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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04)] 바르도의 링컨

[책을 읽읍시다 (1504)] 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저 | 정영목 역 | 문학동네 | 500| 15,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Original. ‘본래의’ ‘독창적인’ ‘최초의’ ‘기발한등의 뜻을 가진 이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작가가 있다. 첫 단편집 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을 발표한 이래 손더스는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스타일, 풍자적이고 위트 있는 목소리로 현대 영미문학을 대표해왔다.

 

바르도의 링컨은 링컨 대통령이 어린 아들을 잃은 후 무덤에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오래전 손더스는 워싱턴을 방문했다가 지인에게서 링컨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링컨의 셋째 아들 윌리가 장티푸스에 걸려 열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비탄에 잠긴 링컨이 몇 차례나 납골묘에 들어가 아이의 시신을 꺼내 안고 오열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손더스의 머릿속에 즉각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링컨기념관과 피에타가 합쳐진 이미지. 이것이 바르도의 링컨의 출발점이었다. 손더스는 오랫동안 이 이미지를 마음에 품어오다, 2012년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바르도이승과 저승 사이’ ‘세계의 사이를 뜻하는 티베트 불교 용어로 죽은 이들이 이승을 떠나 저세상으로 가기 전 머물러 있는 시공간을 가리킨다.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윌리 링컨을 중심으로 아직 바르도에 머물러 있는 영혼들이 대화를 나누며 서사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바르도에 있는 40여 명의 영혼들이 등장해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골자이지만 사이사이 링컨과 그의 시대에 관한 책, 서간문, 신문 등에서 인용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챕터가 끼어들면서 가상의 세계와 실제 세계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보완하는 형태로 소설이 진행된다. 이런 생경한 형식이 독자들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할 수도 있는데 작가 자신조차 소설을 집필하면서 나 말고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70여 개의 목소리가 펼쳐내는 언어의 향연은 때로 독창으로 때로 중창으로, 때로는 거대한 합창으로 울려퍼지며 정밀한 언어의 콜라주를 선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디오북 역시 화제가 되었는데, 줄리앤 무어, 벤 스틸러, 수전 서랜던, 리나 던햄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작가인 조지 손더스 역시 오디오북에 참여해 한 목소리를 담당했다.

 

아직 삶에 대한 미련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머무는 곳 바르도. 이곳에 있는 존재들은 자신들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 이 존재들은 죽음에 관계된 어떤 말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병자-상자, ‘시신병자-형체으로, ‘이승이전 그곳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곳의 존재들은 자신들의 몸이 다 나으면 언젠가 다시 가족에게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18622, 이곳에 나이 어린 신참이 나타난다.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는 열한 살의 귀여운 소년 윌리. 이곳에는 저세상으로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한 존재들이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순수하고 죄 없는 어린 영혼들은 오래 지체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곳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고통만 커지므로 어린아이들이라면 마땅히 바로 저세상으로 떠나야 한다. 하지만 윌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

 

윌리는 링컨 대통령이 끔찍하게 아끼던 셋째 아들. 사랑하던 아들을 잃고 큰 슬픔에 잠긴 링컨은 한밤중에 몰래 다시 묘지를 찾는다. 그리고 관에서 아들의 시신을 꺼내 끌어안는다.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이렇게 하면 죽은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런 링컨이 모습을 보고 이곳의 존재들은 감동받는다. 아무리 사랑이 지극해도 다시 찾아와 시신을 만지고 끌어안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링컨은 또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묘지를 떠난다. 윌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윌리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를 안타까워한 한스 볼먼, 로저 베빈스 3, 에벌리 토머스 목사는 어떻게 해서든 윌리를 빨리 저세상으로 보내려 한다. 아이를 설득해 제대로 죽을 수 있도록돕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윌리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이들 세 존재는 윌리를 저세상으로 보낼 방법은 링컨 대통령을 묘지에 다시 오게 해 윌리의 마음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이들이 링컨을 다시 불러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링컨에겐 그들의 모습이 보일 리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도 만무하므로. 그들은 이곳에 머물고 있는 다른 존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제 더 많은 존재들이 합세해 링컨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애쓴다.

 

표면상으로 바르도의 링컨은 죽은 윌리 링컨을 가리키지만, 동시에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윌리 링컨이 사망한 1862220일은 미국 내전이 발발한 지 열 달 정도가 지나 전쟁이 본격화되어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어찌 보면 국가 전체가 거대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던 때라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중대한 결정을 해나가며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링컨 역시 일종의 바르도에 있었던 셈이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링컨과 그의 아들 윌리의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르도를 떠도는 영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매듭을 푸는 것,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미련이나 슬픔, 분노나 집착을 털어내고 진정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르도에 등장한 어린 신참, 그리고 그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에 영혼들의 세계가 술렁대기 시작하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청산하고 하나둘 진정한 죽음의 세계로 향한다. 이러는 와중에 서로에 대한 더 넓게는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 조지 손더스 소개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 “영미문학계의 천재” “작가들의 작가라는 평을 듣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1958년 미국 텍사스주 애머릴로에서 태어났다. 콜로라도광업대학에서 지구물리공학을 전공한 뒤, 유전 탐사 회사 등에서 일했다.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첫 단편집 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을 출간해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단편집 패스토럴리아』 『설득의 나라에서를 발표했다. 2013년 출간한 네번째 단편집 1210로 폴리오상(Folio Prize)과 스토리상(The Story Prize)을 수상했다. 2017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바르도의 링컨은 출간 즉시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등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완전히 독창적인 이 소설의 구성과 스타일은 위트 있고 지적이며, 지극히 감동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는 평을 들으며 2017년 맨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외에도 중편소설 필의 짧지만 무시무시한 통치, 아동서 프립 마을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 산문집 우둔한 메가폰등을 발표했다. 독창적이고 대담한 스타일과 위트 있고 풍자적인 목소리로 문학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는 손더스는 2006년 구겐하임 기금과 맥아더 기금을 수여하기도 했다. 현재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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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