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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과연 사자는 초원의 왕인가

[ 전문가 칼럼 ] 과연 사자는 초원의 왕인가
야생 생태계에서 배우는 인간세계의 논리



[시사타임즈 전문가 칼럼 = 김동주] 대학을 졸업하고 3년이 조금 넘는 기간.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첫 직장을 뒤로 하고 나는 세계일주를 택했다. 인류의 호기심이 발달시킨 고도의 기술이 총 집약된 기계를 연구하는 일은 썩 흥미로운 일이긴 했지만 먼저 내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지구별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부터 많은 매체를 통해 언젠가 세계일주를 하리라 마음먹었으니 어떻게 보면 꿈일 수 도 있겠으나 꿈이라기 보다는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목표 달성이라고 보는 게 옳다.

 

5대양 6대주 중에 아프리카를 처음으로 뽑은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고도로 발달된 문명세계에 살고 있고 그들은 야생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 된 곳에서 더불어 살고 있다. 한국과 가장 동 떨어진 곳, 그래서 아프리카는 나의 호기심을 가장 크게 자극시켰다.

 

남아공의 희망봉과 나미비아의 모래사막, 그리고 세계최대 삼각주인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와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 그리고 아프리카 각지의 다양한 해변을 거치면서 나는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당신은 호주의 케언즈에서, 동남아 섬나라에서, 혹은 아메리카 곳곳에서 눈부신 해변과 자연을 볼 수 있지만, 이런 바다에서 돌고래를 같이 보기는 힘들고, 도로를 걸어다니는 코끼리와 원숭이 떼를 볼 수 없으며, 산에서 사자와 치타를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아프리카의 야생 생태계에서 내가 책에서,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배웠던 오래된 수학이론을 되새기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남아공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여행은 탄자니아와 케냐에 이르러 드디어 광활한 세렝기티 초원을 가로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수만 마리의 누 떼, 그리고 마치 security guard 처럼 항상 누 떼 곁을 지키는 다수의 얼룩말들, 그리고 서로의 영역안에서만 철저히 살아가는 코끼리와 기린들을 보면서 나는 이들에게 분명히 어떤 룰이 존재함을 느꼈다.




이런 초식동물들은 스스로를 보호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따라서 언제나 사자나 치타 같은 맹수들에게 노려지고 있지만 관광객인 우리가 그 장면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 맹수들에게도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천적이 없어 보이는 사자, 그래서 우리는 사자를 맹수들의, 야생의 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과연 사자는 야생의 왕일까? 그렇다면 마사이마라 초원은 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7월이 되면 남쪽의 세렝기티에서 북쪽의 마사이마라로 수십만마리의 누떼들이 이동을 한다. 남쪽에는 더이상푸른풀과풍부한물이없기때문에이들은식량을찾아서끊임없이이동을한다. 그렇다면 사자는?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사자는 평균 4일에 한번씩 사냥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사자는 그대로 굶어 죽는다. 그렇다면 모든 누 떼가 북쪽으로 이동을 하면 사자는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즉, 이 드넓은 초원은 아이러니 하게도 먹이사슬 제일 위에 있는 사자가 아닌, 제일 아래에 있는 누 떼들에 의해 운영된다.

 

게임이론의 여러가지 모형 중에 매와 비둘기 게임 이란 것이있다. 동물행동학 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으로 상태를 해치면서 살아가는 개체를 ‘매파’, 유순한 성향으로 서로 부딪히지 않고 살아가는 성향의 개체를 ‘비둘기파’ 라고 한다. 사자는 누를 잡아먹고 살아가므로 매파다. 반대로 누는 풀과 물을 먹으면서 스스로 살아가므로 비둘기파다.



그렇다면 사자는 왜 4일에 한번씩만 사냥을 할까. 만약에 사자가 욕심을 부려서 배가 고프든 말든 무차별로 누떼를 죽여서 누의 개체가 줄어든다면? 결국 이 초원에는 사자와 같은 매파만 남게 되고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공멸이다. 결론적으로 사자는 누를 죽이면서 살아가지만 누가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에 둘은 항상 적정 비율로 섞여 있어야 한다. 사자는 바로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관광객은 사자가 재미 삼아 누를 사냥하는 장면을 볼 수 없다.

 

요컨데 케냐와 탄자니아에 걸쳐 있는 이 거대한 생태계는, 다른 Player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살아가는 소수의 포식자들은 결코 스스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게임이론의 한 부분을 복잡한 수학 공식없이 아주 잘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분명히 우리는 어릴 때 서로 사랑하고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 그리고 악한자는 언젠가 벌을 받는다고 교육 받았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기초로 한다면 악한자는 처벌을 받기는커녕 더 잘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종래에 결국 이런 자들만 남은 사회는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공멸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 인간세상에도 언제나 비둘기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 태어난 세대에게 항상 비둘기처럼 살라고 한다.

 

인간이 수십년간 교육을 받으면서 배워야 알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이 초원의 동물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인류의 중요한 유산이자 동시에 살아있는 배움터이다.


 

 

저자 프로필

 

김동주

 

경력사항 : 부산대학교 컴퓨터 공학 석사 졸업

LG 전자 MC연구소 3년 재직

세계일주 (2012년 7월 ~)

 

블 로 그 : blog.naver.com/saladinx

메 일 : jude0709@gmail.com

페이스북 : saladin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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