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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엄무환 칼럼] 내가 만난 최고의 지휘관 하영재 준장

[엄무환 칼럼] 내가 만난 최고의 지휘관 하영재 준장

 

 

 

▲엄무환 국장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엄무환 국장] 벌써 군 교회를 섬긴 지도 햇수로 5년이 지났다.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 5년의 세월 속에서 필자는 참으로 많은 군 지휘관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필자가 만난 지휘관(장군이지만 편의상 지휘관으로 부르겠다) 가운데 유독 깊은 인상을 준 지휘관이 한 분 계시다. 현재 2군단에 근무하는 하영재 준장이다.


필자가 하 준장을 만나게 된 것은 지난 봄 2군단 교회에서 있었던 모임에서다. 그때 하 준장은 점심시간을 맞아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처음엔 사복을 입고 있었기에 계급이 뭔지 몰랐었는데 나중에 보니 계급이 준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준장이 주방 서빙을 했던 것이다. 이건 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하 준장의 이런 삶의 모습은 단지 교회에서만이 아니었다. 부대에서도 부하들에게 화를 잘 내지 않는 자상한 지휘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주위에서 하 준장을 가리켜 ‘리틀 예수’(작은 예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수처럼 섬김과 배려의 삶을 산다고 하여 붙인 닉네임이다. 그러나 이런 하 준장의 삶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 준장의 삶에서 베어 나오는 예수의 향기가 진한 나머지 특정종교 색깔을 너무 강하게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진급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하 준장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라도 지금의 삶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인다.


하 준장이 이런 삶을 살게 된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 준장이 대대장 시절 며칠 동안 끙끙 앓아누웠던 적이 있다. 결국 경기도 양주에 있는 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게 되었는데...결과는 놀랍게도 폐암으로 나타났다. 하 준장은 폐암이라는 얘길 듣고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그래도 제가 나름 열심히 믿고 봉사도 하고 했는데 폐암이라니요. 이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하며 마음으로 하나님을 원망하고 대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 준장의 부인이 이런 하 준장의 모습을 보며 “당신 하나님께 회개하세요”라고 던진 한 마디가 하 준장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그 때 하 준장은 아내에게 정말 섭섭했었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왜냐하면 누구보다도 자신에 대해 잘아는 아내가 회개하라고 하니 말이다. 당시 그래도 나름 신앙생활을 잘한다고 생각했었기에 아내의 그 말이 가시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런데 아내의 말이 자꾸 생각이 났다. 그래서 신약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말 마음속에서 회개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부하들이나 병사들에게 잘해 주려고 했던 것이 그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신의 진급을 위해서라는 게 깨달아져 가슴 깊이 회개가 되어졌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하 준장은 서울 상계동에 있는 원자력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해서보니 주위에 암에 걸려 3개월 또는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인생을 사는 환자들이 보였다. 자신도 폐암으로 인해 시한부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세월동안 한 일이 뭔가, 그리고 사람이 산다는 게 뭔가를 깊이 묵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부하나 병사들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진심으로 회개가 되었다. 그리고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는 게 회개가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담당 주치의가 정밀 진단을 한 결과 폐암이 아니라 폐렴이라는 것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래서 군병원의 군의관이 오진을 한 것 아니냐 하여 확인해보니 분명 폐암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병원에선 주치의가 폐암이 아니라 폐렴이라고 했다. 어찌됐든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이때부터 하 준장은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게 된다. 군인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 중에 하나가 진급이지만 하 준장은 진급이 목적이 아니라 예수의 향기를 나타내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 삶이 섬김과 배려의 삶이다. 즉 어느 곳에서든 계급과 관계없이 예수님처럼 섬기려 하고, 부하들과 병사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며 배려하는 삶을 살려는 것 말이다. 이것이 하 준장에게 ‘리틀 예수’라는 닉네임이 붙게 된 배경이다.


한 사람의 변화는 주변 사람들도 변화시킨다. 하 준장의 경우가 그렇다. 하 준장이 변화되니 하 준장으로 인해 삶이 변화된 부하들과 병사들이 적지 않다. 힘들어하는 부하들과 병사들이 하 준장을 통해 힘을 얻고 있다. 하 준장과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봄 눈 녹듯이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하 준장이 2군단 교회에서 일으킨 티성경공부를 통해 병사들과 지휘관들의 삶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필자도 매주 군단 교회에 가서 함께 티성경공부에 참석하고 있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필자 자신의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함께 참여한 지휘관들 역시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예수로 인해 자신이 변화된 것을 경험한 하 준장이 오늘도 그 예수처럼 섬김과 배려의 삶을 살아가려는 모습은 알려야 할 일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하 준장의 삶이 알려져 행여나 진급에 불이익을 초래하지나 않을지 조금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하영재 준장의 이런 삶의 모습을 군에서 계속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마라톤까지 완주할 정도로 건강까지 완전히 회복한 하영재 준장, 필자가 만난 최고의 장군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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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무환 국장 hwan2778@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