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연예/문화·일반연애

현대적인 서원을 함께 만드는 ‘길담서원’

현대적인 서원을 함께 만드는 ‘길담서원’

독서르네상스운동 시리즈 (1) - 길담서원

 

 

[시사타임즈 = 이다원 시민기자] 야생 꽃이 활짝 핀 마당과 한 뼘 미술관, 길담 서당이라는 공간의 조화와 우정과 즐거움이 있는 길담서원은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서점이다.

 

서원(書院)의 사전적 의미는 ‘조선시대에, 선비가 모여서 학문을 강론하고, 석학이나 충절로 죽은 사람을 제사 지내 던 곳’이지만 길담서원은 정통적인 서원이 아니다. 박성준 대표께서는 길담서원은 현대적인 콘셉트로 ‘오늘날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것들을 서원 안으로 끌고 들어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즐거워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자신을 ‘서원지기 소년’이라 불리우길 좋아하는 길담서원의 박성준 대표와 결코 평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과 서원 운영에 대하여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지금과 다가올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와 현재, 지금의 그를 만들어낸 책

 

▶ 길담서원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인생이라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제법 살았다고 할 수 있죠?(웃음) 일흔 다섯 살이 되었으니까요. 인생을 돌이켜 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책하고 놀았던 시간이 다른 어떤 시간보다 많은 거에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런 사람은 정말 인생에 마지막 뭐 하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책과 무관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관련된 것을 하고 싶다는 겁니다. 이런 것이 배경에 있습니다.

 

이런 배경 말고도 직접적인 동기가 있습니다. 65세부터 68세까지, 그때 제가 정신적인 전환기, 위기를 맞이했다고 할까요? 내가 의지해왔던 확신을 잃어버렸다는 거에요. 대표적인 것은 기독교와 마르크시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고, 여태까지 내가 의지해왔던 확신을 잃어버려 사는 것이 불안하고 무의미하고 전망이 보이지 않고, 무언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내가 된 거죠. 상당히 절실했어요. 길을 잃어버린 상태였지요.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다시 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 타의로 책을 읽은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감옥에서 13년 반이라는 세월을 보냈어요. 우리나라에는 금서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런 책을 소지하거나 빌려주거나 필사를 하면 법에 걸리는 시대가 있었어요. 그런 책과 관련해서 연루가 되어 정치범으로 감옥에 20대 말에 들어가 40대 초에 나왔단 말이에요. 가장 중요한 30대를 몽땅 감옥에서 보냈단 말이죠. 감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 돼있죠.

 

저는 주로 책을 가지고 시간을 보냈죠. 한 번 습관이 든 것은 버리기가 어려워요.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책과 관련된 직장을 갖게 되고, 나중에 유학을 가고 돌아와서도 학교에서 가르치게 되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어요.

 

즐거운 ‘길담서원’에 대하여

 


▶ 길담서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참여자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이 어떤 게 있을까요?

 

 

길담의 첫 번째 키워드는 ‘우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곳에 오는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저 자신이 길을 잃은 자로서 길 잃은 자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나의 친구가 되고 내가 그들의 친구가 되는 '우정'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자율’입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지도하고,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묻고 자기가 길을 찾는 거에요. “우린 다같이 목마른 사람들이야. 우린 다 무언가를 구하고 있어. 목이 말라. 물이겠죠? 우리 책 속에 있는 물을 다같이 구하자.” 참여자들이 여기서 친구를 만나고 책을 만나고 책 속의 친구와 스승을 만나죠.

 

▶ 왜 서점이 아니고 서원이죠?

 

길담서원이라는 콘셉트는 앞에 ‘현대적인’이라고 하는 것이 붙어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전통을 계승하면서 그것을 현대화시킬 수 있을까 생각한 거죠. 그래서 길담서원은 처음부터 피아노가 있었어요. 갤러리가 생겼고요. 예술적인 요소들, 문화적인 요소들이 현대적인 하나의 양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오늘날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것들을 서원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즐거워하는 곳, 즐거움이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자, 그러다 보니 이러한 길담서원이 되었습니다.

 

▶ 대표께서 길담서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길담서원은 심지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좋은 일, 옳은 일을 재미있게 만들자.”는 생각이기도 하지요. 어떤 일이 재미가 없는 데는 까닭이 있어요. 세상의 모든 일이란 게 아무리 재미있어도 위에서 누가 하라고 지시하면 재미가 없어져요. 세상에는 우릴 유혹하고 부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아요. 우리는 그것을 다 할 수는 없어요. 그 중에서 ‘책을 매개로 해서 즐거움을 얻는 일’을 해보자는 겁니다.

 

제 경우는 그것이 잃었던 길을 다시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책 속에서 길 찾기’였던 거지요. 길담서원을 시작하고 어느덧 만 6년이 지나고 7년째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산 속에서 길 잃은 자에게 캄캄한 밤이 지나고 희부연히 먼동이 트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조금 있으면 아침이 오겠지요. 그러면 어디로 내려가면하산을 할 수 있는지 방향을 알게 되겠지요. 이제 희망이 생겼어요.

 

▶ 길담서원이 통인동에서 옥인동으로 이사를 하게 된 이유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과 심정에 대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주인이 집세를 갑자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려달라고 한 겁니다. 20평의 공간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무슨 수를 써도 주인이 요구하는 수준의 월세를 벌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어요. 복덕방, 인터넷을 뒤져서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월세가 너무 뛴 거에요. “나로서는 할 도리가 없구나. 74세의 나이와 건강에 돈도 없고…” 의기소침했죠. 그래서 마음의 병이 나고, 마음이 병드니까 곧 육신도 병들더라구요. 급속도로 건강을 잃어버렸었어요.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그렇게 된 때가 있었어요.

 


 

▶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그 때를 계기로 서점에 관련되어 심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문자 그대로,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우리를 내보낸 집주인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옮기기 정말 잘한 거죠. 저기 인왕산이 보이죠? 그리고 이쪽 ‘한뼘미술관’이란 저 갤러리 유리창 너머로 고옥(古屋)이 보이죠. 이것은 “길담의 벗”이라는 이름의 한지 콜라주 작품인데요. 여기 실명이나 닉네임으로 이름이 적힌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금 놀이’에 참여해서 4000천만 원 남짓의 이전 비용 전액을 만들어냈어요. 지금 종로구 옥인동 19-17번지 이 새 공간(47평)에는 60명 규모의 콘서트 홀, 책방, 강연장을 겸한 메인 홀이 있고 15명 규모의 길담서당 공부방, 한 뼘 미술관, 부엌과 식탁이 있는 공부방, 사무실 같은 공간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 종종 음악회와 강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작은 서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길담 음악회는 매니아 층이 형성되어있다고 할까. 다음 음악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성공한 프로그램이지요. 강의는 ‘강의기부’라는 형식에 따라 훌륭한 강의를 사례를 받지 않고 기부해 주시는 고마운 선생님들이 있어요. 그런 강연 때는, 유리 항아리를 놓고 참석자들이 자율적으로 참가비를 넣으시게 합니다.

 

길담서원의 네이버 카페에 회원 6,600명이 넘어서니까, 어떤 프로그램을 올리면 적어도 20~30명의 참가자는 쉽게 오시곤 합니다. 실패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정성을 다하죠. 따뜻하게 맞이하구요. 정성을 다하니까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 섭외는 직접 하시는 거세요?

 

외부에서 강연하고 싶어 하세요. 길담서원의 네이버 카페에 회원 6,600명이 넘었어요. 길담에서 강연하면 강연자가 널리 알려져서 여기저기서 강연 청탁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길담이 조금 이름이 알려져 선생님들이 강연을 하고 싶어합니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올리면 실패한 프로그램이 없어요.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정성을 다하죠. 따뜻하게 맞이하구요. 정성을 다하니까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소년과 길담서원 그리고 길담의 벗

 


▶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고등학생 25명 정도 교지를 만드는 팀이 다녀갔어요. 저랑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제가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어른들에게 맡겨놓지 말고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좀 만들자. 제 닉네임이 소년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만들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 속의 이야기와 이 세상의 이야기가 달라서 현실에 만족을 못해요.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죠. 좀 더 좋은 세상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또 제 자신이 인생의 길을 잃었던 것에 비유한다면, 긴 밤이 지나고 먼동이 트는 무렵의 고요한 기쁨, 그런 것을 벗들과 함께 누리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죠.

 

▶ 길담서원을 후원해주는 ‘길담의 벗’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은 반드시 한번 세상에 왔다가 먼 길을 떠나죠. 나에게는 그 때가 멀지 않았어요. 내가 없어지면 길담서원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연연하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길담의 벗들의 기억 속에 ‘길담 이야기’ 한 자락이 남아서 그것이 씨앗이 되어 다른 형태, 다른 이름으로, 여기저기에 더 아름답게 꽃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독서에 관하여 말씀을 해주세요.

 

나비가 이 꽃에 앉았다 저 꽃에 앉았다 하는데 한 꽃에 깊게 있지를 못해요. 책을 넓게 읽는 것을 다독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독서도 깊은 독서가 필요해요. 20대 30대 나중에 70대에 읽어도 새록새록 새롭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오는 책이 있어요. 이른바 고전이라고 하죠. 그런 책은 정말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데, 나비처럼 책을 읽는 사람들은 한 번 읽으면 그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10독을 권합니다. 다원 씨도 정말 좋은 책을 만나서 깊이깊이 읽으면 더 예뻐져요. ‘좋은 독서는 최고의 미용술’입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인생의 책 TOP 5는 어떤 것 입니까?

 

1.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 도마복음서

3. 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

4.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5. 논어


길담서원 박성준 대표 ⒞시사타임즈

 


“좋은 독서는 최고의 미용술”이라는 본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표님은 일흔 다섯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이시다. 아마 좋은 독서와 서원에 대한 열정이 대표님을 젊게 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길담서원이 얼마나 즐거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길담서원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네이버 카페를 들러보시라. 길담서원의 활동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cafe.naver.com/gildam/)

 

 

대표 박성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19-17

전화 02-730-9949

메일 leezorba@naver.com

 

 

취재/사진 = 이다원 시민기자(dawon500@daum.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