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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7)] 땅거미가 질 때까지 기다려



땅거미가 질때까지 기다려

저자
생박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0-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땅거미가 질 때, 그 빛과 어둠 사이!한국계 미국인 작가 생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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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37)] 땅거미가 질 때까지 기다려

생 박 저/김우열 역 | 문학동네 | 34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두 살 때 가족들과 함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야 한국으로 돌아와 오 년 정도 대학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인이자 한국인인 저자에게 글쓰기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수용하고 통합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첫 소설인 이 작품은 ‘아주 훌륭한 데뷔소설이자 뇌리에 남는 문제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0년 타운센드 상 소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 기저의 어두운 충동

 

일 년 전 엄마를 잃은 새뮤얼은 조지아 주에 위치한 가상의 작은 도시 서귀포에서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병을 앓던 엄마가 말을 못하게 되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와 함께 있었던 형 짐은 웨스트 조지언 대학에 진학한 후 거의 집을 찾지 않는다. 새뮤얼은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형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채, 엄마의 마지막 말을 궁금해하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교 과제로 짧은 영상을 찍어야 하는 새뮤얼은 친구 데이비드에게서 도시 외곽에 있는 그리넌 부인의 집을 소개받고, 데이비드와 함께 어쩐지 으스스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 드는 그 집을 찾아간다. 그 집에는 그리넌 부인이 원죄 없이 잉태했다고 주장하는 세쌍둥이 아기들이 살고 있는데, 아기들의 모습이 모두 기형적이다.

 

도망치듯 그리넌 부인의 집에서 나온 이후 새뮤얼의 머릿속은 온통 세쌍둥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 괴상한 아기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한편, 그런 생각을 하는 자기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아기들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병적인 호기심에 이끌려 새뮤얼은 결국 그리넌 부인의 집을 다시 찾아가고, 그곳에서 아기들을 학대하는 그들의 형 데릴과 마주친다.

 

그날 이후 새뮤얼은 자신 역시 데릴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 아기들을 죽였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결국 새뮤얼은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망치듯 서귀포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데릴이라는 악과 싸워나갈 힘을 얻기 시작한다.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널 위해 불을 켜놓을게

 

세쌍둥이의 존재를 알게 되기 전 새뮤얼은 아주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매일 학교에 가고, 주말이면 아빠의 철물점 일을 도와주기도 하는, 가끔씩 일탈에 빠지기도 하지만 공부도 제법 잘하는 그런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다 기형적인 세쌍둥이를 만나고, 그들의 형 데릴에게 위협을 받기 시작하면서 새뮤얼의 삶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어둠은 단순히 데릴의 폭력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둠은 새뮤얼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 땅거미가 질 때 세상은 완전히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어둡지도 않다. 작품 속에서 새뮤얼은 땅거미가 지는 한가운데에 서 있다. ‘데릴’로 대변되는 어둠과, 날이 어두워지면 늘 불을 켜놓고 자신을 기다리던 엄마가 있는 빛의 사이에 서 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뮤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 안에 있는 어둠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이다. 혼돈과 질서, 어둠의 세계와 빛의 세계 사이에 갇혀 있는 새뮤얼은 마음속 어둠을 자신의 정체성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데릴에게서 아기들을 구해낼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스스로에 대한 부정으로 겹겹이 쌓인 껍질에서 벗어나, 한층 성장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 고민하고 혼돈을 극복하는 새뮤얼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성찰의 실마리를 던져줄 것이다.

 

작가 생 박 소개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생 박은 두 살 때부터 조지아 주에서 자랐다. 조지아 대학교에서 영어와 심리학을 전공한 후, 한국에 돌아와 오 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한국 사회와 문화를 접하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생 박은 이때 처음으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후 뉴욕 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글을 쓰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그후 몇 년간 창작에 매진한 끝에 2009년 첫 소설인 『땅거미가 질 때까지 기다려』를 출간했다. 혼돈과 질서, 허무와 믿음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에 갇힌 한 소년의 혼란과 성장을 그려낸 이 데뷔작으로 생 박은 섬세하고 자신감 있는 작가이자,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로 호평받았다. 현재 조지아와 캘리포니아 남부,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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