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85)] 세븐이브스 1:달 하나의 시대

[책을 읽읍시다 (1385)] 세븐이브스 1:달 하나의 시대
 
닐 스티븐슨 저 | 성귀수 역 | 북레시피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재앙적 가설에서 출발해 새로운 지구와 새로운 인류의 생존가능성을 탐색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세븐이브스1권 달 하나의 시대. “달이 폭발했다로 시작해 무려 5천 년이라는 시간의 경과를 담아낸 소설로 세계의 해체와 재건, 인류의 재탄생이라는 엄청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주물리학, 양자역학, 로켓공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생물학, 유전공학, 무선전신 및 프로그래밍 언어학, 철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정치학 등 방대하지만 검증 가능한 이론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어느 날 아무런 징후도 이유도 없이 달이 폭발하고 지구는 2년 뒤 거대한 운석들이 수천 년 동안 폭풍처럼 쏟아져 내리는 하드레인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모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인간들은 인류의 보존을 위하여 노아의 방주와 같은 우주선에 인류를 대변할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을 태워 우주로 보낼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주 정거장도 은하계의 잇따른 재해를 피해갈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 특히 많은 남자 사상자가 발생한다. 마침내 평정을 되찾았을 때 단 일곱 명의 인간만이 그것도 모두 여자들만 살아남는다. 그로부터 5000년 후 7개의 종족으로 나뉜 30억 명의 인간들이 또 한 번 미지의 세계를 향해 대담한 여정에 나선다. 대재앙과 오랜 시간을 거치며 완전히 낯설게 변한 세계, 지구로.

 

닐 스티븐슨이 이 소설을 처음 착안한 것은 2004년 무렵 블루 오리진이라는 민간우주개발업체에서 일할 때였다. 당시 그곳 연구자들이 우려하는 가능성은 우주 파편 조각 두 개가 충돌할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파편들 사이에 충돌이 계속되면서 미래 우주 탐험에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븐이브스는 바로 그 재앙적 가설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지구와 새로운 인류의 생존가능성을 탐색한 닐 스티븐슨의 거대한 사고실험이다. 또한 우주, 최후의 미개척지’([스타트렉]의 표어)라는 사상 위에서 자라난 그에게 매혹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어떻게 발전시킬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야기의 배경을 지구 가까이-아니면 적어도 태양계 안에- 두고, 초광속 추진 시스템이나 마찬가지로 이미 우리가 아는 물리학적 기반이 없는 다른 기술을 소설에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훌륭한 과학 소설 중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사용한 것도 많지만 나는 별에서 별로의 여행은 과대평가된 것 같다는 편견을 품고 있다. 우리는 가까운 시일 안에 태양계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가까운별로 여행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그것만 해도 터무니없이 어려운 과업이다- 많은 것을 발견하지는 못하리라. 그러나 지구 위나 근방에 같은 노력을 들인다면, 할 수 있는 모험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진다.

 

세븐이브스가 구축한 세계의 기본 요소들은 이미 오래 전에 정해졌고 적어도 8년 동안 나는 다양한 매체(텔레비전, 영화, 게임, 여러 가지 트랜스 미디오의 조합)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2013년 가을, 자리에 앉아 내가 직접 소설로 쓰기로 결심했다. 아이디어는 이미 무르익어 있었기에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일 년쯤 후 나는 출판사에 원고를 전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곤란했던 부분은 어떻게 열린 세계라는 인상을 남기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느냐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확실히 의견이 갈리겠지만 처음 글을 접한 주변사람들의 피드백이 좋았기에 20155월 이 책이 출간될 때 보다 많은 독자들이 결말부분을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븐이브스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학문과 교양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SF서사로 빚어내는 스티븐슨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또 하나의 역작이다. 출간된 뒤 곧장 최고의 권위를 지닌 SF문학상인 휴고상 후보에 올랐으며, 뛰어난 자유주의 SF문학에 수여하는 프로메테우스상을 받기도 했다.

 

세븐이브스에는 재건된 인류의 조상이 되는 일곱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인류학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유전학자 브라이언 사이키스의 책 이브의 일곱 딸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인류의 몸 속 세포에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만 유전이 되는 독특한 특성이 있어서 이를 역추적해 올라가면 이론적으로 최초의 어머니에 도달할 수 있다. 사이키스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유럽인들은 모두 일곱 명의 어머니로부터 갈라져 나온 후손들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SF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새로운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고픈 욕구를 갖는데, 닐 스티븐슨의 세븐이브스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은 흔치 않다.

인류의 멸망과 재건이라는 주제 자체는 SF에서 드물지 않지만 워낙 방대한 서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높은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치밀한 설정과 디테일, 구성 등 여러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작가 자신이 신선한 아이디어와 묵직한 주제 의식으로 출발했다고 해도 실제 작품으로 형상화시키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다.

 

그 점에서 스티븐슨의 세븐이브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증유의 천문학적 재난으로 시작해서 지구 인류가 절멸의 길로 가는 과정, 막다른 운명 앞에서 필사적으로 분투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 등등이 첨단 과학기술 아이디어들과 어우러져 아주 정치하게 묘사된다. 빌 게이츠가 이 책을 추천하면서 말한 내가 사랑하는 SF의 모든 면들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라는 찬사가 전혀 과장이 아니다. 한국의 SF독자들은 말 할 것도 없고, SF작가지망생들에게도 이 작품은 좋은 도전이 될 것이다.

 

 

작가 닐 스티븐슨 소개


19591031, 미국 메릴랜드 주 포트 미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하여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과학자인 집안에서 자랐다. 보스턴 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했다가 지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과학, 수학, 암호학 같은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역사, 언어학, 철학 그리고 사이버펑크, 바로크의 범주를 넘나드는 여러 권의 소설을 펴냈다. 가상세계에 만들어진 자기 자신의 분신으로 대중화된 아바타가 등장하는 스노크래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SF 작가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다이아몬드 시대로 휴고 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크립토노미콘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에 올랐다.

 

이 밖에 퀵실버, 혼돈, 세상의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대작 바로크 사이클’ 3부작을 출간하였으며 퀵실버2004년 아서 클라크 상을 받았다. 현재 워싱턴 주 시애틀에 살고 있으며, 유인 궤도하 발사(sub-orbital launch)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 블루 오리진(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투 자를 받은 회사)’의 비상임 고문으로 일하고 있고, VR 망막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매직 립(Magic Leap)’의 미래학 부문 최고임원이다.

 

눈부신 상상력과 천재성을 가진 작가 닐 스티븐슨은 모든 다른 학문과 문학을 엮어 다시 한 번 장대한 사변 소설 세븐이브스를 탄생시켰다. 특별하면서도 소름끼치게 낯익은 장면들이 담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숨 막히고 장대한 모험 속에서 가장 거대한 이상과 복잡한 도전을 헤치며 탐험하게 한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