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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네팔 지진 후 한 달, 카트만두에는 그래도 사람이 산다

네팔 지진 후 한 달, 카트만두에는 그래도 사람이 산다
 

 

 

[시사타임즈 독자 칼럼 = 글 정경진·사진 원인철] 4월25일 네팔에 7.8짜리 강진이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5월12일 두 번째 7.4의 강진이 발생하고, 아직까지도 하루 4-5회의 여진이 오고 있다. 네팔은 자신이 가진 문화 유산과 관광 자원을 잃어버렸고, 이미 8천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기술력이 부족해서 아직도 발굴하지 못한 시신을 추산하면 희생자는 총 1만 명이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한 달, 전 세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네팔 지진은 잊혀져 가고, 네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원 상태로 복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NGO 단체 Stay with Nepal 소속 현지 회원들이 보우더나트 사원 근처의 임시 피난처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학교는 무너졌지만 교육은 이어진다⒞시사타임즈
 

 

 

 

카트만두의 최대 번화가 터멜 거리. 안쪽의 골목들은 인적이 끊어졌다. 기울어진 건물에는 나무 받침대를 대 놓았고, 가게들은 대부분 문이 닫혀 있다. 하지만 입구 쪽으로 나오자 택시들은 예전처럼 호객 행위를 하고 있고, 문을 연 가게들이 점점 많아진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은 세계 각국의 NGO들과 구호팀 사람들을 상대로 의도치 않은 호황을 맞았다. 예전의 활기를 되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입구만 보면 지진 초기의 처참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골목 하나만 돌면 무너진 건물들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벽돌을 헤집은 흔적이 있다면 사람이 깔려서 꺼낸 건물이고, 무너진 상태 그대로라면 다행히도 지진 당시에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네팔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정부의 더딘 지원과 수습에도 불구하고, 처음 예상되었던 소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재기나 물가 폭등 역시 없다. 상하기 쉬운 농수산물만 가격이 조금 올랐을 뿐, 설탕과 식용유 등 생필품의 가격은 변동이 없다. 모두에게 각자의 신이 있다고 믿는 네팔 사람들은 이 역시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인다. 12가 신이 싫어하는 숫자라 12일에 지진이 났다는 등의 루머는 돌고 있지만, 사람들의 행동 양식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집 앞의 시장이 지진 피해를 입어 문을 닫았다면, 좀 멀지만 다른 시장으로 가서 물건을 사면 된다. 지진 초기에는 예민해진 사람들이 식량을 배급할 때 격렬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식량 배급을 받는다. 그리고 현지 청년회 등이 자발적으로 각국 NGO의 활동을 돕고 있다.

 

그러나 네팔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네팔은 전 세계에서 젊은 층의 유출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이다. 실제 복구 작업에 참여할 청년층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문화재가 파괴되었으므로, 주된 수입원이었던 관광 역시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 6월 초부터 우기가 시작되면,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과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전염병이 돌 가능성이 높다. 금이 가거나 기울어진 건물들은 물을 먹으면 쉽게 무너져 내린다. 실제로 23일 저녁에 돌풍이 불고 소나기가 내린 뒤, 24일 낮부터 시내에서 충격을 받은 일부 건물들이 연달아 붕괴했다. 5월12일 2차 지진이 발생하자, 단기 자원봉사를 펼치던 일부 NGO는 겁을 먹고 철수하거나, 자원봉사팀의 파견을 취소했다. 

 

 ▲인부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부수고 있다. 처음부터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틈이라도 생긴 건물은 대부분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시사타임즈

 

 

 

네팔의 재건에는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상도 있다. 초기에는 전 세계의 시선과 관심이 네팔로 집중되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지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재까지의 지원이 인명 구조와 긴급 구호에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네팔의 복구와 재건에 집중되어야 한다. 집을 다시 세우고 길을 다시 닦는 일에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네팔 스스로 자생적인 복구가 가능해지고 시장이 제 기능을 찾으려면, 물품보다는 현금의 지원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금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때 네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 ‘신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 땅에는 지진이 나도 사재기를 하지 않는,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산다.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처음 지진 당시 잡아주었던 손을 놓지 않는 일일 것이다.

 

글: 정경진 urizia@hanmail.net (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 사진: 원인철 (이상 네팔 현지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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