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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43)]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책을 읽읍시다 (1143)]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저 | 김지원 역 | 레드박스 | 356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때 유명 단편소설 작가였고 지금은 황혼기에 접어든 앤서니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약혼녀가 선물했던 물건을 잃어버린 뒤 그는 그녀와의 약속을 깨뜨린 것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반평생 동안 다른 이들의 분실물들을 모아 소중히 간직해왔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그는 자신의 집과 전 재산, 귀중한 분실물들을 비서이자 가정부인 로라에게 남긴다. 그녀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 물건들을 원래의 소유주에게 찾아줄 거라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는 이런 임무를 부여받은 로라가 이웃집 소녀 선샤인, 멋진 정원사 프레디의 도움을 받아 앤서니의 마지막 소원을 해결해나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로라는 앤서니에게 뜻밖의 큰 선물을 받은 셈이었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한 데다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집에서는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일어나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다.

 

앤서니와 그의 약혼녀 테레즈가 즐겨 들었던 음악이 시시때때로 집 안에 울리는가 하면 어느 날엔 화장대 서랍이 빠져서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고, 앤서니가 아끼던 만년필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고, 저절로 침실 문이 잠겨버린다. 로라는 집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테레즈의 영혼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다. 과연 로라는 앤서니의 소원을 이뤄주고, 테레즈의 영혼에 평안이 깃들게 할 수 있을까?

 

물론 모두가 예상하는 바와 같이 이 소설은 훈훈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에 가서 ‘아, 이렇게 연결되는 거였구나’ 하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결론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그윽한 향을 지닌 근사한 차를 닮았다. 짜릿하게 톡 쏘는 탄산음료나 머리를 때리는 강렬한 맛의 술과는 거리가 멀지만 근사한 차와 같이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인생에서 그러하듯이 이 소설이 그리는 사랑에는 가슴 아린 아픔도 있고 죽음으로 인한 이별도 포함돼 있다. 아름다운 로맨스를 담고 있지만 모든 사랑이 그저 황홀하고 행복만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날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슬픔으로 기억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하다.

 

 

작가 루스 호건 소개

 

부모님이 살고 있는 베드포드의 집에서 태어났다. 서점에서 일한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손에 들어오는 것은 뭐든지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가장 좋아했던 읽을거리는 『무민트롤』, 『1억 프랑』, 『사자와 마녀와 옷장』, 시리얼 통 뒷면, 묘비명이었다.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영문학 및 희곡을 전공했고, 십 년 동안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삼십 대 초반에 자동차 사고를 당해 전업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때부터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접골원의 접수원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글을 썼다. 그러다 2012년에 암 진단을 받았다.

 

“그것은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대머리에서 탈색한 애니 레녹스 스타일 금발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머리 모양을 경험하는 여행을 거치게 해줬다”라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화학치료로 밤새 잠을 못 잘 때도 글을 썼고, 결국 이 책을 완성했다. 그녀는 현재 보호소에서 데려온 여러 마리의 개들, 그리고 동반자와 함께 빅토리아식 주택에 살고 있다. 그녀는 ‘까치과’다. 항상 보물을 모아온다(관점에 따라서는 쓰레기라고 할 수도 있다). 영국 시인 존 베처먼의 열성 팬이며, 그 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antimacassar(의자에 씌우는 덮개)’다. 그리고 여전히 묘비명 읽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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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