 

<독도>

 

▲독도에는 늘 파도보다 높은 애국심이 출렁거린다 (c)시사타임즈

글 : 조동섭(우문현답) 백산문화재단 대표

 

(역임)

- 북경 'B-Space' 대표

- 남북경제협력포럼 대표

- 윤이상평화재단 부이사장

- 중국한국상회 부회장

- 서초구상공회 수석부회장

-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조직위 부위원장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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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섭(우문현답) 백산문화재단 대표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