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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60)] 32. 카자흐스탄(Kazakhstan)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60)] 32. 카자흐스탄(Kazakhstan)

[시사타임즈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유라시아 횡단 중 알마티 외곽을 당나귀와 경주하는 평화마라토너와 강석준 (c)시사타임즈
▲< 국기 > 하늘색은 영원한 하늘과 단일민족을 의미하고, 중앙에는 태양과 독수리를 표현. 왼쪽의 문양은 국가의 전통 문양. < 국장 > 카작의 ‘shanyrak’이미지를 인용한 것으로 전설속의 날개달린 2마리의 말이 그려져 있음 (c)시사타임즈

 

< 국가 개관 >

 

카자흐스탄공화국은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 걸쳐 있고 러시아, 카스피해,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과 접하고 있다. 아홉째로 넓은 나라이자, 가장 큰 내륙국이다. 1850년경에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으며, 1925년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이 성립되었다. 1991년 12월 16일 독립을 선언하고 1992년 3월, CIS에 가입했다. 광대한 평원국으로 기후는 건조하고 초원·사막이 넓다. 카자흐인이 절반이다. 에너지자원(석탄·석유·수력), 철, 구리, 납, 아연, 금, 니켈, 크롬, 망간, 보크사이트, 인회토 등이 풍부하다. 북부지역은 밀·귀리·보리의 곡창지대이다. 대통령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 독립 이후 현재까지 집권하고 있다. 고려인 12만 명이 살고 있다.

 

The Republic of Kazakhstan in Central Asia, with a small portion west of the Ural (Zhayyq) River in eastern-most Europe is the ninth largest country in the world. The terrain of Kazakhstan includes flat land, taiga, hills, deltas, snow-capped mountains, and deserts. The capital was moved in 1998 from Almaty, Kazakhstan's largest city, to Astana. It declared itself an independent country on Dec 16, 1991, the last Soviet republic to do so.

 

(Astana)

 

1. 국명(Country) : 카자흐스탄

(Republic of Kazakhstan)

2. 수도(Capital) : 아스타나 (Astana)

3. 면적(Territory) : 2,724,900㎢

4. 인구(Population) : 18,800,000명

5. 국민소득(GNI) : US$10,700불

6. 언어(Language) : 카작어(Kazakh),

러시아어(Russain)

7. 독립일(Independence) : 1991.12.16

 

자원부국,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에서 동유럽까지

한반도의 12배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국

방랑인의 땅, 카자흐스탄이여

 

땅속에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수력,

우라늄, 철, 구리, 납, 아연, 금, 은,

텅스텐, 니켈, 크롬,

망간, 보크사이트, 그리고 인회토…

 

그 것 뿐인가

북부 평야에는 밀 보리 귀리

자원부국 식량강국

세계의 곡창지대일세

 

알마아라산

좌는 아지 바위 절벽

우는 천 길 낭떠러지

산정에는 옥빛 호수…

 

못 잊는다 키기 알라타우 트레킹

앞에는 장엄한 빙하

옆은 가파른 계곡

밑은 격렬한 물살

 

일리강변 따라가니

노래한다 사막이

마도르스 부르스인가? 뱃고동소리 애달프다.

 

독립과 자유의 황금 독수리여

금빛 햇살 가르고

풍요와 평화 타고 날아라

높이 높이 날라!

 

Land of Natural Resources, Kazakhstan

 

From Central Asia to Eastern Europe

As large as twelve times of Korean Peninsular

The largest landlocked country in the world

Land of vagabonds, Kazakhstan…

 

Beneath the earth? Crude, Coal, Gas, Water, Uranium, Steel,

Copper, Lead, Zinc, Gold, Silver, Tungsten, Nickel, Chromium,

Manganese, Bauxite and Apatite…

 

That's all? Of course, not

Wheat, barley and oat in northern plain

Land blessed with natural resources and grain

Surely, the Granary of the world

 

Look, Mt Almahla

Sharp cut rocky cliff to the left,

Deep vertical valley to the right

Jade colored lake on its top…

 

How can I forget, trekking at Kgey Alatau

Grand glacier in front

Sharp cliffs to the left and the right

Fast-flowing current below

 

Pass by River Ili

It's sand desert that is singing now

It's seamen's blues? How pathetic, the boat gong tune

 

Golden eagle of independence and liberty,

Through the golden sunshine

Soar high to the sky

With wealth and peace.

 

1. 카자흐스탄 약사

 

카자흐인들은 역사 문헌에 나오는 철륵의 후예이다. 철륵은 예니세이 강 상류에서부터 동쪽 서쪽으로 유목 생활을 하던 튀르크계 황인종이며 유연에 속해 있었다. 돌궐이 유연을 멸망시키고 철륵을 정복하여 돌궐에 귀속된다. 돌궐에 귀속된 철륵은 카스피해 중앙아시아의 투라니드계 튀르크족인 돌궐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후에 카자흐인, 키르기스인으로 나뉘어 진다. 그래서 카자흐인과 키르기스인의 외모는 황인종을 기반으로 하지만 유로피드 투라니드계 백인종의 특징도 일부 지니는 황백혼혈의 형질을 지니고 있다. 이후 중세 시대부터 철륵은 카자흐스탄 지역과 키르기스스탄 지역에 정주하게 된다. 카자흐인들이 15세기부터 카자흐스탄의 지역에 민족을 이루어 살기 시작했는데, 주로 유목 생활을 했다.

 

19세기 말에 제정 러시아는 대영제국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벌인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의 일환으로 시베리아에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군사기지를 구축하였다. 1735년에 첫 번째 러시아 기지인 오르스크가 건설되었고 러시아는 1890년 보호국인 카자흐스탄의 모든 학교와 정부기관에서 러시아어만 사용할 것을 종용하였다. 이러한 일방적인 언어정책은 카자흐인들의 반발을 샀고 1897년에 들어서는 거의 대부분의 카자흐인들이 제정 러시아의 지배에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이는 언어정책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유목생활을 하던 카자흐인들의 삶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기근, 수자원 분쟁 등 여러가지 요소에 의한 것이다. 이 카자흐 민족운동은 러시아의 흡수정책에 대항하여 카자흐인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는데 그 중점을 맞췄다.

 

1936년 이후 소련으로부터 많은 수의 러시아인들이 오늘날의 카자흐스탄, 특히 세미레치에 지역에 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민 현상은 제정 러시아의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민국이 감독하고 장려하였다. 1940년까지 400,000명의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에 정착하였고 20세기에는 약 20만명의 독일인, 유대인 등이 카자흐스탄에 정착하였다.

 

제정 러시아가 멸망하고 독립하였다. 1920년 인민들이 이 지역에 키르기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을 세웠다. 그 후, 1925년에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성립되었고 1936년에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되어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었다. 1926년과 1939년 사이 카자흐 인구는 가뭄과 기아로 인해 22% 감소하였다. 1930년대부터는 고려인들이 시베리아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송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소련이 독일과 전쟁할 때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다섯 개의 군대를 구성하여 참전하였고 1947년에는 세미팔라틴스크(현재의 세메이)에 소련의 핵실험장이 개설되었다.

 

1991년 소련 분열로 독립하였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카자흐스탄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독립 직후에는 알마티가 수도였다가 1998년에 수도를 아스타나로 천도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카자흐스탄의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하며 독재로 정치를 실행하다가, 2019년 3월 20일 집권 29년 만에 자진 퇴임하였다. 카자흐스탄은 2012년 12월에 카자흐어는 사용하는 문자를 로마자로 바꾸는 작업이 2025년까지 완성되어야한다면서 카자흐어의 문자를 키릴 문자에서 로마자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지만, 일부는 반발하고 있다. 누르술탄의 퇴임 이후, 상원 의장을 지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가 2대 대통령으로 승계하였다.

 

카자흐스탄은 제조업보다는 수출의 90% 이상을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천연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1인당 GDP는 8,000달러 정도다. 천연자원 개발 등으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밀의 총생산량은 2,275만톤으로 세계 10위이다.

 

2. 카자흐스탄에서

 

나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2004년도 휴가를 이용하여 카자흐스탄을 가족과 같이 방문하여 당시 알마티에 근무하던 이재웅 KOICA소장과 그 가족을 반갑게 만났다. 카자흐스탄은 면적이 대한민국의 27배가 넘는 방대한 국가여서 짧은 휴가기간이라 알마티 시내와 주변을 둘러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 남동부에 있는 도시이다. 인구는 약 150만 명으로 수도가 1997년에 아스타나로 옮겨 갔지만 여전히 카지흐스탄 최대 도시이며 경제 중심지이다. 또한, 키르기즈스탄 및 중국과의 국경에서 가깝고, 톈산 산맥의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어서 풍경 경치가 아름다운 도시이다

 

알마티에서 제일 번화한 ‘아르바트 거리’와, 그곳에 위치한 목조 건축물 ‘젠코바 대성당’ 그리고 만년설이 바로 눈앞에 있는 도심 속 랜드마크 ‘콕토베’를 구경했다. 다음 날은 초원 위 가득한 야생화와 양과 말떼 그리고 만년설까지 내내 보이는 드넓은 ‘아씨고원’과,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년인 ‘차른 협곡’ 그리고 호수 밑의 나무뿌리까지 보이는 맑고 푸른빛의 신비로운 ‘카인디 호수’를 구경했다. 광활한 카자흐스탄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었다.

 

3. 카자흐스탄을 달리며

 

(말들의 우정 By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유라시아 횡단 중 알마티에서, 2018.5 (c)시사타임즈

‘셀랙’을 지났다. 어제 비가 와서 하늘이 깨끗해졌다. 희미하게 보이던 오른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이 선명하게 보이고 하늘 위로 새털구름이 초원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산뜻하고 청아해진 공기에 무엇을 해도 기분 좋게 할 것 같은 날이다. 나는 매일 42km만큼 평양과 서울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이처럼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거친 초원을 달리지만 허투루 발걸음을 옮길 수는 없다. 오늘 내가 밟아간 길은 내일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나그네는 길 끝에서 바람으로 충만하고 성숙해진다.

 

내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바람 때문이라 하지 마라! 겸손한 푸른 대지 위에 서니 나 또한 저절로 머리가 숙어진다. 나는 인간인가, 자연인가 구분 말라! 나비 한 마리 꽃잎 위에 앉아 풀줄기 흔들리고, 내 영혼에 사뿐히 앉아 내 삶을 흔드는 것은 눈 덮인 설봉과 그곳을 향해 날아오르는 가난한 새의 날갯짓뿐! 이곳에서 달리기 좋은 것은 말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추억이 질주를 한다. 그렇게 한참 추억이 달리고 나면 마치 고속열차가 달리듯 미래의 꿈이 터널을 빠져 나와 달려간다. 평화는 이곳에서 질펀하게 달린다.

 

나는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을 사랑했다. 길가의 어떤 꽃도 꺾지 않았고 만났던 거의 모든 사람에게 존경과 사랑의 눈길을 보냈다. 모든 나무가 팔 들어 경배하는 파란 하늘에 나도 팔 들어 경배했다. 내 가슴 속에 가득 품어 안고 가는 비단이 깃발이 되어 바람에 날린다. 내 마음에 이는 바람은 달래어 가라앉혀도 달랠 수 없는 초원의 바람은 그대로 내 뼈 마디마디에 스며든다. 카라쿰사막의 절망적인 고독도, 메르브의 스산한 폐허도, 레기스탄 광장의 지나간 옛 영화도, 칭기스칸의 지워진 발자국도 위대한 새벽을 기다릴 뿐이다. 스치고 지나가는 꽃바람에 그간 피로가 확 날아간다.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몸을 어루만져주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이마에서 앞머리가 단정히 휘날리며. 명주 같은 갈기에서 부드러운 바람을 일으키며 봄 풀 뜯어 살이 오르고 털에 윤기가 도는 말 네 마리가 앞에서 달려간다. 엄마 말일까, 아빠 말일까? 아니면 대장 말일까? 한 마리는 두 발이 묶여 뒤뚱뒤뚱 달린다. 나머지 말들은 묶인 말이 안쓰러운지 뒤를 돌아보며 보조를 맞춰 달려간다. 생명을 가진 두 존재 사이에 가장 고귀한 관계가 우정이다. 동물들도 이런 우정이 있다. 사자나 늑대를 비롯한 다른 생물들도 궁지에 처한 동족을 구해주고 서로 돕는다. 카자흐스탄 개양귀비 꽃으로 군데군데 빨간 무늬의 광활한 초원을 맘껏 질주할 수 있는 나머지 말들이 발이 묶인 한 마리와 보조를 맞춘다.

 

주인은 한 마리 발을 묶어놓으면 네 마리 모두 멀리 도망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발이 묶인 말이 애처롭기도 하고, 함께 하는 동료애가 뭉클하기도 하다. 말들도 ‘함께’해서 오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함께 한다. 초원에서 보조를 맞춰 달리는 건 말뿐이 아니다. 강석준 교무와 나는 벌써 며칠째 발을 맞춰 달리고 있다. 갑자기 초원의 강렬한 햇살에 노출돼 피부에 화상을 입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 발걸음을 맞추어 거친 호흡을 내뿜으며 달린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누구도 내 발걸음을 대신해줄 수 없지만 함께 달리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알마티 평화 행진, 2018.5 (c)시사타임즈

요즘 성직자 지망생이 줄어들어 교무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원불교에서 강석준 교무를 보내주었다. 나의 연원인 그를 가장 험한 코스인 톈산산맥을 넘고 타클라마칸사막을 함께 달리며 힘든 고비를 넘기라고 특별히 배려해 보내주었다. 혜초스님도 눈물을 흘리며 넘었다는 톈산산맥이다. 들어가는 자 살아서 나오는 자 없다는 타클라마칸사막이다. 뒤에 가는 사람은 앞에 간 사람의 해골을 보며 이정표 삼아 길을 찾았다는 곳이다. 지금이야 길이 잘 깔렸고 여건이 훨씬 좋아져 내 해골이 다음에 길을 나선 사람의 이정표가 될 리는 없겠지만 두려운 건 매한가지다.

 

저 멀리 수백 마리의 소들이 점점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말 잔등에 올라탄 유목민의 모습이 켄타로우스(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말인 신화적인 동물)와 같이 아련하게 보인다. 내가 말의 하체를 지녔다면 지금 이 길을 신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을 거란 상상을 해본다.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던 소몰이 개는 소 몇 마리가 대오에서 이탈하자 쏜살같이 쫓아가 다시 무리 속으로 몰아온다. 소들이 제자리에 돌아가자 다시 주인 곁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지금껏 동경하던 목가적인 모습이다.

 

나는 저런 모습을 보면 그대로 이곳에 눌러살고픈 욕망이 회오리바람처럼 가슴에서 일어난다. 내가 이곳에 눌러살고픈 것은 어디든 떠나고싶은 다른 표현이다. 아직도 찾지 못한 내 자신이 있기에 더 절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달리면서 잃었던 많은 부분의 나를 찾았다. 하지만 유목은 유랑이 아니다. 움직이면서 머무르는 것이고, 떠돌면서 한군데 살아가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적응하고 친숙감을 느끼지만 집착하지 않기에 미련도 없고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집을 짓기는 한다.

 

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켄타로우스처럼 보이던 ‘라하’라는 목동이 늠름한 말 ‘조나’를 타고 우리에게 인사하러 왔다. 라하는 옛날 서부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눈이 크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한군데 정착해서는 잠시도 살 수 없는 바람의 자유를 담은 눈이다. 손을 마주 잡자 범접할 수 없는 거친 바람이 만져진다. 오랜 시간 초원에서 침묵하던 단어들이 꿈틀거리며 만져진다. 지금은 주류에서 벗어난 소수자의 삶이지만 오랫동안 인류 원형의 삶이다. 당당함과 자존심이 만져진다. 한 번도 세파에 시달려보지 않고 사랑의 실연을 경험하지 못한 순진무구한 표정에 금방 빨려 들어갈 지경이다.

 

그가 타고 온 조나는 짙은 갈색의 짧은 털이 비단처럼 곱게 빛난다. 톈산 산줄기처럼 강한 척추, 딱 벌어진 잘 발달한 가슴 근육, 펑퍼진 엉덩이 근육과 쭉 뻗은 종아리를 가진 ‘아할 테케’이다. 중국인들인 이 말을 한혈마라 부르고 천리마라 부른다. 붉은 땀방울을 피처럼 쏟아내며 천 개의 고원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했다. 사람들은 이 말을 텐산의 혈통이라 칭송했다. 제국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싶은 자 아할 테케에 올라 타 창검을 휘둘렀다.

 

‘디나’는 검정과 다갈색이 잘 어울려진 늘씬한 몸매의 세퍼트 소몰이 개이다. 주인을 잠시도 놓치지 않고 따라다니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주인 ‘라하’에게 보내는 눈초리는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그리고 소에게는 매섭게 응시한다. 이빨은 단번에 늑대를 제압할 것 같은 힘이 느껴진다. 충성심과 애정과 카리스마를 저렇게 한 번에 보여주기도 쉽지 않겠다. 녀석에게서는 이인자의 힘이 느껴진다. 라하와 조나와 디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선으로 연결된 하나의 운명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넓은 초원에서 이들은 동업자이며 친구 이상의 운명공동체로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것이다.

 

라하는 우리에게 다가와 통하지 않는 말로 살갑게 인사를 한다. 디나의 어색한 꼬리 흔들기에 나도 손을 내밀어 머리를 만져준다. 라하가 말에서 내려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고삐를 내게 주며 한번 올라타 보라고 한다. 아마 그는 지나가는 길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장 귀한 것을 선물 받은 기쁨으로 말고삐를 넘겨받았다. 말고삐를 넘겨받는 순간 여행자와 유목민의 경계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인간애만 남았다.

 

나는 올라타기 전 조나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긁어주며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말 머리를 잠시 끌어안아 주고 나의 체취를 맡게 하여 나와 교감을 이루게 하였다. 말은 후각이 예민하므로 체취로 나와 먼저 교감을 할 것이다. 말이 거부감을 가지고 신경질을 부리며 앞발을 쳐들고 올라타는 나를 떨어뜨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왼쪽 등자에 왼쪽 발을 올린 다음 힘을 주고 올라탔다. 오른쪽 등자에 오른발을 끼고 말의 허리를 무릎으로 꽉 조인다. 이제 조나도 나를 친구로 받아들였는지 순순히 자신의 등을 내어준다. 잘 길든 말이었다. 말은 내가 조심스럽게 올라타는 줄 알고 아이를 업은 여자처럼 의연했다. 등에 올라타서 다시 몸을 숙여 조나의 갈기와 등을 보듬어주었다. 말은 내 손길에 미세한 반응을 보인다. 내가 명령만 하면 언제든지 초원을 쌩쌩 달릴 것 같았다. 이 말을 몰고 진동하는 대지가 전해주는 전율을 맛보며 그대로 평양을 거쳐 서울로 달려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 차올랐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어가는 환경을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만 보다가, 텅 빈 듯 충만한 초원에 서니 과연 삶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두 세기 전 제정 러시아는 낯선 문명을 가지고 카자흐 유목전통을 통제하려 했다. 그때부터 사회적 혼란과 모순은 격심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인들의 초원 진출은 카자흐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이고 희망과 두려움의 시작이었다.

 

황제펭귄은 핸디캡이 많은 동물이다. 짧은 털은 추위를 피하기에 부족하고 짧은 다리는 천적을 피해 달아날 수도 없다. 날개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함께 모여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며 교대로 바깥쪽을 지키며 무리를 보호한다. 황제펭귄이 다 같이 생존하기 위해 배우는 최고 가치는 ‘동료애’이다. 동물들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덕목은 ‘인류애’이다.

 

강석준 교무가 며칠 사이에 피부에 화상을 입어가며 내 옆에서 달린다. 우리는 두 발이 묶인 말과 동행하듯 서로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이 드넓은 초원을 달린다. 내 발걸음의 무게를 덜어주려 거친 호흡을 내뱉어가며 고통을 감수하고 달리는 모습이 안타깝고도 고맙다.

 

(33번째 나라 러시아 이야기로 계속)

 

글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 8개국 소장 역임 (영원한 KOICAman)

한국교원대학교, 청주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국제봉사기구 친선대사 겸 자문위원

다문화TV 자문위원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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