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기 것을 고집하면 따를 사람이 없다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태풍이 지나갔는가 싶더니 또 다시 새로운 태풍이 엄습하면서 전국을 바람과 물로 흠뻑 적시고 있다. 과거에도 모진 태풍 때문에 아까운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쓰라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지만 이번에도 예외 없이 바람은 거세다. 링링과 타파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보다 거의 동시에 더 거세게 몰아친 게 우리나라에서는 가히 ‘조국태풍’이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으로 알려진 그의 이미지는 공정과 개혁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이뤘다. 운동권 출신이면서도 서울법대 교수직을 꿰찬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수많은 장관급 후보자들의 인사검증을 책임지고 있을 때 지금까지 알려졌던 공직자로서의 능력은 낙제 점수였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을 때 그는 슬그머니 법무장관 후보가 되었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덥석 물었다. 장관직은 청문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시시콜콜 발가벗겨지는 게 청문회다. 청문회를 제일 먼저 시작한 미국에서는 의회인준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낙방자가 수두룩하고 미리 사퇴하는 사람이 더 많다. 우리나라는 형식상 청문회를 거치기만 하면 아무 때라도 대통령 맘대로 임명하는 것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조국태풍은 한 달을 끌며 결국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었으며 가족 사모펀드와 딸의 부정입학이라는 대형 비리가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양태로 변했다. 낙마를 예측했던 많은 국민들을 문재인은 보기 좋게 걷어찼다. 조국은 장관이 되었고 검찰은 아직도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어 조국태풍은 더욱 거세질 듯하다. 이런 와중에도 여당에서는 내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이냐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단단히 준비 중이다. 조국문제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완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진영감정을 굳게 믿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좀 빠졌다고 하더라도 괘의치 않는 형국이다. 그것은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하지 않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다. 조국을 파면하라는 대학생들의 촛불집회가 거세게 일어나더라도 야당에서 그 수익을 독차지할 수 없는 정치구조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과거 자유당 시절 이승만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싫어하는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서 3.15부정선거를 감행했다가 4.19혁명으로 쫓겨났다. 그 때 모든 민심은 야당인 민주당에게 경도되었으며 혁명 후 정권을 잡았다.
이기붕을 지금의 조국과 치환해서 본다면 대통령의 절대 신임을 받고, 아들을 서울법대에 부정 편입시켰으며, 부인 박마리아의 내조가 지극히 컸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그 당시의 민심이 야당에 쏠린 이유는 야당의 야당다움이었다고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12년 동안 계속된 자유당 독재에 대하여 단일야당이나 다름없었던 민주당은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시원하게 잘 싸웠다. 신파와 구파로 나뉘어 치열한 당내경쟁을 거쳤지만 독재정권에 맞설 때에는 똘똘 뭉쳤다. 물론 정권을 쥔 다음에는 민주당과 신민당으로 분당했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5.16군사쿠데타를 자초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지만 집권 할 때까지는 인내와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친박과 비박의 대결로 영일이 없다. 탄핵에 협조한 세력과 반대한 세력의 헐뜯기는 오직 당권과 공천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그러기에 조국태풍이 불어도 야당의 지지세는 불어나지 않는다. 여당이 악재에도 불구하고 휘파람을 불며 훈풍에 웃음꽃이 만발한 이유다.
이를 극복하고 여당과 야당의 건곤일척 건전한 대결이 되어야 한다고 수많은 식자들이 나름대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야당은 요지부동 파벌싸움에 여념이 없다. 반면 여당은 벌써부터 불출마 행렬이 물결을 탄다. 수십 명의 현역의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출마를 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여기에 야당의 응수가 어떠냐에 따라서 총선의 향배는 결정된다. 패스트트랙에 의한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가 대폭 늘어나고 지역구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오직 공천에만 눈이 벌겋다. 이를 다잡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당권을 쥔 황교안대표 뿐이다. 황교안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에 파벌에 치우칠 일도 별로 없다. 이미 국무총리까지 역임했기에 새삼스럽게 자리를 넘볼 처지도 아니다. 그에게는 ‘대통령’이 유일한 희망이다. 나는 그에게 유일한 목표인 대통령 불출마를 선언해야 된다고 권고한다. 보수대연합을 위해서 황교안이 내려놓아야 자리가 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자기 것을 고수하면 따를 사람이 없다. 공천권 행사도 버려라. 오직 당대표로서 사해의 모든 인재를 포용하고 그들에게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심판역할만 하라. 머리를 깎은 결기로 나를 내려 놨을 때 황교안은 빛난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양보하지 않는 통에 민주화가 5년이나 뒤처졌던 쓰라림을 기억하라.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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