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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용감무쌍 모녀의 아프리카 유랑기

[ 전문가 칼럼 ] 용감무쌍 모녀의 아프리카 유랑기

 

<용감무쌍 모녀의 아프리카 유랑기> 필자 김소정 씨와 어머니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전문가 칼럼 = 김소정] 엄마! 엄마도 이제 좀 쉬어! 언제까지 일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그렇게 일할거야?

 

어느새 연세가 65세가 되신 엄마는 아직도 일을 놓지 못하고 계신다. 물론 전문직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계시고 성공도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런 모습이 나는 못내 못마땅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어릴 적 엄마가 일하는 게 싫었다. 항상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엄마의 자리를 빼앗긴 것만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어떻게든 관심을 받아 보려는 어리광쟁이였다. 하지만 이것은 어릴 때만이 아니라 커서도 나에겐 아쉬운, 혹은 나의 아킬레스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객관적으로는 너무 많은 사랑과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나만 아는 엄마에 대한 욕심 많은 나의 시선이었다.

 

어느 날 30살이 넘은 딸과 65세의 엄마와의 대화 중 엄마에게 있어서 여전히 일이 항상 1순위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이젠 쉬라는 말을 내뱉었는데 돌아온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엄마도 놀고 싶고 쉬고 싶어! 근데 엄마는 노는 법도 쉬는 법도 잘 몰라! 어떻게 놀아야 할지 누구랑 놀아야 할지 쉬고 싶어도 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어!”

 

노는 법에, 쉬는 법에 방법을 이야기 하는 엄마가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엄마가 그동안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았을지 생각하니 그저 마음이 짠하고 엄마의 인생을 너무 단편적으로 결론내린 내가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런 두 모녀에게 아프리카가 다가왔다.

 

남아공_드라켄즈버그의 초원에서의 야영공간 ⒞시사타임즈


수많은 배낭여행지 중에서도 아프리카…

 

그 곳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장소였다. 이곳은 정말 특별한 사람과 함께 가고 싶었고, 내 배낭여행의 최종 로망이었다. 수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도 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함부로 갈 수 없고, 좀 아껴두었다 가고 싶은 곳이었다. 항상 언제나 그곳을 누구와 함께 가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던 그곳이다. 그런 그곳에 함께 갈 동반자를 드디어 찾은 것이다.

 

가장 베스트한 동반자 ‘엄마’였다.

 

대학 때부터 방학이면 배낭하나 들쳐 메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갔다 와서는 엄마에겐 “나중에 꼭 여행같이 가자! 가자!”하고는 어느덧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스케줄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시집까지 가버린 딸, 배낭여행을 꼭 같이 가고 싶어 하셨던 엄마는 그저, 나중에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만 하셨다고 한다.

 

이젠 내가 행동해야 할 때였다. 엄마에게 노는 법과 즐기는 법, 그리고 진정으로 자유로운 여행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딸 vs 엄마, 그리고 여자 vs 여자로 여행의 동반자로서 함께 가는 여정을 만들고 싶었다.

 

남아공_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선셋을 볼 수 있는 시그널힐 ⒞시사타임즈

남아공_켄고케이브의 종유석 ⒞시사타임즈

 

여행준비에 돌입! 어쩌면 평생 살면서 엄마에게 40일의 배낭여행은 나와의 마지막 추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회사도 접고, 비행기 표와 함께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첫 번째 배낭여행지는 아프리카인 셈이다.

 

준비를 하다 보니, 혼자 갈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우선 가장 첫 번째는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도 항상, 엄마의 존재는 나에게 영원한 버팀목이자 보호자였는데,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둘째는 엄마의 체력안배를 위한 적절한 강도 조절이 필요했다. 셋째는 전체 일정의 패턴을 생각했다. 처음 배낭여행인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는 것도 중요했다. 어느새 우리의 일정은 시작되었고, 용감무쌍 모녀의 아프리카가 현실이 되었다.

 

전체적인 루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나미비아→잠비아→케냐→탄자니아의 경로로 짰다. 아프리카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기에 원주민들과 자연을 벗 삼은 동물들과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 텐데 그것만 생각한다면 정말! 큰 코 다친다는 거~.

 

남아공에서 본 아프리카는 ‘과연 여기가 아프리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 편의 시설과 휴양지와 루트가 예술이었다. 엄마도 아프리카라는 생각에 겁을 잔뜩 먹고 걱정을 하고 비행기에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만 있으니 걱정을 하셨다가 여행을 시작하면서는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드라켄즈버그’에서 만난 그 산맥의 위용과 모습은 정말 자연의 선물이 아니고서는 받지 못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웃오브 아프리카 책에서 서술한 은광(銀光)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지 않고서는 그 감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듯하다.

 

남아공_드라켄즈 숙소의 한켠에 그려진 아프리칸스타일 그림 ⒞시사타임즈

 

남아공의 해안가 휴양지인 ‘가든 루트’에는 그 누구라도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며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 장소 하나 각각의 특색을 지니지 않은 곳이 없었고, 무지개의 나라라 불리는 아프리카가 그냥 다양한 인종과 나라가 아니라 정말 다양한 색깔과 개성을 가졌음을 보면 볼수록 실감 하는 곳이었다. 인테리어 소품과 액세서리 역시도 그 퀄리티나 색깔이 뇌리에 박힐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아… 진짜 아프리카 어떤 나라인거야? 그동안 나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무엇을 알았나 싶을 정도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물론, 매순간 환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국인이 와서 문화적 충격을 받을 만큼 럭셔리한 문화를 가진 반면 주민의 80%이상이 실업에 시달리는 격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치안이 불안한 상태이기도 하다. 덕분에 배낭여행객인 우리도 그들의 눈에 적절한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여행경비의 반을 훌쩍 날려버려서 어쩌면 엄마를 모시고도 진정한 배낭여행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연세가 있으신 엄마가 혹시 불편하실 것을 대비해 준비한 여유자금을 털리고는 어쩌면 더욱 현지인의 삶 속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겼다.

  

 

저자 프로필

김소정(닉네임:완전쏘중)

 

경희대학교 문화예술 경영대학원 졸업

 

어린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기획

‘와플’ 어린이 예술문화체험 브랜드 기획

파주 출판단지 문화재단 축제기획

세계 21개국 배낭여행(1999~2012)

 

저 서:

카페북 http://cafe.naver.com/gotoafrica/book1817858/29771

블로그 http://blog.naver.com/almo1004/

 

E-mail : almo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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